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GOLF- 홀인원

 

 

 

골프 라이프의 전반적 흐름을 한번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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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꼽는 일은, 필드에 처음 나서는 골프 입문 날이 될 것입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골퍼들은 첫 라운딩의 정신 없이 분주하던 경험을 잊지 않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100타를 깨는 기록을 갖게 되는 날, 그날은 초보 운전자 표시를 떼는 날처럼 이제 제대로 된 골퍼로 신분이 상승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보기 플레이어 기준인 90타를 기록하면, 그 누구와도 부끄럽지 않게 기량을 겨룰 수 있으리라는 용기가 마음에 움 뜨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급기야 꿈의 싱글 스코어를 그리게 되면, 이제 나도 골프계의 고수가 되었다며 가슴을 펴고 고개를 곧추세웁니다. 거기에 좀 더 골프에 매진하게 되면 이븐 스코어로 기록하고 언더파도 기록하는 골프 매니아가 탄생하지만 대부분 골퍼들은 싱글 스코어를 한 두 번 기록하는 것을 정점으로 다시 내림세를 타게 됩니다.

그리고 나이가 환갑을 넘기며 급격하게 떨어진 근력으로 드라이버가 자꾸 길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아이언 클럽과 관계가 멀어집니다. 골프는 아이언 게임이라는데 파 4홀에서 세컨샷을 위해 아이언 대신 긴 우드 클럽을 사용해야 한다면 그때부터 시니어 골퍼라는 새로운 신분이 등장합니다. 골프 백에 우드클럽의 비중이 커집니다. 또한 골프 게임에 대한 관념에도 변화가 옵니다. 거칠 것 없는 열정으로 동반자와 겨루려 하던 젊은 싸움 닭이 이제는 동반자의 함께 즐거운 라운딩을 나누려는 세련된 파트너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겨루어야 할 상대는 동반자가 아니라 골프장이 정해놓은 ‘파 par’ 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런 골프라이프의 발전과 변화 가운데서 가장 기념할 만한 일을 하나 꼽는다면 바로 홀인원입니다. 아마추어 골퍼 중 홀인원을 경험한 골퍼는 1, 2 %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필자 역시 아직 행운을 맞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함께 라운드 하는 동반자가 홀인원을 하는 경우가 무려 6번 정도가 있습니다. 행운의 타겟이 조금씩 비껴가는 모양새입니다.

그리고 며칠 전 또 동반자가 홀인원을 합니다. 4월 4일, 호찌민의 투득 시에 소재한 베트남 골프 앤 컨트리 클럽(VGCC)에서 라운딩 중, 동반자인 강윤종 사장이 이스트 8번 홀(약 150야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했습니다. 완벽한 샷이었습니다. 6번 아이언으로 친 공이 그린 상단에 위치한 깃대를 향해 나르다 가볍게 날개를 접으며 그린에 안착합니다. 그리고 가쁜 숨을 달래려는 듯이 홀을 찾아 사라집니다. 캐디들이 환호성을 지릅니다. 그리고 확인된 홀 안의 붉은 공. 잠시 후 골프장에서 기록원이 나옵니다. 동반자들과 캐디에게 사인을 받고 홀인원이 진짜라는 것을 확인합니다.

지지부진하던 게임이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사진을 찍으며 분주한 세리머니를 마친 후 다시 플레이가 이어집니다. 홀인원 한 공을 챙기고 그린 밖에 뒷짐지고 있는 강사장을 제외한 동반자는 모두 자신의 공을 찾아갑니다. 그린 끝에 간신히 올린 공을 찾아간 필자, 홀과는 무려 10미터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이미 게임은 의미가 없어졌고 그저 무심히 공을 밀었는데 그 긴 퍼팅이 홀에 그대로 떨어집니다. 뭐지? 통상적으로 2퍼트면 칭찬받을만한 장거리인데 공이 홀을 찾아가듯이 그냥 들어갑니다. 기쁘기도 하지만 홀인원을 지켜본 행운이 버디퍼팅 하나로 대처 되는가 싶기도 합니다.

홀인원이 좋은 것은 행운을 부른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홀인원을 한 후 사업이 잘 돌아간다는 믿음이 있고, 그 행운은 적어도 3년은 간다고 하지요. 그런 행운의 지근거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떡고물 같은 행운이 떨어질 터인데, 그 홀에서 불쑥 찾아온 장거리 버디가 바로 그것이라면, 별로 반갑지 않은 기분입니다.

홀인원은 귀한 기록인 만큼 그 사후 행사도 거창합니다. 미국의 경우 홀인원을 하면 클럽 하우스에 있는 모든 분에게 음료수 한 잔씩 돌린다고 합니다. 홀인원의 행운을 기념하고 추억을 만들기 위한 행사입니다.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함께 공유함으로 그 행운은 더욱 오래 그리고 넓게 퍼집니다. 기억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행운은 오랫동안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홀인원 행사는 가급적 생략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한국에서는 너무 거창하게 요구하는 바가 많아서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홀인원은 행운이 아니라 액운이라는 소리도 있습니다. 그런 골퍼의 애로점을 파악한 보험업자는 홀인원 보험을 만들었습니다.

홀인원을 하고 난 후 사후 행사를 어찌해야 하는가 역시 고민거리 중의 하나입니다. 트로피 만들어 자신의 거실에 두고 조용히 기념하는 것도 좋은 일이고, 기념품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돌리며 축하를 받는 것도 괜찮은 일이긴 한데, 조금 사고를 달리하여 그런 비용으로 우리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홀인원의 행운을 담아 티브이나 냉장고 등 필요 물품을 기부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홀인원 기념 여행을 가족과 함께 떠나는 것도 골프로 깎인 점수를 만회하는 훌륭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적어도 가족 안에서는 그대의 홀인원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고 그것으로 인한 추억거리도 적잖게 쌓일 것입니다.

세상의 가장 훌륭한 소비 방법은 물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사는 것이라 합니다.

홀인원과 함께 찾아온 행운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재미있는 연구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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