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2일 오전 호찌민 총영사관본관에서 제 16회 재외동포재단문학상 수상식에서 청소년 초등부분 우수상의 영광을 받은 BIS국제학교 8학년에 재학중인 신지니 양을 만나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미래의 예비작가 신지니 학생이 쓴 글, < 퐁경이 아름답습니다> 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신지니 양의 자기 소개를 해줄래요?
저는 호찌민에 있는 BIS국제학교 8학년에 재학하고 있는 신지니입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한국학교 토요한글교실에 다니고 있습니다. 아빠는 신정재(44), 엄마는 강수진(40)이시구요 GAP. Inc.이라는 미국회사에 다니는 아빠의 해외 발령으로 24개월 때 베트남으로 건너와 줄곧 지금까지 이곳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먼저 이번 재외동포재단에서 시행한 제 16회 재외동포문학상 초등부문 우수상에 수상을 축하해요. 베트남에서는 처음있는 일이라고 하는데.. 신지니 학생의 수상소감은?
처음에는 그저 어떨떨했는데, 지금은 조금 자랑스럽기도 하고 스스로 기특하다는 생각이 조금 들어요. 굉장히 기쁩니다.ㅎㅎ
그리고 꼭 수상소감에 고맙다고 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제가 받아쓰기를 잘 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준 아빠의 후배 전성호(전 롯데건설 법인장) 삼촌한테 꼭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삼촌은 ‘받아쓰기계의 히딩크’ 라고 불리울 정도로 한글에 대한 사랑이 충만하여 제가 받아쓰기 100점을 받을 수 있도록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어요. 아마도 성호 삼촌이 없었더라면 < 퐁경이 아름답습니다>라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삼촌 고마워요!!”
이번에 받은 문학상 장학금은 어디에 쓰고 싶어요?
장학금이 있는지 몰랐는데, 엄마가 주시더라구요.너무 기뻤어요. 잘 가지고 있다가 엄마나 아빠 생일선물을 준비하고 싶구요. 또 나머지는 차곡차곡 모아서 대학 등록금에 보태고 싶기도 해요.
공모에 응시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퐁경이 아름답습니다>라는 주제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학교에서 한글을 배우면서 저의 경험을 글로 쓰며 마음을 표현했어요. 이번 대회는 제가 다니고 있는 한국학교 토요한글학교 학교 선생님께서 모든 학생들에게 이런 문학상이 있는데 글을 준비해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라는 말씀이 동기가 되어, 그동안 써 놓았던 글을 응시하게 되었습니다. < 퐁경이 아름답습니다>는 받아쓰기 시험을 통해 느꼈던 생각을 적은 것인데 원래는 총 5장의 글짓기였는데 엄마에게 응시하고 싶다고 보여드렸더니, 응시 제출 분량은 3장이라 말씀하셔서 5장 중에 2장은 받아쓰기 내용에 관한 글이라, 그 부분을 몽땅 빼고 3장으로 맞추어 응모하게 되었는데 예상외로 수상을 하게되고, 이렇게 인터뷰까지 해주시니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왜 < 퐁경이 아름답습니다>는 글이 전세계의 모든 교민, 초등부분 학생들과 겨루어 이렇듯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조금 상상하는 것을 좋아해요. 하나의 주제와 관련해 떠오르는 생각을 다양하게 적어 보는 습관도 있구요. 생각을 지도처럼 이어 나가면 뜻하지 않게 풍부한 이야기 거리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물론 토요한글학교에서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글쓰기 실력을 탄탄하게 다져 놓은 덕분도 있구요, 글에 필요한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에 대한 언어를 다시 배우고 짜임새 있게 엮어 나가는 것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그렇게 글을 썼습니다. 그게 이유가 되나요?
이번 재외동포문학상 수상전에 다른 상을 받아 본적 있나요?
네. 2번 있습니다. 김구 재단과 동남아시아한글학교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제 1회 < 백범일지> 독서 감상문쓰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또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베트남 협의회가 주최한 ‘2013 나라사랑, 통일염원 문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적이 있습니다.
베트남에 10년을 거주하고 있는데, 물론 글짓기도 탁월하지만 한국어도 유창하게 구사하네요. 언제부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거죠?
엄마가 7살 때 한글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면서 지금 다니고 있는 한국학교 토요한글학교에 다니게 하셨습니다.
한글을 1여 년을 배운 뒤, 학교는 잠시 중단하고, 계속해서 한글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글책을 읽는게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7학년으로 한글학교에 다시 다니며 받아쓰기 영역 등 보다 풍부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영어가 의사표현이 더 자유스러울 정도로 외국에서 지내고 국제학교를 다닌 지니양은 글 속에서 표현되는 언어 선택이 굉장히 섬세해요? 특히 글 중에 ‘겹겹이 쳐놓은 암막 커튼을 뚫고 찬란한 햇빛이 펜싱 칼처럼 저의 얼굴을 겨누고 있습니다’라든가? ‘2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들리는 선생님 음성이 마치 100미터정도에서 저를 잡으러 몰려오는 거대한 쓰나미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런 문장은 지니 양의 나이에 비해 상당히 어른스럽기도 하고 어려운 표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니양의 문학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어디서 이런 표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지요?
물론 책을 즐겨보는 것이 제일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엄마 아빠는 공부를 잘 하라는 말씀보다는 운동을 함께 하고, 책을 읽어라! 라고 강요보다는 여러 악기를 배우게하는데요. 저는 아빠와 엄마랑 같이 시간을 나누며 친구처럼 대화하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느끼는 감정과 상상들이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과 대화속에서 많이 배우고 느끼기도 합니다.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지니 양이 글을 참 잘 쓰는데요?
글을 잘 쓰는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요?
(엄마) 지니가 글을 잘쓰는 건 감수성이 남들보다 풍부하고 그걸 글로 전달하는 능력이 남들보다 아주 조금 더 나은 것 같습니다. 풍부한 표정과 감정을 지닌 아빠의 감수성과 감정을 물려받은 것 같고요. 주변에 친한 지인들이 많아 자주 만나 어울리면서 자기의 감정과 상대의 감정을 읽고 그걸 표현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진 것 같습니다. 물론 책도 많이 읽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가족은 게임을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영화를 보러 가는 일 등 거의 모든 생활 활동들을 함께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지니가 좋아하는 새로 개봉하는 만화 영화들은 아무리 유치한거라도 셋이 같이 보러갑니다. 이러면서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자연스럽게 얘깃거리가 많아지니 말수도 많아지게 되고 자기가 느끼는 것을 표정으로 표현을 하거나 때로는 그림으로 설명하게되고 이런 꾸준한 습관이 지니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10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모국이 아닌 제2국에서 자녀 교육을 하고 계시는데… 어떻게 한글을 저렇게 잘 가르치셨는지요? 타지에서 언어문제를 겪고 계시는 부모님들께 특별한 교육법이나 도움이 될 말한 지침이 있을까요?
(엄마) 죄송해요. 제가 특별히 이렇다할 교육을 시킨 것이 별로 없습니다. 아까 지니도 말했지만, 전 공부하라는 소리를 별로 안 합니다. 그저 학교생활에 충실하게 지내는 법과 학교의 도서관 활용을 권장하는 정도입니다. 지니가 그저 책을 읽는 것을 즐거워하는 편이라, 아이가 좋아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배려하고자 했습니다.
BIS초등학교 때 지니가 학교 도서관 이용을 너무도 즐거워해서 한달에 책을 100권 정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저 아이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게 선택권을 주고 선택을 하면 최선을 다해서 지원해주고 격려해주며 꼭 성공하지 않더라도 꼭 1등 2등이 아니더라도 ‘수고했다. 세상에는 아주 많은 기회가 있다’ ‘너무 노력하고 애쓰면서 살려고 안 해도 괜찮다’라고 말해줍니다. 그러므로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고 그로인해 어떠한 일을 하던지 부담감을 가지고 꼭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하기보다는 즐기면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모든 일에 임할 수 있었던게 지니가 이번 공모전에서는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너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빛나고 엄마 아빠에게는 기쁨이라고 평소에 자주 말해주었던 것이 제가 그저 말씀드릴 수 있는 아이 교육입니다.
지니양은 주로 어떤 책을 읽나요? 그리고 가장 감동깊게 읽은 책은 어떤책인가요?
저는 픽션이나, 교육만화를 좋아합니다. 특히 ‘엄마의 단짝친구’라는 책을 너무 재미있게 보았어요. 한글에서 묻어나는 세심한 감정표현들이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저는 영어로 의사 표현 하는 것이 한국어 보다는 더 쉽습니다. 하지만 글을 쓸때나 감정을 글로 옮겨 전달하거나 표현할 때는 한글이 더 재미있고 다양하여 좋습니다. 모르는 단어와 표현법은 엄마에게 물어보고 엄마랑 그 단어와 표현에 대해 얘기나누고 또 다른 것을 배우고 또 나만의 상상의 나래로 그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고, 감정을 글로 옮기는 작업이 전 즐겁습니다.
베트남에서 오래 생활했는데 한국에는 자주 가는 편인가요?
여기와는 많이 다른 곳인데, 한국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은 어때요?
한국은 매년 겨울에 나가고 있습니다. 어릴때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한국은 자주 나가고 있어 익숙합니다. 하지만 전 여기의 생활이 훨씬 더 좋습니다. 한국은 갈 때 마다 느끼는 생각은 참 바쁘다! 입니다. 그리고 GIGA WIFI 최첨단 기술, 잘생긴 남자, 패션, 추운 날씨의 겨울 등이 떠오르는 매력적인 곳이라 생각합니다. 여기와 대조적인 분위기가 즐겁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지니양은 작가에 대한 미래 희망을 갖나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글 쓰는 것이 좋습니다. 책 읽는 것도 좋구요. 조금 더 지내보면서 제가 제일 잘하고 제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대학 진학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싶어요. 이전에 클라리넷 앙상블이라는 곳에서 주최하는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봉사 활동을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아! 그리고, 대학을 가면 유니세프 일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갑자기 생각난 듯 큰 소리로 대답하는 신지니 학생, 이유가 뭐지? 하고 물어보는 대답에 글을 쓰면서 돕는 일도 있을 것이고, 음악 활동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도 있을꺼라며, 아직은 정확한 계획을 세우지 못한듯 쑥스럽게 대답한다.
나이에 비해 굉장히 성숙한 작품이라는 칭찬을 받았던 ‘퐁경이 아름답습니다’로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 지니양, 그의 미래는 이제 고작 시작 단계에 접어들었을 뿐이다. 외국에서 자라면서 모국어를 몰라서 부모와 소통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가족이 심심찮게 눈에 띄는 요즘, 비록 늦게 배운 한글이지만 단시일에 이렇게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더불어 한글로 훌륭한 문장를 만들어 글짓기 우수상을 수상하는 지니와 같은 어린 학생이 있는 이상 우리나라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한글날, 지니양의 인터뷰를 쓰면서, 그래 바로 누구나 배우기 쉽고 사용하기 편한 한글이 있기에 이런 훌륭한 어린이가 나오는 것이라 생각하니 새삼스럽게 한글에 대한 고마움이 새록새록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