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6,Tuesday

한주필 칼럼-무거워지는 베트남 생활

지난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한국에서는 일반인들은 다 죽어도 거의 혼자서 휘파람 불며 호황을 즐기던 분야가 있었지요. 바로 골프 산업입니다. 

코로나로 한창 시끄러울 때 5인 이상 모이면 안 된다며 작은 식당과 카페들을 들볶을 때 골프장만큼은 자유로웠습니다. 골프장의 주요 고객들이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사회적으로 한 자리하는 힘센 사람들이 주로 사용한 덕분에 그 엄한 코로나 정국에도 오히려 눈부신 성장을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의 골프산업이 발전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젊은 MZ 세대의 골프 유입 탓이라고 합니다. 젊은 세대를 화려한 복장과 푸른 그린으로 유혹하여 골프장으로 불러들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런 화려함을 즐기는 대가가 너무 크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젊은 세대의 골프 인구는 다시 빠지고 있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아무튼 한국의 골프인구는 코로나 정국을 거치면서 기아 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골프 인구는 540만 명이라 합니다. 이는 우리보다 3배의 인구를 가진 일본의 골프 인구 520만 명보다 더 많은 상황입니다. 이렇게 증가한 골프 인구로 인해 골프장 이용료는 전정 부지로 치솟습니다. 

웬만한 퍼블릭 골프장의 그린피가 30만 원입니다. 기타 비용을 첨부하며 40만 원이 훌쩍 넘어갑니다. 하루 즐기는 비용 치고는 좀 과다하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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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한국에서 적당히 골프를 치면서 노후생활을 계획했던 많은 사람들이 웬만한 준비로는 그런 호사를 누리기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기 시작합니다. 

지난 해 한국에 들어갈 때 베트남에서 가장 아끼던 골프채를 갖고 가서 한국에서 라운드를 즐길 요량이었는데 한국의 그린피 상황을 보고 그만 골프채를 구석에 처박고 한번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하루 골프를 즐기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너무 과다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 금액을 다른데 사용한다면 골프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 탓입니다.    

이제 한국에서의 골프는 다시 사치스런 운동으로 돌아갈 모양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베트남도 그런 움직임이 있습니다. 

코로나 정국을 거치면서 베트남도 골프장 이용료가 많이 올랐습니다. 이젠 어느 골프장이나 주중에는 250만동이 넘고 주말에는 3백만동을 상회합니다. 거기에 한국 돈이 가치를 잃어가는 탓에 예전에 20대 1이었던 베트남 동화와의 환율이 이제는 17.5대 1로 떨어지며, 베트남에서의 모든 물가가 한국인에게는 환율변화만으로 15% 정도 오른 셈이니, 베트남에서의 생활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베트남은 나라 수준에 비해 모든 것이 비쌉니다. 집세, 생활비, 교통비, 자동차 값도 어처구니 없이 비싸고 골프를 포함한 여가비용도 예상을 넘는 곳입니다. 골프비용은 다른 동남 아시아에 비해 느낌상으로는 두세 배가 훌쩍 넘는 듯합니다. 예전에는 골프장 자체가 몇 개 되지 않으니 이용료가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베트남에서도 골프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터라 이용료도 적당한 선으로 조정되거나 적어도 인상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웬걸, 해마다 꼬박꼬박 골프장 이용료는 올라갑니다. 아마도 골프장이 증가한 만큼 골프 인구가 증가하기 때문으로 짐작해 봅니다. 근데 지금도 골프장에 가면 한국사람이 제일 많지 않나요? 결국 아직도 베트남 골프장 이용료는 한국인을 기준으로 정하는 듯 보입니다.   

최근 들어 한국인 골퍼들 사이에서 베트남 골프장 이용료가 너무 과하다는 것이 화두로 떠오릅니다. 슬슬 한국인들도 골프장 이용료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공항에서 가까운 탄손녓 골프장의 이용료가 10월부터 3백 30만동으로 오른다는 소식이 떴습니다. 한화로 19만 원 정도입니다. 베트남이라는 나라의 수준으로는 쉽게 용납하기 힘든 금액입니다. 다른 골프장의 경우는 회원제 골프장이라 여러가지 혜택을 이용하면 공시가격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탄손녓 골프장은 퍼블릭 골프장이라 가격 할인의 기회가 아예 없습니다. 모든 고객이 골프장에서 정한 금액을 오롯이 지불하고야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상황을 즐기더니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가격인상을 주도하는 상황입니다.  

이제 곧 한국의 이용료만큼 쫓아 올 요량입니다. 이미 지금의 베트남 골프장 이용료는 한국을 제외한다면 거의 세계 최상급의 가격을 자랑합니다. 선진국의 하나인 일본의 대중적 골프장 이용료에 비해 3배는 비쌉니다. 그런 상황을 알고 있는 베트남에 거주하는 일본인 골퍼는 이제 베트남에서의 골프를 자제하고 있다는 일본인 친구의 전언입니다. 

베트남 골프장 이용료가 부담된다는 것은 한국인에게 베트남이 이제 결코 편한 곳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상황을 돌아보며 서글퍼 집니다.  

한국에서도 비용 감당이 안되어 골프를 접었는데, 이제는 베트남에서도 그 비용이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면, 이곳의 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가 아닌가 싶습니다. 코로나로 수입은 반토막이 나고 각종 생활비와 여가비용은 자꾸 늘어만 가고, 나이는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데 모아둔 여유자금이 있는 것도 아니니 아무리 생각해도 희망적인 상황은 아닌 듯합니다.  

너무 오래 베트남에서 지낸 듯합니다. 다른 선택지를 찾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인 듯도 하지만…, 이래 저래 몸도 마음도 혼란스런 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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