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이 참 어수선합니다.
어느 정도로 어수선하지 한번 살펴봅시다.
팬데믹이 주기적 유행으로 전환된다는 기대감이 전반적으로 퍼지고 있지만, 코로나의 시작이던 중국은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며 여기저기 봉쇄를 지속하고 있으니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듯합니다. 아직 정치적으로 상황 종료가 되어서는 안 되는 때인가도 싶고, 빌 게이츠의 말대로 필연적으로 다가올 새로운 팬데믹으로 연결이 여의찮아 더 시간이 필요한가 싶기도 합니다.
이렇게 코로나 상황도 아직 정리가 안 되고 있는데, 이제는 장기 봉쇄에 따른 여파가 경제에서 드러납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 봉쇄기간 동안 제한 없이 풀어낸 돈이 시중에 깔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부릅니다. 미국이 화들짝 놀라 돈을 도로 거둬들이기 위해 금리를 왕창 올립니다. 세계에 퍼진 달러가 금리 높은 미국으로 쏠리면서 각국은 달러가 귀해지고 자국 화폐는 약세를 면치 못합니다. 한국도 그렇습니다. 물가는 널뛰고 한국 돈은 날개도 없이 하락합니다. 환율이 1,300원을 넘어갑니다.
거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유통이 왜곡되기 시작하자, 각종 원자재 가격도 오르면서 모든 제품의 가격은 천장 모르게 올라갑니다. 전쟁은 언제 끝날 줄 모르고, 미국이 직접 군대를 보내지는 않지만, 반러시아연맹을 형성하여 푸틴을 압박하고 있지만 생각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듯합니다.
그 와중에도 한국은 빛을 발합니다. 에너지 수급이 차질이 생기자 LNG 건을 비롯하여 각종 에너지 관련 수송선의 주문이 밀려 들어옵니다. 한국의 조선업은 거의 독점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싹쓸이합니다. 거기에 전쟁으로 소진된 군수품을 채우기 위하여 한국이 만든 군수 장비 대한 수요가 솟구칩니다. 한국 군수산업은 천재일우의 호황을 맞이합니다. 70년 전 한국전쟁으로 온 세계의 지원을 받아서 생명을 건진 한국이 이제 다른 나라 전쟁으로 또 다른 기회를 맞이하다니 참 세상사 새옹지마 입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25일이 한국 전쟁 72주년이 되는군요.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라고 하지만, 세계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상당한 의미가 있는 전쟁입니다. 2차 대전 이후 세계의 평화를 위해 설립한 유엔의 위상을 확고하게 만들 계기를 제공한 것이 한국 전쟁입니다. 한국과 유엔은 그 운명을 같이 했습니다. 1948년 한국 정부 수립을 위한 총선거가 유엔의 한국 감시 위원회의 관리하에 치뤄집니다. 즉 유엔이 탄생한 이후 처음으로 한 나라의 정부 수립에 관여하며, 유엔의 힘으로 정부가 수립되는 최초의 국가가 한국입니다. 유엔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자신들이 만든 모델 국입니다. 그런 인연과 인식은 2년 후 일어난 한국 전쟁에서 지체 없이 유엔 연합국을 결성하여 자신의 힘으로 일으킨 나라를 지켜줍니다.
한국 속담에 아이를 낳으면 온 동네가 키운다고 하지요. 그것처럼 한국은 세계를 대표하는 유엔이 키운 아이인 셈입니다.
비록 70여 년 전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지만, 단시일에 성장하여 선진국으로 진입한 한국은 그야말로 세계의 모범국가입니다. 비록 아직 통일이 안 되어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발휘하지도 못하면서도, 세계의 어느 나라에 못지 않는 위상을 쌓아가는 한국은 그야말로 유엔이 만든 희대의 역작입니다.
이렇게 성장한 한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하여 책을 쓴 영국의 교수가 있습니다. 영국의 킹스칼리지 런던의 국제관계학 교수인 라만 파체코 파르도 하는 교수는 <새우에서 고래로, SHIRP TO WHALE> 라는 저서에서 한국의 경이적인 발전과정과 앞으로 보여줄 한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얘기를 썼습니다.
그는 현재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고래 두 마리가 세계의 패권을 두고 싸우고 있는데, 이들의 승부는 한국이라는 신흥 고래가 어느 편에 서느냐에 달려있다고 진단하며,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한국의 막강한 국제적 영향력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지금의 한국은 세계의 패권을 결정하는데 이니시어티브를 쥐고 있는 국가라는 말입니다.
한 중국 학생이 그런 강의를 하는 교수에서 한국 같은 작은 나라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이의를 제시해 보았지만, 실제 한국 외에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다른 나라를 찾아내지 못 합니다. 유럽연합의 프랑스나 영국은 이미 늙어 활력을 잃었고, 이태리, 스페인은 이미 한국의 국력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고, 일본과 독일처럼 전범국으로 제대로 된 군대를 양성할 수 없는 나라에게 그런 역할이 부여될리 없으니, 오직 한국만이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그런 역할이 가능한 충분하고 유일한 국가라는 것입니다.
와우, 한국이 제3의 고래랍니다. 새우에서 고래가 된 한국, 가히 어깨를 펼만한 얘기입니다.
이렇게 잠시 국뽕에 취해봤지만, 현실은 팬데믹 이후 벌어진 어지러운 상황이라는 현타가 밀려옵니다. 또 넘어야 할 장애가 앞을 가로 막습니다. 하긴, 언제 우리가 맘 편히 순조롭게 지낸 적이 있던가요, 원래 난세에 빛을 발하는 게 우리 한국인 아닙니까?
자, 다시 한번 신발끈 질끈, 동여매고 열심히 뛰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