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결과 그간 민주당이 독식해온 양원이 공화당과 절반씩 분점되며 여야간 권력 지형이 절묘하게 균형을 맞추는 ‘황금 분할’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9일 보도했다.
다만 전통적으로 중간선거가 ‘집권당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여당에 불리한 구조라는 점에서, 정권심판론을 내세워 의회 완전 장악을 노렸던 공화당으로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경제 불안으로 공세에 시달렸던 민주당은 일단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향후 주요 정책 ‘흔들기’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관적인 여론조사 전망을 뒤엎고 상원을 수성한 것만으로도 선전을 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전 막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유세 전면에 내세우며 정권심판론에 불을 지폈던 공화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투표 직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이 하원은 물론 상원까지 접수할 수 있다는 통계 수치까지 나오면서 분위기가 한껏 고무됐던 터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이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었다”며 “트럼프가 지원한 공화당 후보들이 중요 격전지에서 뒤처졌다”는 헤드라인으로 개표 후반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상원 다수당을 결정할 최대 경합지로 꼽혔던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양당 후보간 득표율 격차가 1%포인트를 오가는 초접전 끝에 민주당 존 페터만 후보가 진땀승을 거둔 것이 공화당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애초 공화당 소속이었던 상원 의원의 후임자를 뽑는 선거였다.
페터만의 경우 선거 도중 뇌졸중으로 치료를 받으며 제대로 유세를 진행하지 못하는 핸디캡까지 안고서 공화당의 상원 장악을 저지하는 중요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원들이 기다렸던 ‘레드 웨이브’의 조짐이 없다”고 타전했고, CNN 방송도 “민주당이 중요한 상원 의석을 뒤집으면서 공화당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기 하원의장이 유력한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는 개표 경과를 놓고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하원을 되찾을 것이 분명하다”고 독려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는 확실히 ‘공화당 웨이브’는 아니었다”고 직설적으로 내뱉었다.
민주당은 뜻밖의 접전 지역으로 급부상한 ‘텃밭’ 뉴욕주지사 자리도 현직인 캐시 호컬의 승리로 지켜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공화당이 2020년 대선 등 선거 불복 프레임으로 유권자들 사이 ‘민주주의가 위협받는다’는 우려를 키운데다, 낙태 금지를 외친 것도 표심을 등지게 하는 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상한 것도 오히려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으나 정권 심판론이 높아지면서 숨죽여야 했던 ‘샤이 바이든’ 지지층이 대거 투표장으로 몰려나온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대선이 사기”라는 트럼프의 주장을 지지한 225명 이상의 상·하원, 주지사, 주 국무장관 등의 후보가 중간선거에 출마했으나 돈 볼덕 뉴햄프셔 상원의원 후보 등 적지 않은 이들이 패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민주당이 예상 밖으로 선전한 원인을 놓고 일각에서는 공화당이 정치적으로 충분한 역량과 자질을 갖춘 후보를 내세웠어야 했다는 일종의 ‘인물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공화당이 지난 수개월간 예측했던 ‘레드 웨이브’가 실현되지 못했다”며 “공화당은 상원의 주요 격전지에 검증받지 않은 후보자들을 공천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프로풋볼(NFL) 인기 선수 출신으로 조지아주 상원 선거에 나섰으나 승리를 확정 짓지 못한 허셜 워커 후보, TV 토크쇼 ‘닥터 오즈’ 진행자로 이름을 날렸으나 펜실베이니아 의석을 지키지 못하고 패배한 메메트 오즈 후보 등을 거론하며 “민주당 상대 후보와 보조를 맞추는 것에도 쩔쩔맸다”고 혹평했다.
연합뉴스 2022.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