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몽선생(夢先生)의 짜오칼럼-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연다

호찌민시 문인협회(Hội Nhà văn TP.HCM)의 정기세미나가 지난 5일, 3군에 위치한 예술인연합회 건물에서 열렸습니다. 호찌민시 문인협회(회장 Trịnh Bích Ngân)는 1981년 설립된 호찌민시 예술인 조직 산하의 공식 협회로 현재 약 470여 명의 베트남 작가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저는 베트남 작가분들의 추천으로 그 자리에 발표자의 한 사람으로 섰습니다. 그날 세미나의 주제가 ‘Doanh Nhân Viết & Viết Về Doanh Nhân(기업인이 쓰고 기업에 관하여 쓴다)’였던 만큼 많은 베트남 기업인 작가들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그 기업들 가운데는 어떤 때는 경쟁자로 어떤 때는 파트너로 일해 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들에게 우리를 알리고 공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진 셈이었습니다. 아래는 그날 전한 내용의 일부입니다. 씬짜오베트남의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어 올립니다.

“기업인으로써 글을 쓴다는 것은 고된 일입니다. 기업을 경영하거나 회사에 다니며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어찌 지나가는지 모릅니다. 그 날의 주어진 시간을 다 쏟아도 부족할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또다시 시간을 내서 글을 씁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힘든 일을 할까요?
한국의 기업인들 가운데에도 여기에 모인 여러분처럼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대부분은 자기의 분야에 대한 지식을 알리기 위하여 글을 씁니다. 단순히 취미로만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저와 같은 건축가들도 그렇습니다. 건축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도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기 위해 글을 씁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쓴 책 중에는 베트남의 도시개발을 주제로 하여 쓴 책이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건축가들, 도시개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베트남의 도시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싶은데 법과 절차에 대한 지식은 물론 시장을 잘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이러한 책은 그들이 베트남의 도시개발정책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기업인이 글을 쓰는 이유에는 취미 만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지식을 나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다른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다른 말로 풀어서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말합니다.

저는 외국인입니다.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일하고 생활한지 벌써 15년이 지났습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5년만 있으면 한국으로 돌아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회사에서는 돌아오라고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저를 잊었나 봅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돌아오라고 해도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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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고요?
이 도시의 매력을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사업의 파트너 같이, 어떤 면에서는 애인처럼,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나의 성장을 돕는 형제처럼 이 도시와 만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한국의 기업인들이 오해를 합니다. 베트남에 한국과 비슷한 문화가 많다고 합니다. 쉽게 시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진짜 베트남을 알지 못합니다.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른 것 같으면서도 비슷한, 그 차이의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이 차이 역시 ‘간격’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이곳에서 발견한 간격의 정체에 대해 말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한국의 기업인뿐 아니라 여기에 사는 외국인들이 더욱 베트남 사람들을 이해하고 베트남의 문화를 존중하며 베트남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동시에 저는 베트남 기업인들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글을 씁니다. 이제 베트남은 글로벌 세계의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베트남식으로만 할 수는 없습니다. 바꿀 것은 바꾸고, 변해야 할 것은 변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함께 살아가는 외국인들, 특히 외국인 기업인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두 그룹의 간격을 좁히는 일에 제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첫걸음이 작년에 발간한 ‘Park tiên sinh sống và yêu Sài Gòn’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베트남에 와서 일하게 된 ‘Park tiên sinh(박선생)’이라는 외국 기업인의 눈에 사이공사람들이 어떻게 비칠까 쓴 것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베트남 사람들과 더불어 협력하며 살아갈까 하는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여기의 Park tiên sinh이 바로 접니다. 저는 이 새로운 별명을 좋아합니다.

자,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발표의 자리를 마련해 주신 Trịnh Bích Ngân 회장님과 여러분은 저에게 베트남 사회의 깊은 품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불러 주신 초청자입니다. 특별한 기회를 주신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초청에 응하여 한발짝 더 베트남의 사회와 문화와 사람들을 아는 길로 들어가겠습니다. 사람들에 대하여, 기업에 대하여, 그리고 그 기업을 통해 이루어지는 관계들에 대하여 글을 쓰는 일을 통해, 여기에 모이신 여러분과 더불어 두 세계의 간격을 좁혀보도록 하겠습니다.”

호찌민시 문인협회에서는 11월 정기총회에서 저를 협회의 정식 회원으로 임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외국인으로서는 첫번째 사례입니다. 이를 감사한 기회로 여기는 것은 ‘제1호’라는 수식어에 대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이미지로 인하여 그렇습니다. 하나의 이미지는 ‘개척’이고 다른 하나는 ‘디딤돌’입니다. 한 사람이 볼모지에서 1호가 되면 다른 이에게 그 땅은 개척의 새로운 기회가 됩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그 땅에서 함께 기경할 수 있도록 들어오는 통로, 곧 디딤돌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갖는 첫번째 사례라는 표현의 속 의미입니다.
베트남 지식인 사회에서 아직 한국인들의 활동은 미미합니다. 아무리 한류의 인기를 외쳐도 실제로 이 사회를 움직이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여 있는 주류사회에 편입되어 한인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일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교민사회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문화계 지식인, 예술인들이 여럿입니다. 이들이 닫혀 있던 미답지에 들어갈 수 있도록 발굴되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작은 기회라 할지라도 그런 분들에게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런 자리에서 많은 한국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夢先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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