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에 대해 한국 정부가 배상할 것을 결정한 한국 법원의 1심판결에 한국 정부가 항소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는 역사를 바르게 인식하고 존중해 달라”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인사이드비나지가 10일 보도했다.
팜 투 항(Pham Thu Hang) 외교부 부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한국 법원의 판결과 한국 정부의 대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과거를 제쳐두고 미래를 내다보는 것을 옹호하지만 그것이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항 부대변인은 “이 문제의 객관적인 진실을 다 반영하지 못한 한국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한국 정부가 항소한 점을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 정부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항 부대변인은 “우리는 포괄적·전략적 동반자관계 정신에 따라 한국 정부가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존중하며, 전쟁의 결과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행동을 취할 것을 요청한다”면서 “그러한 행동이 양국관계 및 양국 국민간 우호관계를 공고히 하고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 부대변인의 이날 성명은 9일 한국 국방부가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한 사실에 대해 ‘베트남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공식 답변이다.
이날 국방부는 항소장을 제출하며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어 항소를 제기했다”며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항소심 판결이 내려질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지속적 협의를 통해 재판에 임할 것”이라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국방부가 항소한 1심판결은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7일 베트남 여성 응웬 티 탄(Nguyen Thi Thanh, 63)씨가 2020년 4월 한국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일부 원고 승소를 내린 판결이다. 재판부는 탄씨측이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액 3000만100원 모두는 인정하고, 지연손해금 일부는 기각해 원고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사실상 한국 정부의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이 일대에서 베트남군을 섬멸하는 작전 과정에서 해병 제2여단 1중대 소속 군인들이 작전 중 원고의 집에 들어가 총격을 가해 원고 가족이 숨진 것과 탄씨가 중상을 입은 것은 사실로 인정할 수 있다” 며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탄씨는 한국군이 1968년 2월 중부 꽝남성(Quang Nam) 디엔안사(Dien An xa, 읍단위) 퐁녓(Phong Nhat)과 퐁니(Phong Nhi) 마을에서 탄씨의 가족과 마을주민 74명을 학살했다고 주장하며 3000만1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었다.
이 판결에 대해 당시 베트남 정부는 “과거를 제쳐두고 미래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사실상 환영 성명을 내었다.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베트남전 당시 탄씨 마을의 학살 외에도 많은 외국군대에 의해 민간이 학살이 자행됐다. 가장 악명높은 사례는 1968년 3월 중부 꽝응아이성(Quang Ngai) 선띤현(Son Tinh) 미라이(Mỹ Lai) 마을에서 미군이 500명 이상의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이다.
한국군은 1964년부터 1973년까지 베트남전쟁에서 미군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32만여명의 병력을 파병했다. 한베평화재단에 따르면 꽝남성 외에 빈딘성(Binh Dinh), 푸옌성(Phu Yen), 꽝응아이성(Quang Ngai) 등지에서도 한국군의 학살행위가 다수 보고됐으며 이로 인해 사망한 민간인은 약 9000명에 이른다.
인사이드비나 2023.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