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골프 경기를 시청하다 보면 프로 선수들도 참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합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도 엉뚱한 샷을 해서 해저드에 빠지고 오비가 나곤 하는 것을 보면 골프는 정말 정복이 없는 운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골프가 가장 기복이 심한 운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잘 맞을 때는 핸디를 5타 이상도 줄이다가 안 맞을 때면 그보다 10타 이상도 기록하는 게 골프입니다. 다른 운동은 별로 그런 경우가 없지요. 한번 잘 치는 선수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계속 실력을 발휘합니다. 테니스 같은 경우만 해도 빼어난 실력을 갖춘 몇몇 선수가 계속 우승 트로피를 나눠 갖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지만, 골프의 경우는 여간해서는 한두 선수가 계속 우승하는 경우가 드물지요.
골프 역사상 가장 길게 지속적으로 우승을 기록한 선수는 바이런 넬슨으로, 그는 1945년 PGA 투어에서 11개 대회 연속 우승과 그 해 단일 년도 18개 대회 우승 대기록을 남겼습니다. 11개 대회를 연속으로 우승 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가 하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필드에서는 한 타도 소홀히 친 적이 없었다고 술회합니다. 모든 타에 최선의 샷을 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늘 이 샷이 내 인생 최고의 스윙이고, 최고의 샷이라는 생각으로 집중했다는 것인데, 보통사람은 실행이 불가능한 일입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최고의 샷이 아니라, 늘 기대 이하의 샷을 날리고 한탄을 합니다. 결국 골프를 잘 치는 필요 요소는 최고의 샷을 위한 집중입니다.
골프는 나이가 들어도 걸을 수만 있다면 치는 운동이라고 하지요. 맞습니다. 하지만, 골프도 게임인데, 게임이 될만한 수준을 갖기 위하여는 최소 200야드 내외의 드라이브 거리가 필요합니다. 블루티는 젊은이들에게 양보하고, 겸손하게 화이트 티로 내려가 친다 해도 200야드를 보내지 못하면 대부분이 홀에서 세칸 샷에 아이언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자연히 골프가 엉망이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거리가 짧아졌음에도 공을 쳐야 하고, 게임은 해야 합니다.
한동안 공을 너무 허접하게 쳐대니 공 좀 친다는 친구들이 재미없다고 슬슬 피합니다.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근력을 키우던가 나이에 적합한 스윙을 개발하던가 해야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퇴짜 맞은 늙은이로 게임이 아닌, 걷는 운동으로 골프가 바뀌고 말 것입니다.
최근에 노화된 근력을 사용하고도 적절한 거리를 낼 수 있는 타법을 연구했습니다. 아마 많은 저와같은 고민을 공유하는 대다수의 시니어 분들, 귀가 솔깃하지요. 그닥 참신하고 새로운 얘기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하고 발견한 타법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손목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손목 스윙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손목 사용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손목을 사용하면 아무래도 타점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아 방향성이 안 좋기 때문입니다. 몸 상태가 좋은 젊은 사람은 허리를 이용한 회전 운동으로 공을 가격하면 거리도 충분히 나고 방향성도 좋습니다. 그러나 시니어의 경우 허리는커녕 무릎도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되었는데 그런 몸통 스윙을 고집하다간 허리나 무릎에 심각한 고장이 발생하여 아예 골프장을 떠나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손목 스윙입니다. 몸동작을 최소화하고 손목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스윙하는 것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근력이 아닙니다. 손목의 유연한 움직임만 갖는다면 어려움이 없습니다. 요령은 먼저 올바른 손목 코킹을 익히고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얼리 코킹(Early Cocking) 동작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다음 어드레스 후 얼리 코킹으로 스윙을 시작합니다. 코킹을 먼저 하고 어깨를 돌리면 백스윙이 완성됩니다. 다운스윙 시 손목이 일찍 풀리는 것만 주의하면 됩니다. 예전보다 손목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손목을 꺽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임팩트까지 손목을 풀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채를 던집니다. 아무리 늦게까지 손목을 풀지 않아도 공을 맞추려면 임팩트 순간에는 자연히 손목이 릴리스 됩니다. 일찍 코킹하고, 늦게 릴리스하는 것이 손목 스윙의 요령입니다.
이 스윙을 할 때 어깨를 애써 돌리며 백스윙을 크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얼리 코킹한 손목이 백스윙의 크기를 보장합니다. 스윙아크는 작아지는 대신 몸을 덜 쓰고도 타격에 필요한 속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참고로, 유튜브(https://www.youtube.com/watch?v=5lT3U7YQ5ZQ)를 한번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요즘 이 손목 스윙을 시연한 덕분에 핸드가 좀 줄었습니다. 거리도 제법 늘어서 세칸 샷에 아이언이 잡히는 홀들이 종종 나옵니다. 한동안 재미 없다고 슬슬 피하던 친구들이 흥미로운 눈길로 돌아봅니다. 이제 남은 일은 바이런 넬슨처럼 늘 집중하며 최고의 샷을 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건 잘 안 되더라구요. 필드에 머무는 4시간 여를 집중한다는 것은 시니어에게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르는 일만큼 힘든 과제입니다. 자꾸 집중이 떨어져 가끔 엉뚱한 샷을 날립니다.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이야말로 순전히 나이 탓인 듯합니다. 할 수 없이 70 넘은 시니어에게는 가끔 멀리건의 은혜를 베풀라고 떼를 씁니다.
대부분 흔쾌히 양해해주시더군요. 나이든 인간을 예우하는 한국인의 예절이 이국의 골프장에서도 통하고 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