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을 종식한 옛 소련의 마지막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향년 91세로 사망했다고 연합뉴스가 31일 타스통신 등을 인용하여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임상병원은 “고르바초프가 심각하고 오래된 질병으로 오늘 밤 사망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는 올해 초에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외곽의 전원주택에서 여생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르바초프는 54세 때인 1985년 일곱 번째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선출됐다. 페레스트로이카(개혁)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을 추진하며 냉전 종식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집권 8개월 만인 같은 해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 화해의 악수를 나눠 냉전 종식의 초석을 마련했다. 1987년 12월 레이건 당시 대통령과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맺어 사거리 500~5500km의 중·단거리 핵미사일을 없애고 개발 및 배치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 역사적인 핵군축 합의로 199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1988년 5월엔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소련군을 철수하기 시작해 다음해 2월까지 철군을 완료하기도 했다. 1989년에는 몰타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 함께 동서냉전의 종식을 선언했다. 이런 화해 분위기는 1990년 독일 통일과 동구권 민주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9년 민주화 시위가 공산주의 동유럽 국가들을 휩쓸었을 때 그는 무력 사용을 자제해 1956년 헝가리와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봉기를 진압하기 위해 탱크를 보냈던 이전의 크렘린 지도자들과는 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1990년 한국과 수교를 맺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난이 악화돼 군부의 쿠데타 시도 등으로 정국이 혼란을 겪으며 소련이 1991년 12월 해체돼 고르바초프도 권력을 상실했다. 서방에선 냉전을 종식시킨 지도자로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고국에선 환영받지 못하는 인사가 됐다. 1993년 러시아는 개혁 부작용으로 초인플레이션과 불황에 시달렸고 1998년엔 통화의 평가절하와 채무불이행, 은행 파산 등으로 시장 경제 몰락 직전까지 갔다.
고르바초프는 퇴임 이후에도 세계를 돌며 강연과 집필 활동을 이어갔다. 본인의 이름을 딴 고르파초프 재단 총재를 맡아 환경문제와 국제현안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1996년엔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등 정계 복귀를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진 못했다.
연합뉴스 2022.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