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해외 기업에 유리한 사업 여건 조성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2일 외자기업과 베트남 정부간의 회의가 열려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고 한국일보가 23일 보도했다.
이날 복수의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팜민찐 베트남 총리는 전날 22일 하노이 정부청사에서 투자 관련 콘퍼런스를 열고 베트남 내 주요 외국 기업과 각국 경제단체장을 초대하는 행사를 열었다. 한국에서는 삼성, LG, 현대, 효성, GS건설 등 베트남에 진출한 10개 기업과 주베트남 한국경제인협회(코참)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애플, 나이키, 히타치, 구글 등 다국적 기업 대표와 미국, 유럽, 일본 상공회의소 관계자들도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베트남 측에서는 기획투자부(MPI)와 지방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19일 베트남 기획투자부가 주요 외국인 기업들과 각국 경제 단체에 긴급 공문을 보낸 지 사흘 만에 성사됐다. 베트남 경제 발전의 동력이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자 베트남 정부가 다급하게 움직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올해 1분기 외국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액은 54억 달러(약 7조1,523억 원)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8.3% 줄었다. 한국의 1분기 투자액도 4억7,440만 달러로, 전년 동기(16억680만 달러) 대비 무려 70.4%나 급감했다. 일본(-46.0%)과 중국(-38.2%), 싱가포르(-26.3%) 등 다른 주요 국가들의 베트남 투자도 곤두박질쳤다. 이에 총리가 직접 외국 기업과 스킨십을 가지며 고충을 듣고 투자 독려에 나선 셈이다.
참석 기업들은 베트남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손톱 밑 가시’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호소했다. 홍선 코참 회장은 “한국 기업이 당면한 노동 허가, 비자 체류, 소방시설 승인 등 베트남 당국의 각종 규제 강화에 따른 문제를 이야기했다”며 “투자 환경이 안정적이어야만 에너지, 금융 등 분야의 자본 확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도미니크 메이클 보쉬 베트남 전무도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사업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세계 137개국은 2021년 글로벌 법인세 최저세율을 15%로 설정하고, 다국적기업의 매출 발생 국가에 일부 과세권을 이전하는 내용의 국제 조세체계 개편에 합의했다. 다국적기업 탈세 방지가 목적으로, 베트남도 내년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베트남 기본 법인세율은 20%지만, 베트남 정부는 투자 유치를 위해 그간 글로벌 기업에 5~10% 수준까지 법인세를 낮추는 혜택을 제공해 왔다. 최저 법인세율 적용 땐 삼성 등 글로벌 대기업엔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난달 쩐꽌히엔 VN다이렉트 증권 수석애널리스트는 “15% 최저 법인세율이 적용되면 현재의 세금 인센티브 대부분은 다국적기업엔 가치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찐 총리는 “외국 투자자가 목표를 달성하고 베트남 사회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동행할 것”이라며 관련 부처와 기관, 지방성에 구체적 해결책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최저세율에 대해선 “인센티브 도입 등 해외 투자자를 돕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2023.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