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독서 모임 ‘공간 자작’ – 일터에서 행복하십니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나는 왜 여기에서 이 일을 하며 살게 되었을까요? 초등학교 때 장래 희망란에 적었던 꿈대로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나는 과학자, 운동선수, 대통령, 가수, 경찰관, 소방관이 되지 못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꾸었던 교육학자가 되어 잘못된 대한민국 교육을 바꾸겠다는 꿈, 관객으로서 영화를 볼 때 받는 위안과 직업으로서 영화를 만드는 것의 차이를 헷갈려서 품었던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도피성 꿈은 시작 자체가 잘못 채우기 시작한 단추 같은 꿈이었기에 이루지 못했습니다.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사랑하는 방법도 모른채,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했던 첫사랑 같은 꿈입니다. 대학교에 입학하여 갑자기 주어진 자유 속에서 뭘 해야 할지 몰라 헤매다가 3학년이 되니, 취업이 곧 꿈이 돼버렸습니다. 어느 정도의 회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 회사에 가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릅니다. 대학에 가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 채 그냥 일단 대학에 가고 보자 했던 수험생 생활의 반성 없는 반복입니다. 100개가 넘는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씁니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회사, 본적도 없는 아이템을 다루는 회사지만 회사이름과 상품명만 바꾼 ‘맞춤형 이력서’를 쓰며 ‘뽑아만 주시면 무조건 잘하겠습니다’ 를 반복합니다.

그러다가 어떤 회사로부터 합격 통지서를 받고, 그 회사에서 업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면 나는 경력자가 되고 불경기 호황기를 거치며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과 내부, 외부의 적들과의 고귀한 투쟁을 매일매일 반복합니다. 회사를 몇 번 바꾸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후에는 싫든 좋든 그 업종 자체를 쉽게 떠나지 못합니다. 대체로 이런 과정을 거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 여기에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일터입니다. 일반적으로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니 잠자는 시간을 빼면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입니다. 따라서 일터에서의 행복이 인생의 행복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가 하는 일이 너무 좋아서 출근이 기다려지고, 퇴근 시간이 오지 않길 바라며, 휴일에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월요병은 기본이고 심지어는 과로 끝에 탈진 및 극도의 무기력 상태에 빠지는 ‘번아웃 증후군’ 상태에까지 이르기도 합니다.
하는 일 자체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일터는 매우 힘든 곳이 됩니다.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대표적인 것은 일이 너무 쉽거나 반대로 너무 버거운 경우입니다. 일이 너무 쉽다면, 지루하면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고, 또한 자신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회의감을 갖게 됩니다. 일이 너무 버겁다면 하루하루가 힘들고 버티고 버티다 탈진상태에 빠지게 될 수 있습니다.
‘몰입’의 순간은 인간이 가장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몰입의 순간은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일을 할 때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역량을 잘 평가하여, 자신이 적당한 난이도의 일을 하고 있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 자체에 만족한다 해도 사람이 사람을 힘들게 합니다. 그중 가장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뭐니 뭐니 해도 잘 안 맞는 직장 상사입니다. 친구들끼리 만나면 직장 상사에 대한 하소연이 대화의 30% 이상은 되는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 잘하고 있던 사회성이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조직 개편과정에서 뭔가 잘 안맞는 직장상사를 만나게 되면 삶이 일순간에 고통의 순간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직장에서는 능력과 무능력에 대한 평가를 윗사람이 정하기 때문에 내 객관적 업무능력과 관계없이 순식간에 무능력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영업 직종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면 고객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소위 ‘갑질’이라 불리는 고객들의 무리한 요구에 시달리고, 항상 과장된 표정으로 고객을 대하다 보면 퇴근시간 즈음에는 감정 에너지가 고갈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적당한 보수 역시 일터의 행복을 좌우하는 큰 요소입니다. 본질적으로 일터는 ‘먹고 살기 위해’ 다니는 곳입니다. 건강을 해칠 정도의 과로, 맨탈을 붕괴시키는 굴욕을 견디게 하는 것은 결국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 약속된 보수입니다. 월급은 삶에서 겪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중독의 하나로, 그 강한 중독성 때문에 자기에게 맞지 않는 일도 몇 십년을 할 수 있게 만듭니다. 역으로 보수 때문에 만족스러운 일, 좋은 사람들이 있는 일터를 떠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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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행복해지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일터에서 행복해지는 첫번째 조건은 내가 좋아하고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안목과 역량입니다. 우연히 들어간 어떤 회사에서 행복할 수 있는 확률은 서로 얼굴도 못보고 결혼한 신랑신부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 확률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터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해 견딜수 있는 참을성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청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정말 아닌 상황에서 벗어나거나 더 나은 기회를 위해 일터를 옮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지금도 여러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께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여러분 행복하세요!

 

추천서적 :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일과 취미를 통해 행복에 이를 수 있는 길에 대한 설명서

저자 – 독서 모임 ‘공간 자작’
이번에 본 칼럼을 시작한 독서 모임 공간 자작은 회원수 xx명 규모의 2018년 말 시작하여,
한달에 한번씩 평균 2권의 책을 읽으면서 토론하고, 주제를 논하는 독서 모임이다. 이들의 칼럼은 ‘공간 자작’ 대표측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발표할 예정이며, 2주에 한번씩 연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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