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월입니다. 한국의 3월은 봄을 부릅니다.
겨우내 시린 손을 호호대며 기다리던 봄기운이 2월을 사흘이나 뛰어넘어 3월로 성큼 들어서며 그 모습을 완연히 드러냅니다. 3월에는 개나리 노랑 꽃망울이 피어나듯 아름답고 멋진 일들이 그대에게 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골프를 친다면 그대는 내 친구>라는 문장은 미국의 전설적인 골프 교습가인 하비 페닉이 쓴 그린 북이라는 골프 교습서의 제호입니다.
골프를 치면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대부분의 골퍼들이 꼽는 가장 큰 요소는 동반자입니다. 골프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니 누군가 함께 할 동반자가 필요합니다. 골프라는 운동은 준비과정부터 시작하여 라운드를 끝나고 씻고 식사까지 함께하는 관례를 지킨다면 당일은 다른 약속을 할 시간적 여유가 사라질 정도로 하루 일정을 다 차지하는 운동입니다. 그런 골프의 특성상 라운드가 있는 날은 골프와 동반자에게 자신의 하루를 온전히 맡겨야 하는 형편이니, 동반자의 존재는 자신의 하루 운을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그런 여건에서 우리는 가능하면 호흡이 맞고 결이 비슷한 동반자와 라운드 하기를 원하지만 매번 맘에 맞는 친구와 함께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하는 친구와 하루의 일정을 전부 바쳐야 하는 골프 라운드를 위해 매번 일정을 맞춘다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낯선 사람과, 때로는 평소에 별로 호감을 느끼고 있지 않은 사람과도 라운드를 돌아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도 우리는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필드에 나섭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서로를 경계하거나 필드에서의 상황을 염려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같은 골퍼라는 믿음과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생면부지의 인물과의 라운드라고 해도 그날의 여정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동반자의 스윙을 조용히 지켜보는 약간의 인내심일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인내심을 통해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도 하고 그를 통해 골프에 대한 지식을 배우기도 할 것입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골프는 게임입니다. 누군가는 지고, 누군가는 이기는 승부가 있는 게임인데 우리는 게임의 상대에 대하여 경계하기는커녕 오히려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신의 행위로 인해 상대의 게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이게 무슨 조화인가요?
바로 이것이 골프만이 갖는 매력입니다. 친한 사람이건 낯선 사람이건 일단 필드에 함께 나서면 우리는 한 팀이 됩니다.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지위에 있던 간에 일단 필드에서는 골프의 기량을 겨루는 평등한 동반자의 관계를 갖습니다. 또한 게임을 하며 승부를 가리긴 하지만 그 승부가 골프의 동반자라는 관계를 뒤흔들만큼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골프의 승부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아마추어에게는 동반자의 관계가 승부보다 우선합니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라면 관계보다 승부가 중요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대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잊어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필드 위에서 동반자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하고 적의를 드러내거나 치팅해서도 안 된다는 골프의 기본 정신을 공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민사회에는 많은 골프 모임이 있습니다. 아마도 수 많은 각종 모임 중에서 골프 모임이 수적으로 으뜸일 것이라 짐작합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개인적 교류가 별로 없는, 회원 결속력이 좋아 보이지 않는 모임이라 해도 골프 모임 자체는 꾸준히 유지됩니다. 물론 이국에서 골프 친구를 만드는 것이 그리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 모임을 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모든 차이를 극복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우리, 골퍼는 골프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골프는 일, 가족, 인간관계 등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인생의 교훈을 가르쳐줍니다. 골프는 강인한 정신력과 신체적 유연성, 빼어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운동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자질은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골프를 통해 인생을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대가 이 아름다운 특징을 지닌 골프를 한다면, 비록 한 번도 라운드를 같이 하지 않은 경우라 해도, 우리는 푸른 잔디의 싱그러움을 느낄 줄 알고, 골프 게임의 엄정한 룰과 예의를 배웠고, 버디의 쾌감을 즐길 줄 알고, 오비의 아픔과 짧은 내리막 퍼팅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낀 바 있습니다. 그리고 골프를 통해 자신의 바닥을 다 드러내며 얼굴을 붉힌 적이 있는 공범자이기도합니다.
이런 기쁨과 아픔의 감정을 포함하여 수 많은 공감의 경험을 함께 나눈 그대가 남들보다 가까운 것은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그대가 골프를 사랑한다면 그대는 이미 수억의 친구를 가진 부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