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한주필칼럼 – 惜吝成屎(석인성시), 아끼지 말고 써라.

 

우리가 살아가면 흔히 겪는 갈등 중에 하나, 혹은 성격 풀이에 자주 사용되는 질문의 하나로, 식탁에 맛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다면 무엇부터 먼저 먹겠는가? 물론 경쟁자가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죠. 형제들끼리 모여서 먹는 식탁이라면 일단 맛있는 것부터 손이 가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혼자 먹는 경우는 어떠세요?

이런 선택은 군 복무 중에도 흔히 거론되는 화두입니다. 오늘이 부대에서 순번으로 돌아가는 외박 순서인데, 오늘 나가도 되지만, 내일 부대장이 휴가에서 돌아오면 그때는 하루 외박이 아니라 이틀간 특박을 주겠다 하는 경우는 어떤 것을 택할 건가요? 군대에서는 가차 없이 당장 돌아오는 혜택을 받아야 합니다. 이틀 후에 간다는 특박이 사정상 못 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까요.

우리의 삶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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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미래를 위한 준비로 소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청소년 때에는 좋은 대학에 가기위해 놀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입시에 매달리고, 사회에 나가서는 승진을 위해 오늘의 여가를 반납하고 일에 매진하고, 집을 마련하기 위해 허리를 졸라매고, 나이가 들면 노후를 위해 또 현재의 불편을 감수하며 지냅니다. 그러다 노후가 되면 맘 놓고 즐길까요?

며칠 전 친구가 카톡으로 위 제목, 惜吝成屎(석인성시) 라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아낄 석(惜), 아낄 린(吝), 이룰 성(成), 똥 시(屎), 사자성어에 이런 글이 있나 싶기도 한데, 아무튼 해석하면 ‘아끼고 아끼다 똥된다’는 뜻입니다.

친구가 보낸 글에는 어느 부부의 사연이 담겨있습니다. 노후에는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시골에 농장을 마련하고 일 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하며 살겠다며, 시골에 집을 사고 작은 농장을 마련하느라 등골이 휘도록 노력한 부부가 이제 모든 것을 다 마련해가는데, 어느 날 남편이 암으로 먼저 떠납니다. 홀로 남은 부인은 그 멋진 농장에서 무슨 노후를 즐길 수 있겠습니까?

그 글을 읽으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잘살고 있나?

대부분 환갑이 지나면 그때부터는 노후에 대한 염려가 늘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게 됩니다. 열심히 돈을 모아서 죽을 때까지 어려움 없이 지내겠다는 생각에 쓰고 싶고 하고 싶은 일을 억제하며 불편을 감수하며 삽니다. 사실 이미 노후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일할 수 있는 나이라며 더 먼 장래에 빈곤한 삶을 피하고자 참고 또 참습니다. 하긴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으니 뭐 새삼스럽지도 않지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친구가 보낸  이야기의 남자처럼 어느 날 갑자기 하늘이 부르면 가야 합니다. 그 순간이 되면 나중에, 노후에 잘 살겠다고 열심히 아끼고 욕구를 누르며 지낸 세월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세상사가 그렇습니다. 오늘 화창한 날씨가 내일은 먹구름이 몰려와 종일 비가 내릴지 모릅니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열심히 일을 쫓아다니는 친구, “적당히 하고 여가를 좀 갖지 그래” 하며 너무 일에만 빠져 사는 모습이 안쓰러워 넌지시 던지면, 그도 물론 동의합니다. 그래 이제는 그래야지, 올해까지만 열심히 하고, 이제 주식에 투자한 돈으로 노후 준비는 마친 셈치고, 내년부터는 일에서 손을 떼고 여행이나 하면서 살겠다며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듯합니다.

그날이 올까요? 그날은 자신이 애써 만들지 않으면 절대 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엉뚱한 일로 힘들여 모아둔 자금을 한 번에 다 써야 할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이 생기면 그 친구는 평생 일만 하다가 죽을 운명이 됩니다. 그 친구가 나중에 회한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유일한 방안은 지금, 오늘부터 당장, 여가 시간을 점차 늘리는 것뿐입니다. Do it now!

나중에 잘 살겠다는 생각보다 오늘을 즐겁게 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물론 미래를 준비하며 살아야 함은 당연히 살아있는 자의 책임입니다. 특히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늘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두어야 합니다.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며 그에 대항하기 위한 계획과 자금을 준비해두어야 합니다. 한창 꿈을 만들어 갈 청소년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사업과는 별도로 개인의 삶에 있어서는 현재를 참으면 미래가 밝아진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을 감안해야 할 듯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기다리던 미래가 안 올 수도 있다는 생각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야 지금 살고 있는 오늘에 정성을 들일 테니까요.

우리처럼 고국을 떠나 이국에서 살고 있는 이방인들은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가 그동안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 가족과 친지들과 자주 만나며 정을 나눌 시간이 가질 것이라며 다짐하며 삽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 날이 올까요? 누군가 그리운 이가 있다면 지금 당장 카톡이라도 보내는게 아쉬움을 푸는 방법입니다.

Do it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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