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성따이읍(thị xã Sơn Tây, Hà Nội)에 자리잡고 있는 등럼 옛마을은 고도 호이안과 하노이 옛시가에 이어 베트남을 대표하는 3대 전통마을이다. 이끼바랜 붉은색 현무암 벽돌로 지어진 집들이 즐비한, 최소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곳을 방문하게 되면 베트남 전통문화와 뿌리, 그리고 베트남의 독창적인 중세 건축양식도 돌아볼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300년전 농촌마을이 눈앞에 펼쳐지다!
Đường Lâm 옛마을은 지난 2006년 5월 정부로부터 베트남 최초의 ‘옛마을’, 즉, 베트남 문화유적지로 선정되어 국내외적으로 더욱 널리 알려졌다. 이 마을에는 화려한 종교적 기교나 눈부신 건축물은 없지만 소박한 농경사회의 삶의 모습들이 오래도록 간직되어온 곳이라 더욱 소중하고 애착을 느끼게 만든다. 특히 북부 홍강델타 지역에 위치한 이곳은 대대로 농사를 짓던 전형적인 베트남 농촌마을을 대표하는 곳답게 등럼 마을 주민들은 예의 바르고 상냥하고 붙임성이 있어 이 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마음을 가볍게 해준다.
고대 영웅의 정기가 서린 곳
이곳은 하노이 중심부에서 서쪽으로 약 50km 떨어져 있으며 차로는 약 1시간 거리다. 노선버스 이용시 킴마(Kim Ma) 버스터미널에서 201번을 타고 선타이(Son Tay) 버스터미널에 하차하여 택시로 약 10분정도 가면 이곳에 도착한다. (하노이 일대 호텔에서 오전에 출발하면 성따이 마을까지 1시간 정도 걸림) 이곳에 발길을 들여 놓으면 제일 먼저 이 마을 설립자를 모신 Mong Phu Temple과 베트남의 고대 왕 응오귄과 풍흥왕의 제단을 모신 사당을 먼저 방문하게 된다. 이곳 안내원의 말대로 사실 등럼 마을이 유명해진 것도 고대 베트남 왕 Phung Hung (761~802) 과 Ngo Quyen (896~944)왕의 출생지라는 점이 한몫했다. 이 두 사람은 외세의 압제에 항거하여 독립운동을 했고 독립을 쟁취한 이후에는 왕위에 올라 나라를 다스렸으며, 그들의 사후 마을 사람들이 공적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사당을 세웠는데,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고대 마을의 역사는 1,2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세 건축양식이 고스란히
이 마을의 대표적인 상징물 중 하나가 몽푸(Mong Phu)마을 어귀에서 볼 수 있는 대문인데, 1684년 레희또옹(Le Hy Tong)왕조 때 지은 베트남 전통 건축물이다. 이 빛바랜 마을 어귀 대문을 지나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최소한 300년이 지난 골목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무려 10세대를 이어오며 다진 길, 오랜 담벼락을 보면 마치 박물관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더군다나 길이 마치 물고기의 뼈 형상으로 만들어져 더욱 흥미를 자아낸다. 이 골목길을 지나 마을 여기저기를 돌다 보면 300년 이상 된 성수, 옛 우물, 연꽃 저수지, 고풍스런 기와지붕 등이 이국적 정취를 자아낸다. 특히 각종 옛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한 연속적인 현무암 벽돌벽 구조물들이 아름다운 농촌 전경과 조화를 이루며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등럼 마을의 핫플레이스 ‘옛 가옥’
이곳에는 총 956채의 전통 가옥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데(Đông Sàng마을 441채, Mông Phụ마을 350채, 그리고 Cam Thịnh마을 165채), 이중에는 400년이 넘은 고가도 있지만 대부분은 1649년, 1703년, 1850년 등에 건립되었다. 한편 각 집마다 공통점이 있는데 견고한 목재를 기초로 외부를 현무암 벽돌을 쌓아 지었다는 점이다. 각 집안에는 조상을 모시는 제단이 있고,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도 저마다 보존되어 있다. 또한 실내에는 당시 유교문화권에 속했음을 증명하는 한자들이 여기저기 보이며, 가구나 기둥, 문틀 등에 거북,
봉황, 기린, 용 등의 형상이나 문양도 자주 보인다.
특히 이 가옥들은 수백년이 지났는데도 상태가 대단히 양호한 데다, 구조상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따스하고, 공기소통과 자연채광이 잘 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오늘날의 현대 건축가들에게도 영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윙방흥 (Nguyen Vam Hung) 옹의 주택
1649년 건립된 이 가옥은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주택으로, 이곳을 방문하면 옛 건축양식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즉, 집 전체를 바치고 있는 지름30cm의 대들보, 정교하게 조각된 각종 문양들, 붉은 색 휘장으로 반쯤 가려진 제단, 이밖에 집안 곳곳을 장식하는 꽃병, 향단 액자, 신주, 각종 장식 등 볼거리가 많다.
등란 (Đường Lâm) 부인의 가옥
1870년에 새워진 이 집은 문턱이 매우 높은 게 특색인데, 방문객들이 이곳으로 들어오려면 발을 디딜 때 자연스레 머리를 숙이게 된다. 안내원의 설명에 따르면 누구든 집안에 들어오는 사람은 집주인에게 존경의 표를 하도록 의도되었다고 한다. 한편 뒷 마당에는 옛 간장 항아리가 모여 있는데, 마치 한국의 옛 시골 마을을 연상케 한다.
영웅을 모신 성소, 마을 회관(사당)
이곳의 마을 회관은 신을 섬기는 장소로, 구역에 따라 5개의 마을 회당이 있다. 즉, Doai Giap과 Cam Lam 마을회관은 당나라 대군을 물리친 Phung Hung왕을 기리는 곳이며, Cam Thinh회관은 레 왕조시대의 민족의 영웅 Cao Phuc Dien옹과 마을 설립자를 공동으로 섬기는 곳이다. 또한 Dong Sang 회관은 토속신을 숭배하는 곳인데 한 때 불타 마을 사람들의 기금을 모아 재건되었다. 그리고 Mong Phu 마을 회관에는 Tan Vien Son옹을 모시는 제단이 있는데, 이곳은 특히 지역 문화행사나 축제가 있을 때마다 마을 사람들이 전부 모이는 장소다. 이 마을 회관은 정교한 장식으로도 유명한데, 흔히 미술가들 사이에 독창적 조각예술의 극치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이 마을에는 21개의 사원, 탑, 무덤 등 다양한 국가유적지와 지역 유적지들이 있으며,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오는 독창적이면서도 다양한 축제, 예식 등이 지금도 행해지고 있다. 이밖에 Guom, Ho Gam 언덕이나 응오귄, 훙흥 왕에 얽힌 전설이나 설화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베트남 북부 옛 마을의 소박한 모습과 지역 주민들의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한 등럼 마을은 방문객들이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요즘과 같이 각박하고 분주한 세상에 지금도 이처럼 소박한 삶을 살아간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기회가 된다면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 등럼 마을을 돌아보며 인생을 돌아보는 것도 나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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