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기업들이 은행의 대출 제한 여파로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대폭 몰리고 있지만, 각 시중은행들의 신용성장률이 이미 한계치에 다다르면서 은행이 대출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아주경제지가 15일 보도했다.
일간 뚜오이쩨(Tuoi Tre)에지 15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기업의 재투자, 시설확보, 서비스업 재고용 등을 위해 자금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은행의 대출 활동이 중단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북부 푸토성에 목재 가공공장 운영한다는 응우옌(48)씨는 이 매체에 “새로운 생산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은행에 대출을 요구했다. 대출조건을 모두 충족해 한 달을 넘게 기다렸지만 3억5000만동의 대출금이 아직 은행에서 지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출은 6월 중순부터 기다려왔다. 지금은 7월인데 은행에서는 아직 조금 더 기다리라고 한다”며 “신용한도가 조정과정을 거쳐야 대출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상황을 토로했다.
호찌민시에서 대규모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판(56)씨는 시설 재단장과 직원 재고용 명목으로 은행에서 20억동의 대출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도 대출은 진행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은행 승인 이후 보증금 1억동을 예치하기도 했지만, 은행은 지금 한도가 없다며 대출 유예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하노이의 프엉(35)씨 또한 같은 사정으로 다른 은행에도 문을 두드렸지만 같은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는 “지난 코로나19 기간 2년 동안 문을 닫아온 부동산임대업 사무실을 재개장하기 위해선 당장 자금이 필요하다고 사정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 베트남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제한하는 주된 이유는 신용성장률의 한계치 때문이다. 신용성장률은 우리로 치면 은행의 대출한도다. 베트남 금융시장은 베트남중앙은행(SBV)이 매년 정하는 신용성장률의 한계치가 있다. 이에 따라 각 시중은행은 매년 SBV의 방침에 따라 은행의 영업활동을 해야만 한다.
올해 SBV의 신용성장률 목표치는 지난해 대비 14% 성장이다. 하지만 주요 시중은행들의 신용성장률은 상반기에 자금 수요가 대폭 몰리면서 이미 초과됐거나, 1~2%밖에 여력이 남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팜득안 베트남농업농촌개발은행(Agribank) 행장은 “SBV를 통해 올해 우리은행의 대출한도는 전년보다 7% 상향된 조정안을 승인받았다”며 “지금까지 거의 6%를 사용했으며 하반기를 위해 나머지 1%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응우옌훙 TP은행 총재 또한 “우리 은행의 자금은 지금 여력이 남아있지만, 신용성장률이 초과한 상태”라며 “대출을 해달라는 고객의 요구가 빗발치지만, 현재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SBV의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와 은행들은 SBV가 자본 수요를 보장하기 위해 신용 한도를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딘쫑틴 금융아카데미(AOF) 교수는 “현시점에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신용 긴축이 필요하지만, 기업의 자본조달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올해 연간 신용 한도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생산과 비즈니스를 위한 자본에 대한 수요는 더 클 것”이라며 신용한도를 최소 18% 이상 높일 것을 제안했다.
응우옌찌히에우 금융 칼럼니스트는 “베트남 기업의 95% 이상이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대출 제한은 광범위한 어려움이 되고 있다”며 “정부와 은행이 소상공인들을 위해 즉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SBV 신용한도 부여 정책은 향후 수년 동안만 임시 해결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SBV는 이번 주말에 열릴 ‘올해 상반기 은행 활동에 대한 중간 검토 및 하반기 업무 과제 진행’에 관한 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오민투 SBV 부총재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SBV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고 거시 경제를 안정시키고 경기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자금수요에 대한 여론은 국내외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한 후 곧 적절한 시기에 시행될 것이다. 이에 대한 조정은 각 은행의 재정 상태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아주경제 2022.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