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한주필 칼럼 – 메기효과( Catfish Effect)

메기효과라는 것을 아시나요?

노르웨이에서는 정어리를 많이 잡습니다. 정어리를 잡은 배에서 싱싱한 정어리를 항구까지 운반해 와야 제값을 받고 넘길 수 있는데 정어리는 잡혀서 배에 있는 수조에 갇히기만 하면 얼마 못 가서 바로 죽고 맙니다. 어부들은 고민이 많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정어리를 항구까지 생존하게 하느냐 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우연히 함께 잡은 메기를 정어리와 같은 수조에 넣었는데 그게 대박을 쳤다는 겁니다. 몇 마리는 메기에게 잡아먹이었지만 대부분 남은 정어리는 모두 생생하게 살아있었다는 것입니다. 메기는 정어리의 천적입니다. 천적으로 부터 목숨을 구하려고 긴장하며 피해 다니다 보니 싱싱한 활기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즉, 메기효과란 강한 경쟁자의 출현으로 활동 수준이 높아져 전체 분위기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의미합니다. 역사학자 토인비는 좋은 환경보다 가혹한 환경이 문명을 낳고 인류를 발전시킨다고 주장하며 메기 효과를 인용했습니다.

user image

“가장 위험할 때는 만사가 다 잘 돌아갈 때”라는 말을 기억하시죠.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 그렇습니다. 나라나 회사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면 우리는 서로 경쟁하며 상대를 이겨야 더 많은 이익을 취하고 그런 이익을 통해 나라가 발전하고 회사도 성장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경쟁자가 사라지고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그간의 문제점이 없어지며 만사가 잘 돌아갈 때, 우리는 잠시 행복을 만끽하지만, 사실은 그것은 위기의 전조일 뿐입니다. 또 다른 폭풍이 밀려온다는 신호입니다.

인류 역사에 일어난 대부분의 전쟁은 모두 평화에 젖어 있을 때 일어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전쟁을 하려면 준비를 해야 하는 데, 그 준비 시기에는 다른 다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평화를 앞세우고 힘을 모아야 합니다. 상대가 평화롭다고 믿고 방심할 때를 기다려 전쟁이 일어납니다. 현재 상황을 봐도 그렇습니다. 1945년 2차 대전 종전 이후 그리고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진 이후 지구촌은 반세기가 넘도록 평화에 빠져있었습니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은 달콤한 평화에 빠져 전쟁을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전 인류는 에너지와 식량 수급 차질로 인한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구촌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일어납니다. 이 모두 오랜 평화의 대가라고 봐도 될 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작금의 정세에서 한국만은 K-방산을 내세우며 신바람을 날립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요? 바로 북쪽의 강력한 경쟁자가 우리의 평화를 위협한 덕분에 우리는 늘 준비하며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적국을 두고 종전이 아닌 전쟁 중이라는 의미의 휴전 상황을 70년을 넘도록 견디면서 늘 대비하고 준비하며 살아왔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다른 나라가 안일한 평화에 젖어 전쟁이라는 재앙을 잊고 있을 때 한국만은 전쟁의  메기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은 그렇게 메기 효과를 누리며 의외의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베트남에 있는 한국인들은 어떤가요?

코로나 이후 많은 기업이 베트남에서 철수했습니다. 특히 소규모 영세기업들이 오랜 기간의 봉쇄를 견디지 못하고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반면에 살아남은 기업은 기회가 온 것입니다. 경쟁자가 사라졌으니 이제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코로나라는 최강의 메기가 사라진 수조 안에서 정어리는 잠시 찾아온 평화를 만끽하고 다가온 기회에 꿈을 키우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오히려 더욱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먼저 코로나 정국에서 탈출하기 위해 그간에 축적된 에너지가 거의 다 소비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앞으로 사용할 에너지 창고는 텅 비어있는데, 경쟁자가 사라진 시장은 축소되고, 위기를 겪은 고객의 소비 심리는 위축되어있습니다. 더구나 전대미문의 역병은 세상을 완전히 딴판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새로운 국면을 인식하지 못하는 자에게 생존은 결코 축복이 아닙니다. 그저 의미 없는 목숨을 잠시 연장한 것뿐입니다  

메기효과가 사라진 이후 세상에는 또 다른 위기가 이렇게 드러납니다.   

이제 축소되고 변화된 시장에서 고갈된 에너지를 쥐어짜며 홀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만 합니다. 이것이 살아남은 자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바닥난 에너지를 채울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변화된 시장에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 연구하며 대응방안을 찾아내야 합니다.

정신적으로 코로나 전에 가진 사고를 전면적으로 개조하지 않으면 새 국면에서 살아갈 자격이 없습니다. 이렇게 위기의 종을 다급하게 울려도 그저 “조급할 것 없어, 될 일은 어차피 될 거야” 하며 안일하게 대처하다가는 무대가 저승으로 바뀔 판입니다.

이제야말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진짜 생존을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입니다.

 

 

<멈추지 마라>  양광모

비가 와도 가야 할 곳이 있는 새는 하늘을 날고/

눈이 쌓여도 가야 할 곳이 있는 사슴은 산을 오른다/

길이 멀어도 가야 할 곳이 있는 달팽이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길이 막혀도 가야 할 곳이 있는 연어는 물결을 거슬러 오른다/

인생이란 작은 배/

그대 가야 할 곳이 있다면 태풍이 불어도 거친 바다로 나아가라.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Copy Protected by Chetan's WP-Copyprot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