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3,Saturday

인도네시아-베트남, 중국영해침범에 공동대응하나?

동남아시아의 인구(人口) 대국 인도네시아가 남중국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대한 본격적인 개발에 돌입하면서 중국과 외교적·물리적 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대부분을 자국의 영해(領海)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이 수역에 대한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도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 반중(反中) 전선을 만들어가는 모양새가 형성되고 있다고 조선일보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과,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을 인용하여 31일 보도했다.

미 외교 전문지 더디플로맷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외신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응우옌쑤언푹 당시 베트남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최대 현안이었던 EEZ 획정 협상을 타결했다. 두 정상은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 측 EEZ 안에 있는 나투나 제도 인근 대륙붕 ‘투나 블록’ 개발 프로젝트에도 최대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인도네시아가 총 30억달러(약 3조7000억원)를 투자해 이 지역 가스전을 개발하고, 2026년부터 이 천연가스를 베트남에 수출하기로 했다. 투나 블록에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 약 1억배럴(원유 환산 기준) 이상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중국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두 나라는 지난 10여 년간 EEZ 범위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인도네시아는 나투나 제도 인근에서 조업하는 베트남 어선 수십척을 나포하고, 때론 어선들을 박살 내기도 했다. 지난 2017년에는 인도네시아가 베트남 어선 5척 나포에 나서자 베트남 해군 함정들이 나서 구출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가 베트남과 과거 앙금을 씻고 EEZ 협상을 타결하며 대륙붕 개발에 나섬에 따라 중국에 맞설 대항 세력으로서의 존재감도 커질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1953년 남중국해를 혓바닥 모양으로 둘러싼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을 긋고 해당 해역을 자국 영해라고 주장해왔다. 2000년 전 한(漢)나라 때부터 이 해역의 섬들을 관리해 왔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 수역에 대한 무력 행사도 서슴지 않고 있다. 남중국해 무인도에 인공섬을 짓고 군사기지를 건설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지난 2016년 구단선에 대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의 공격적인 진출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번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양국이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한 나투나 제도 인근 해역도 중국의 구단선 안에 들어가 있다. 이 제도는 중국의 하이난섬에서는 1500㎞, 인도네시아에서는 270㎞ 떨어져 있다. 닛케이는 “인도네시아가 베트남과 EEZ 협상 타결로 중국 대응에 탄력을 받게 됐다”며 “인도네시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교훈 삼아 (중국의 도발 등) 남중국해에서의 예상치 못한 사태를 경계하고 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도네시아는 남중국해 주변의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필리핀과 해양 안보 강화를 위한 방위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양국은 테러 대응과 국경 관리 등 안보 분야는 물론 에너지, 해상 개발, 교육, 보건 등의 분야에서 5개년 계획을 세우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 및 브루나이와는 올 상반기 중 나투나 제도 인근 해역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군은 미국·일본·호주·인도 간 다자(多者) 안보협의체 ‘쿼드(Quad)’와 공동 군사훈련도 추진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대만 등은 그동안 중국 구단선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고 말했다.

중국 측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인도네시아·베트남의 EEZ 협정 타결에 대해 “남중국해의 해양 경계 획정 협상은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우스춘(吳士存) 중국 남해연구원장은 SCMP에 “지역적 반발이 커지면 중국이 해군이나 해안경비대 등 해상 억지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도 쉽사리 인도네시아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인구가 2억7300만명에 이르는 데다, 필리핀(1억1400만명)·베트남(9700만명)·태국(7200만명)과 연대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역시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관계가 중요하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말 해안경비대 소속 대형 함정을 나투나 제도 인근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콜린 고 싱가포르 국방전략연구소(IDSS) 연구원은 “루비콘강(돌이킬 수 없는 지점)은 건너지 않으면서 불쾌감을 표현하는 중국 정부의 위력 시위”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202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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