해외 도피 생활 중인 탁신 친나왓 태국 전 총리가 태국 총선을 앞두고 귀국을 예고했다. 이는 탁신에게 오는 14일 열리는 총선이 놓칠 수 없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10일 보도했다.
탁신 전 총리는 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려 오는 7월 74번째 생일 이전에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프아타이당에 부담이 될 거라는 걱정은 하지 마라. 법적인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며 “쁘라윳 짠오차 정부가 자리에 있는 동안 귀국한다. 모두 나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탁신 전 총리는 그 동안 여러 차례 귀국 의지를 밝혔다. 지난 1일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의 출산 당시에도 귀국하겠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이번에는 생일인 7월 26일 전으로 시기를 못 박아 더 확고한 뜻을 드러냈다.
AFP통신은 이번 선거는 탁신 가문이 권력을 되찾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완위칫 분쁘롱 랑싯대 정치학과 교수는 “곧 74세가 되는 탁신에게는 이번이 ‘마지막 판'”이라며 “프아타이당이 압승을 거둬 정권을 잡지 못하면 그가 집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탁신의 딸 패통탄은 제1야당인 프아타이당의 총리 후보로 나섰다. 탁신계인 프아타이당은 각종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다.
탁신 진영은 2001년 이후 실시된 모든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번에도 프아타이당이 하원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압승을 거두지 못하면 집권하지 못할 수도 있다. 총리 선출에는 군부가 임명한 상원 의원들도 참여하기 때문이다.
탁신이 귀국 시점으로 언급한 7월은 총리가 선출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전진당(MFP)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도 탁신 가문에는 부담이다. 진보 성향인 전진당의 피타 림짜른랏 대표는 최근 총리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패통탄을 추월하는 등 세를 급격히 확장하고 있다.
완위칫 교수는 “5년 후에는 전진당이 흐름을 가져갈 수 있다”며 “프아타이당도 이번에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5년 후 총선에서는 법원이나 군부보다 전진당이 프아타이당에 최대 도전이 될 수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15년간 해외에 머물러 온 탁신으로서는 이번 총선이 그만큼 중요한 기회라고 보고 ‘배수진’을 친 셈이다. 귀국 예고는 ‘레드 셔츠’로 불리는 농민과 도시 빈민층 지지자를 결집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그러나 위사누 크르어응암 부총리는 “탁신 전 총리가 귀국하면 가택연금이 아니라 교도소에서 복역해야 한다”며 “왕실 사면을 받으려고 해도 재소자는 수감 기간의 3분의 1을 복역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재벌 출신인 탁신은 2001년 총리직에 오른 뒤 2005년 총선에서 승리해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왕실·군부와의 갈등 끝에 2006년 쿠데타로 실각했다.
2008년 부정부패 등의 혐의 재판을 앞두고 그는 해외로 도피했고, 법원은 궐석 재판에서 징역 2년 형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2023.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