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베트남 전진기지 역할을 할 ‘롯데몰 하노이’가 현지 공략을 위한 비밀무기로 K푸드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유명 맛집을 베트남에 그대로 옮겨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베트남 젊은 층을 불러들이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2030년까지 6%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베트남을 차세대 해외사업 근거지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한국경제지가 29일 보도했다.
이날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몰 하노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롯데백화점은 최근 국내 유명 맛집들과 입점 협의를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롯데몰 하노이 3층 한쪽을 K푸드 스트리트로 꾸밀 예정이다. 불고기로 유명한 사리원을 비롯한 다수의 외식 브랜드를 유치해 베트남 현지에서도 한국 식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오는 8월 하노이 신도시 상업지구인 떠이혹에 문을 여는 롯데몰 하노이는 영업면적 7만3000㎡ 규모 복합 쇼핑몰이다. 롯데는 쇼핑몰뿐 아니라 호텔, 레지던스, 오피스 등으로 구성되는 복합단지를 짓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공정률은 60%를 넘어섰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식음료(F&B)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쇼핑몰의 흥행은 사실상 먹거리에 달려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롯데몰 하노이가 들어서는 서호 상권은 베트남 전통 부촌으로 통한다. 인근에 고급 빌라와 아파트 개발이 이어지고 있어 중산층 이상의 소비 인구가 늘고 있다.
롯데몰 하노이에 명품 브랜드를 적극 유치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시계 브랜드 태그호이어 유치를 위해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프레데릭 아르노 태그호이어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설득하기도 했다.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와 스포츠 테마파크 챔피언1250 등 각종 체험 공간도 베트남 최초로 롯데몰 하노이에 들어간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베트남은 날씨가 덥고 비가 많이 내리는 기후 특성상 복합쇼핑몰이 인기를 끌기 좋은 환경”이라며 “롯데몰 하노이를 쇼핑과 여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롯데는 하노이 롯데몰 개점을 시작으로 베트남 시장을 본격 파고들 계획이다. 롯데는 베트남 경제 중심지인 호찌민에도 사업비 9억달러(약 1조1100억원)를 투자해 대형 복합 단지를 짓고 있다. 이곳에도 하노이와 비슷하게 쇼핑몰과 호텔, 레지던스 등이 함께 들어선다. 코엑스의 1.5배 크기로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롯데가 베트남 사업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베트남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 유통군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던 롯데는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때 중국에서 100개가 넘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운영했지만, 현재는 사실상 발을 뺀 상황이다.
중국에서 뼈아픈 실패를 맛본 뒤 글로벌 유통 사업 확장에 주춤하던 롯데는 동남아를 주 무대로 재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 뒤 첫 해외 출장지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낙점하는 등 열의를 보이고 있다.
한국경제 2023.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