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3,Saturday

한주필 칼럼 – 축알못의 월드컵 썰

 

 

 

요즘 카타르에서 열리는 월드컵 덕분에 저녁 시간이 심심하지 않지? 맞아, 카타르 월드컵이 겨울에 열리거나, 유럽 축구 리그 중에 열리건 말건 우리에게는 별 상관없는 얘기지. 우리 같은 축알못은 그저 한국 게임을 중심으로 구경이나 하면서 나름대로 즐길 뿐이지. 그런데 축알못이라는 말을 알긴 하나? ‘축구를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을 일컫는 인터넷 용어라고 해. 오늘은 축알못 노릇을 해볼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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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축구를 알아야 얼마나 알겠어. 그저 운동게임의 하나일 뿐이지. 그리고 축구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직접 뛰기에는 너무 힘든 운동 아닌가? 고등학교 때와 군대 복무 중에 단체대항 축구를 하긴 했지만 그저 죽자고 몰려 다니며 상대를 발로 차는 게 전부인 참 무식한 운동이었어. 그런데 그런 축구가 우리에게 가까이 오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고 나서 부터지. 그때는 모든 국민이 다 정신이 나갔었어. 붉은 악마의 신화는 그때부터 시작되었지. 붉은 악마라는 이름이 너무 멋지지 않아? 악마의 열정이 부러운 천사가 스스로 만든 이름인 듯해.

그리고 그 후에는 그런대로 꾸준히 축구는 국민들의 관심거리 중의 하나이긴 했어, 오직 국가대표 게임만 그렇긴 하지만 말야. 그런데 박지성, 손흥민이 나타나더니 국민들의 시야를 유럽, 그것도 세계 최고의 리그인 영국의 프리미엄 리그로 옮겨 주었지. 주말마다 손흥민의 뛰는 경기를 보느라 피곤을 감수해야 했고, 늘 언제나 잠시 홀짝대며 날아오르다 다시 떨어지고 마는 닭을 그대로 닮은 토트넘이라는 구단을 사랑하고 미워하며 애증의 관계를 하나 만들기도 했지.

덕분에 축구를 많이 알게 되었어. 그래서 비록 축알못이지만 이런 글이라도 쓸 수 있게 된게지.

지금 이글을 쓰는 이시간은 11월 27일 일요일 밤이야. 엊그제 한국과 우루과이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며 한국 대표팀의 역량이 기대 이상이라며 모든 매스컴에 그야말로 호들갑을 떨어대고 있어. 곧 우승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처럼 말이야. 우루과이에게 비긴 우리가 그런데, 절대 강자로 위세를 떨치던 콧대 높은 독일을 꺾어버린 일본은 어떻겠어. 일본 야후를 보니 이번 월드컵 우승 예상 팀으로 일본 대표팀을 꼽은 일본인이 57%야. 제정신인가 싶어. 일본인은 진짜로 일본이 우승할 거라 믿는 것일까? 그런 여론조사를 믿는 내가 멍청한가?

그러던 일본이 오늘 코스타리카와 경기를 했는데, 코스타리카는 스페인과 일차 전에서 무려 7대 0으로 박살 난 팀으로, 팀 코치가 선수들의 멘탈이 무너진 듯하다고 걱정하던 팀이야. 그런 약팀과 게임을 하게 되니 일본은 그냥 게임 전에 이미 이긴 경기 였지. 그런데 이상하게 그 게임에서 선발진을 대거 교체했어. 필드진에서 5명이나 바꿨는데 이유가 뭔지 모르겠어. 아마도 그게 문제였는지, 잘 싸우긴 했지만 1대 0으로 패배하고 말았어. 그렇다고 16강 진출이 무산된 건 아니지. 스페인과 경기에서 무승부 이상을 기록한다면 경우의 수를 따질 정도는 돼.

그런 반면, 한국은 우루과이하고 무승부를 이루었으니 뭔가 계획대로 진행되는 느낌이지. 어긋난 행로는 아닌 듯해. 그리고 오늘 저녁, 아프리카의 가나와 두 번째 게임을 하는데, 가나는 포르투갈에게 아깝긴 하지만 3대 2로 패배했으니 한국에게 지면 그냥 탈락이야. 죽고 살기로 덤비겠지. 아프리카 선수들 개인기가 장난이 아니야. 그냥 개인기를 펼칠 수 있도록 놔두면 뭔짓을 저지를지도 몰라. 아주 철저히 타이트하게 막아서야 해. 그리고 우리가 전반전에 빨리 선취골을 넣는다면 예상외로 쉽게 이길 수 있어. 아프리카 선수들의 성향상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포기하고 마니까.

 

4년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리가 독일을 이기고 난 후, 30년 이상 알고 지내는 독일 친구와 SNS를 나누며 그 얘기를 했는데, 생각보다 독일이 받는 충격이 장난이 아니더구먼. 독일 친구들은 축구에 관한 한 그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는 국민인데, 한국에 져서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예선 탈락을 했다는 것에 대하여 국민적 충격이 대단했다고 말하더구먼. 그 화제로 이야기를 계속하기가 난감할 정도였지.

유럽인들이 갖는 축구에 대한 사고는 단순히 운동게임이 아니라고 해. 거의 종교에 가까운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거야. 특히 독일은 한동안 ‘축구 경기란 돌고 돌아 결국은 독일이 이기는 운동 경기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축구강국인데 지금은 동네북이 되어버린 꼴이니 그 나라 국민의 사기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듯 해. 그동안 독일에게 늘 터지고 살던 유럽 국민들이 아주 고소해 하며 즐거워하고 있는 걸 보면 그들이 생각하는 축구의 무게는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돼.

그런데 우리는 과연 16강에 진출할까? 축구는 피지컬, 기술, 전술, 이 3가지가 융합되어 결과는 만들어 내는 듯해. 이 3가지가 균형을 이루며 최고가를 기록할 때 승리 확률이 높아가지. 그런데 우리는 어때? 피지컬은 평균 이하는 아니지만 우월하지도 않지. 중상 정도인 듯해. 기술은, 월드컵 출전팀 중에 평균치에도 미달한다고 보는게 솔직한 평가지. 그렇다면 전술상의 우위가 있어야 경쟁이 될 터인데, 옹고집 벤투의 전술은 그런 평가를 받을 만한가?

사실 개인적으로 16강에 올라가면 좋긴 하지만 올라가지 못한다고 실망할 일은 아닌 듯해. 축구 강국들처럼 신앙적으로 모시는 축구가 아니라면 우리는 그냥 즐기면 되는 거 아닌가 싶어.

단지 이제 할만하다고 느꼈다면, 뜻을 크게 갖자는 거지. 가나는 물론이고 날강도가 날뛰고 포르투갈도 이겨서 조 1위로 올라가자는 거야. 그러면 브라질을 피해 4강에 올라 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져. 그 정도까지 즐기면 우리는 만족이야. 이미 그정도로도 충분히 한국의 위상을 높인 것이라 생각해.  

우리는 축구 변방이긴 하지만 요즘은 뛰어난 선수들이 등장하며 또 다른 방법으로 한국을 홍보해주는 것 같아서 기뻐. 특히 수비수 김민재의 등장은 우리에게 또 다른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어. 축구의 승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수비더라구. 벨기에가 모로코에게 2대 0으로 지는 걸 보니, 아차하는 순간 무너진 수비가 문제더라구. 그것으로 승부가 결정되어 버렸어. 유명 선수가 즐비한 벨기에가 말이야. 그러니 실수하지 않은 수비진을 가진 나라가 지지는 않는다는 말에 공감이 가. 그렇다면, 우리도 이번에는 한 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어.

세계 최고의 센터백, 김민재 그리고 김영광을 중심으로 하는 김씨 수비진이 공격을 막아주고 손흥민과 이강인이 한 골만 넣어준다면 그 누굴 들 못 이기겠어?  

그려, 조 1위로 16강에 올라가 보자!   

오늘 저녁에는 치맥을 준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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