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4,Sunday

“베트남 ‘부패 연루 루머’ 대형은행 뱅크런…금융취약성 보여줘”

베트남의 한 대형은행이 부동산 재벌의 부패와 관련 있다는 소문에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에 휩싸이면서 삐걱거리는 베트남 경제의 모습이 단적으로 드러났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7일 진단했다고 연합뉴스가 같은날 보도했다.

최근 베트남 5대 은행 중 하나인 사이공상업은행(SCB)의 전국 각 지점에는 수많은 고객이 예금 지급 불능 사태를 우려해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번 사태는 지난 8일 베트남 공안이 2018∼2019년 회사채 불법 발행으로 거액을 챙긴 사기 혐의로 부동산 재벌인 반팃팟그룹의 쯔엉 미 란 회장 등을 체포했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SCB와 반팃팟그룹 간 관련성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고 은행 측은 “란 회장이 SCB의 관리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투명성에 대한 신뢰 부재 속에 루머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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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베트남 중앙은행은 시장 불안 진정에 나서는 한편 SCB 안정을 위한 특별 정밀조사에 돌입했고, SCB도 예금금리를 올리는 등 고객자금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팜 민 찐 총리는 전날 은행권 관계자들과 회의 후 상업은행들에 안정성 확보를 지시했고, 경찰은 SCB에 대한 루머를 유포하고 뱅크런을 조장한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SCB에 대한 특별조사 소식이 알려진 뒤 첫 거래일인 이날 호찌민 증시는 지수가 장중 한때 2% 넘게 빠졌다가 0.97% 하락으로 마감했으며, 다른 은행주들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 올해 세계 최고 수준인 8%대 경제 성장이 전망되는 베트남 경제가 가계·기업·정부 등의 부채 증가에 따른 어려움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 2012년 전체 은행권의 고정이하 여신(NPL·부실채권) 비율이 17%로 치솟은 부실대출 문제로 은행권 고위인사들이 구속되고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면서, 이러한 과거 위기에 대한 기억이 베트남 지도부에 선명히 남아있다고 소개했다.

영국 컨설팅회사인 팬시언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아시아 신흥국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미겔 찬코는 베트남 금융시스템의 토대는 견고하지만 취약성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 (베트남 기업들의) 자기자본비율은 꾸준히 내려갔고, 대다수 국영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이 특히 낮다. 또 최근 10년 새 가계부채가 급증했다”면서 “이 분야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취약한 것은 놀랍지 않다”고 평가했다.

사이공증권(SSI)은 최근 조사와 관련, 은행권과 부동산 시장의 채권 관련 위법행위에 대한 위험성을 보여준다고 봤다.

그러면서 “최근의 시장 조정은 일정부분 (SCB 조사 관련) 뉴스를 부분적으로 반영했지만, 대규모 회사채 만기가 2023∼2024년인 만큼 부정적 심리는 남아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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