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한주필 칼럼- 71회 생일을 맞으며

 

어제는 제 71회 생일이었습니다.

70년이 넘도록 살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정된 생에 남아있는 시간이 그만큼 사라진다는 생각도 들어 조금은 서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이는 맞서 싸워야 할 적도 아니고, 부끄러워할 수치도 아닙니다. 단지 자연이 살아있다는 증거일 뿐이죠. 그런 생각 때문인지 언젠가부터는 오래 살아야 한다는 애착이나 죽음에 대한 공포도 사라진 듯합니다. 꿈을 꾸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기도 하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내려놓음이 작용하는 듯 합니다. 그저 이렇게 오랜 세월을 무탈하게 살아왔다는 것에 감사 드립니다.

가족을 비롯하여 제법 많은 지인이 아침부터 축하 인사를 보내주어 그날은 늦게까지 인사를 보내준 사람들에게 답례를 하는 데 적잖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이제 늙은이라는 표현을 피할 수 없는 인간에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인사해 주니 어찌 고마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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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은 개인 사에 있어서 가장 크게 기념하는 날의 하나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날의 인사와 답례를 통해 나와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들과의 감정의 깊이를 알 수 있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저 의례적인 관계인 줄 알았던 분의 진심이 담긴 축하 인사는 그분에 대한 감정을 새롭게 만들어 줍니다.

요즘은 세월이 좋아서 자신이 일일이 지인들의 생일을 기록해두고 기억하지 않아도 각종 SNS가 대신 기억하고 알려줍니다. 거기에 아주 편하게 보낼 수 있는 카드와 아름다운 인사말도 제공합니다.

보내는 사람은 의례적일 수 있지만 받는 사람은 참으로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이 바로 생일 축하입니다. 타인의 사랑을 구하기보다 자신이 스스로 사랑을 보낼 방법의 하나가 바로 이런 기념일을 기억하며 클릭을 몇 번 하는 것입니다. 아침마다 전하는 각종 SNS의 친구 생일 알림을 받아보고,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체 없이 일 이 분의 시간을 들여 사랑을 전하는 행동은 그대를 더욱 사랑스럽고 배려심 있는 이웃으로 만들어 주는 훌륭한 행동이 될 것입니다.

70년을 넘게 살다 보니 느낀 점 중의 하나가 있는데,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을 미루지 않는 것이 성공의 비결 중에 하나라는 것입니다. 눈으로 보고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행동으로 바로 옮기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사람에게는 성공이 늘 가깝게 자리합니다.

그런 습관은 성공뿐만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데에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나중에 더 좋은 것을 누리겠다며 지금의 희생을 감수하곤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희생이 뜻한 대로 훗날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과연 몇 번이나 있었나요?

뭔가 행동이 필요한 일이 떠오르면 당장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야 합니다. 이런 습관을 가진 사람이 사회적인 성취도 이루고, 사랑도 받고, 또 행복한 삶을 산다고 믿습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는 격언은 아마 모든 사람이 귀에 딱지가 내리도록 들어왔던 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그대가 성공을 쟁취할 여지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생일날 축하 인사 대신 친구가 보내준 한 편의 詩가 있습니다.

 

<한평생>  반칠환

요 앞,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했으며,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미루나무 밑에서 날개를 얻어 칠일을 산 늙은 매미가 말했다. 득음도 있었고 지음이 있었다. 꼬박 이레 동안 노래를 불렀으나 한 번도 나뭇잎들이 박수를 아낀 적은 없었다.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로 미뤄두고, 노래할 일 있으면 모레로 미뤄두고, 모든 좋은 일이 좋은 날 오면 하마고 미뤘더니 가뿐 숨만 남았구나.

 

 즈음 어느 바닷가에선 천 년을 산 거북이가 느릿느릿 천 년째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 한평생이다.

 

이 글은 서술 형식의 詩입니다.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모든 피조물은 하루를 살든 천 년을 살든 인생의 전 영역을 경험합니다.

사람들은 더 나을 때까지 즐거움을 미루라고 충고하지만, 시간은 가차 없이 흐르고, 인생은 덧없이 지나갑니다. 그리고 남는 것은 가래 섞인 기침뿐입니다.

지금의 시간을 즐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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