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한주필 칼럼- 선진국 베트남

 

엊그제 일본 어느 연구소에서인가 베트남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 나왔는데, 2035년경에는 베트남이 대만을 추월하고, 그 후 멀지 않아 선진국에 들어선다고 발표하여 베트남인들의 가슴을 부풀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게 가능할까요? 베트남이 20년 안에 선진국이 된다는 것 말입니다.

베트남에서 20여년을 살아본 경험자로서 제 의견을 말하라면 저는 솔직히 회의적입니다. 그 이유를 한번 짚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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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일단 하드웨어가 참 좋은 곳입니다. 지하자원도 풍부하고, 농업을 할 만한 농지도 넓고, 어업 역시 2천 킬로 이상의 해변이 길고 넓게 팔을 벌리고 있습니다. 거기에 관광자원도 풍부하고, 날씨 역시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하늘이 내린 천혜의 기후입니다. 하드웨어 쪽으로는 도무지 모자란 것이 없습니다. 정치적 구조도 안정적이라는데 점수를 줍니다. 민주주의와의 관계를 별개로 치더라도 일단 정치적 혼란이 없다는 점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에게는 정치적인 변수로 인한 대 변역은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로 넘어가 국민의 수준을 보자면 일단 교육열이 높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베트남의 여러 가지 중요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으로의 성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베트남 사람들의 일에 대한 자세가 가장 큰 장애가 아닌 가 싶습니다. 이들에게 일에 대한 가치가 다른 나라에 비해 가볍습니다. 일을 단순히 돈을 버는 작업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통해 삶의 가치나 의미를 찾으려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입이 조금만 좋으면 직장을 쉽게 옮깁니다. 

베트남에 와서 가장 먼저 실망했던 일은 이들의 넉넉한 시간관념입니다. 저의 초기 경험에 의하면, 한 시간 이상 늦도록 약속한 상담자가 나오질 않아 돌아왔더니, 나중에 연락이 와서 기다리지 않고 갔다고 화를 내면서 베트남에서는 그렇게 행동하면 사업하기 힘들다는 충고를 들을 정도로 이들의 시간관념은 우리와 다릅니다. 

또한, 국가적으로 불운한 사안인데, 베트남 사람들은 제조업에 관심이 덜합니다.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업은 서비스 관련 사업과 부동산입니다. 베트남처럼 개발 도상국에서 균형 있는 발전을 하려면 제조업이 강해져야 하는데 이들은 제조업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는 집을 팔아 공장을 지었지만, 이들은 공장을 팔아 건물을 삽니다. 어려운 일을 피하고 쉬운 일만 하려는 국민 성향이 작용한 듯합니다. 나라의 균형적 발전을 기대하기 힘든 멘탈입니다. 

공무원을 포함하여 전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 역시 발전에 심각한 저해를 가져옵니다. 나라가 발전하면 부정부패는 줄어드는 것이 정상인데 중국과 같이 베트남의 경우 부정부패에 대한 인식이 관대하여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합니다. 즉 부정을 저지르고도 도덕적으로 부끄러운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공동체의 인식으로 자기 행동의 올 그름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베트남 사회에서는 부정부패에 대한 도덕적 질타가 없고, 누구나 그 자리에 앉으며 하는 일이라는 왜곡된 인식이 박혀있어 부정부패가 사라지기 쉽지 않습니다. 이것은 공무원만이 아니라 사기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더불어 사업상의 신뢰가 부족합니다. 베트남에서는 오랜 고객이 대접받지 못합니다. 이들은 잡은 고기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속담을 신봉하며 삽니다. 새로운 고객을 잡기 위해 특혜를 주지만 이미 고객이라고 생각하면 관심이 소홀해집니다. 이 역시 새로운 커미션의 발생을 기대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개인의 창의력이 부족합니다. 아무리 오래 일을 해도 일이 확대되거나 변화되지 않습니다. 주어진 일만 합니다. 20년이 넘도록 근무한 직원의 업무가 처음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연수에 따라 급료만 올라갑니다. 자기 학습을 통한 개발 등의 성실함도 찾기 힘들지만, 업무의 개선을 요하는 창의성은 심각하게 부족합니다. 이들이 창의성이 보일 때는 부정한 일을 도모할 때입니다. 창의성이 위험하다는 얘기입니다. 아마도 앞에서 말했듯이, 일에 대한 가치가 돈 버는 작업으로 인식되어있는 탓인 듯합니다.  

또한 정부의 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것도 사업에 불안을 던져주는 요소의 하나입니다.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된 탓인 듯합니다. 

베트남이 선진국에 입성하기 위해서는 하늘이 준 훌륭한 하드웨어를 잘 이용하고 관리 할 국민들의 교육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우선 일에 대한 가치를 높여야 하고, 어렵고 궂은 일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는 근면성, 상황을 개선 시키는 창의성, 그리고 부정부패에 대한 도덕적 기준을 높여 상호 신뢰를 되찾아야 합니다. 이런 변화가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과연 베트남이 선진국이 될 수 있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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