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파병 준비 부대에서 가혹행위를 당해 부대 전입 5일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군인의 유족들이 54년 만에 국가배상 판결을 받게 됐다고 한겨례지가 9일 보도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 홍은기 판사는 숨진 군인 ㄱ씨 형제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원고들에게 1인당 1900만원 가량을 지급해야 한다고 이날 밝혔다.
사건은 1969년으로 돌아간다. 그 해 5월 입대해 3개월 뒤 부대에 배치된 ㄱ(당시 22살)씨는 훈련을 받다가 전입 5일 만에 산중턱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사망확인조서에는 몸이 불편해 지휘관 허락을 받고 귀대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
유족 진정으로 진행된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진상위)가 2022년 3월 내놓은 조사 결과를 보면, ㄱ씨의 죽음 뒤에는 부대 내 만연한 구타와 가혹행위, 전입신병에 대한 부대관리 소홀 등이 있었다. 신병 뺨을 때리고 머리를 땅에 박게 하는 등 강도 높은 구타가 이뤄졌다고도 진상위는 판단했다. 국방부도 2022년 11월 ㄱ씨를 순직 결정했다.
이에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약 79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국가는 숨진 ㄱ씨에 대해 신병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ㄱ씨 죽음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도 보이지도 않아 국가가 보호의무를 위반했어도 인과관계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미 구타 등 가혹행위가 만연한 상태에서 ㄱ씨 등 신병을 상대로 더 심한 구타가 이뤄졌고 지휘관들은 이런 가혹행위를 알면서도 예방하거나 시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국가 책임은 5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ㄱ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군 내부 수단으로 문제를 극복하려고 노력하지 못한 점과 군대 복무 기간, 선임병들이 가한 가혹행위의 정도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ㄱ씨 2천만원, 숨진 어머니 1천만원, 형제 1인당 800만원으로 정했다.
한겨레 2023.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