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개별 관광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하려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1일 각지의 재외 공관에서 비자(사증) 신청서 접수를 시작한 가운데 동남아와 일본에서 한국에 가려는 이들의 행렬이 이어졌다고 1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주일한국대사관 영사부는 6월 1일 관광 비자를 접수하러 온 이들 중 205명에게 번호표를 배부하고 신청서를 접수했다.
한 명이 여러 명의 신청서를 모아서 제출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비자를 신청한 이들의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집계가 완료되지 않아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았다.
배경택 도쿄총영사는 17명의 신청서를 한 명이 제출한 사례도 있었다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설명했다.
배 총영사는 “비자를 신청하려고 어젯밤 8시 무렵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들이 있었으며 오늘 새벽 4시에는 50명 정도가 대기 중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비자 신청서를 내지 못한 이들 중 일부는 2일 제출할 수 있도록 영사부 인근 인도에서 수십m 줄을 지어 밤샘을 준비하고 있었다.
노숙을 하다시피 하면서까지 한국 여행을 가려고 하는 이들 중 일부는 한국 문화와 관련된 이유를 밝혔다.
일본인 고니시(25)씨는 “이달 25일 서울에서 열리는 세븐틴 콘서트를 보고 1년간 만나지 못했던 한국인 남자 친구를 만나기 위해 비자를 받으려고 한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한편 한국비자를 받으려는 외국인들의 행렬은 일본만이 아니라, 쿠데타로 나라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미얀마에서도 볼 수 있었다. 6월 1일 새벽부터 양곤에 있는 한국대사관 앞에는 사방이 컴컴한 시간인데도 청년 수백 명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이 며칠 전부터 SNS를 통해 “한국 유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한국 대학에 보내야 하는 서류의 공증 업무를 6월 1일부터 선착순으로 대사관에서 받아 처리하겠다”고 공지하면서 생겨난 장사진이었다.
대사관은 그동안은 인터넷으로 신청을 받아 해당 업무를 처리했다.
그러나 미얀마 인터넷 사정이 너무 열악해 일부 대도시에서만 접속이 가능한데다, 그나마도 속도가 너무 느려 접속이 잘 안 된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미얀마에는 아직 본인 인증 제도가 없어 인터넷 접수로는 본인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도 직접 접수로 바꾼 이유라고 한다.
한국으로 딸을 유학 보낸 뚜자 륀(가명·42) 씨는 기자에게 “작년 쿠데타 이후로 미얀마 학교들이 문을 닫아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고 있다”며 “아이 앞날을 위해 무리해서라도 유학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딸은 무조건 한국으로 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그의 언니는 “쿠데타가 일어나고 나서 아이들 가진 부모들은 좌불안석이다. 유능한 교사나 교수는 모두 다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하고 있으니 학교에도 보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렵더라도 유학을 보내야 하는 데 안전하고 교육의 질도 가장 높은 나라로 학부모들이 한국을 가장 선호한다”고 했다.
그녀 역시 아들을 유학 보내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대사관을 찾았다고 했다.
미얀마 지인의 아들을 유학 보내려 함께 왔다는 한인 A씨는 “코로나19와 쿠데타로 미얀마 대학은 2년이 넘게 휴교 상태”라면서 “아들 교육을 걱정하는 미얀마 친구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해 한국 유학을 추천했다”고 했다.
미얀마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가려면 거쳐야 하는 과정이 간단치 않다.
교육청에서 출신 학교 관련 서류를 떼어 번역한 뒤 공증을 받고 이를 미얀마 외교부와 한국대사관에서 차례로 공증을 받아 한국 대학에 제출한 뒤 입학 승인을 받으면 다시 한국대사관에서 유학 비자를 받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대사관 유학비자 담당자는 기자에게 “한국으로 유학 가려는 학생들이 쿠데타 전과 비교해 5배 이상 늘었다”고 귀띔했다.
연합뉴스 2022.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