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의 고별 경기가 아쉬운 패배로 마무리 됐다. 우승컵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라스트 댄스’를 꿈꿨지만 간발의 차로 뜻을 이루지 못 했다고 중앙일보가 16일 보도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이날 오후 7시30분(현지시간) 태국 빠툼타니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이하 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에서 태국에 0-1로 졌다. 앞서 치른 1차전에서 2-2로 비긴 베트남은 합산 전적 2-3으로 준우승에 그쳤다.
지난 2018년 베트남을 이 대회(당시 명칭은 스즈키컵) 정상에 올려놓은 박 감독은 ‘동남아시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미쓰비시컵 무대에서 준우승 이력을 추가하며 우승 1회, 준우승 1회를 기록했다.
전반 25분에 내준 선제 실점이 마지막 도전에 나선 박 감독의 발목을 잡았다. 태국 간판 공격수 티라톤 분마탄이 아크 외곽에서 기습적인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베트남의 골망을 흔들었다. 왼발을 주로 쓰는 티라톤이 오른발로 시도한 슈팅에 베트남 수비진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 했다.
이후 베트남이 몇 차례 만회골 찬스를 잡았지만, 골 결정력 부족으로 스코어를 따라잡지 못 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이 살아난 태국이 전반적인 경기 흐름을 장악했다. 베트남이 후반 들어 공격자원들을 잇달아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 했다.
후반 추가시간 태국 미드필더 피라돌 참라사미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지만, 베트남이 수적 우세를 활용하기엔 시간이 모자랐다.
마지막 도전 무대는 패배로 끝났지만, 베트남과 함께 한 박항서 감독의 지난 5년간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130위권이던 베트남의 FIFA 랭킹을 96위(최고 순위는 2021년 92위)까지 끌어올리며 명실상부한 동남아 최강 반열에 올려놓았다.
지난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아시안컵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 등을 이끌며 베트남 전성시대 개막을 알렸다. 2019년엔 동남아시안(SEA)게임 우승과 AFC 아시안컵 8강을 달성했고 2021년엔 SEA게임 2연패와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을 이끌어냈다.
마지막 대회를 우승으로 장식하진 못 했지만, 경기 후 시상대에 오른 박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가벼운 미소와 함께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악수를 나눴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태국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순간엔 진심을 담아 박수를 보내며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
한편 이날 결승전에서는 잔니 인판티노(Gianni Infantino) FIFA 회장이 AFF컵 규모를 확대해 개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약속했다고 인사이드비나지가 17일 보도했다.
인판티노 FIFA 회장은 16일 태국 탐마삿(Thammasat) 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태국의 결승 2차전을 직접 참관하고 우승팀 태국 선수진에 우승트로피와 메달을 수여했다.
현지매체들에 따르면 인판티노 회장은 전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세안 축구의 성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팬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며 AFF컵과 함께 AFC(아시아축구연맹)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중앙일보 2023.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