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밝은 얼굴에 애교가 많은 소년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호반의 도시로 불리우는 아름다운 도시 춘천에서 축구선수 출신 아빠의 영향으로 축구에 자신의 미래를 건 소년입니다. 독특한 훈련과정을 거쳐 축구선수로 성장한 그 소년은 독일 분데스리거를 거쳐 세계 최고의 축구리그인 영국의 프리미엄 리그에 진출하여 나이 30에 누구나 인정하는 일급 축구선수로 성장합니다.
그러나 그에게 여전히 이루지 못한 꿈이 있습니다. 아직도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이 끊이지 않은 영국에서 명실공히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기 위하여 그 리그의 득점왕에 오르는 것입니다. 득점왕이야 말로 의심의 여지 없이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것을, 세계인으로부터 인정 받는 길입니다.
어제 영국의 노리치 축구장에서 일어난 스토리는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득점왕이 되는 꿈을 가진 그 소년의 일대기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그 마지막 장면을 중심으로 손흥민 이야기를 꾸려보겠습니다.
어느덧 춘천의 소년에서 어엿한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구단의 일류 축구선수로 발돋움 한 손흥민 선수, 그러나 늘 실력에 비해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그에게 그런 모든 편견을 지울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올해의 득점왕에 오르기까지 고작 한 골 만을 남겨두고 있고, 그의 팀은 3년만에 다시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는 위대한 성취를 위한 마지막 게임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그 게임에서 자신이 한 골 이상을 넣고 팀이 승리하게 되면 자신은 득점왕으로 등극하고 팀은 챔피언스 리그에 출전하는 일거양득의 대망을 이루게 됩니다.
상대는 다행스럽게도 리그 최하위인 노리치로 그리 어려운 게임은 아닙니다.
이렇게 이 이야기는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갑니다
손흥민의 특징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군계일학의 골 결정력입니다. 양 발을 자유자재로 쓰면서 쏘아대는 그의 슛은 골키퍼 한 명으로는 막아내기에는 너무 예리하고 강합니다. 더구나 그는 골대 앞에서 극단적으로 침착합니다. 골키퍼의 동작을 감지하고 그 동작이 채우지 못하는 빈 공간으로 공을 보냅니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골망을 흔듭니다.
그러던 그가 마지막 게임에는 달랐습니다.
득점왕을 인식한 부담감 때문인가요. 몸이 무거워 보였고 그 답지 않게 결정적인 찬스를 날려보냅니다. 그저 대기만 하면 들어갈 수 있는 찬스를 놓치기도 하고, 결코 실패한 적이 없던 골키퍼와 1대 1 단독찬스에서도 두 번이나 골을 놓칩니다. 어이없는 실수에 절로 헛웃음이 나옵니다. 하긴 축구에서 골을 넣는 것은 마음 먹는다고만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평소 그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런 실패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이 있습니다. 이브닝 스탠다드라는 신문의 딘 킬패트릭이라는 기자인데, 이 친구는 손흥민의 빌런이자 인종차별주의자로 늘 손흥민을 폄하하고 괴롭히던 인물입니다. 손흥민이 한 두 게임만 부진하면 선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대 놓고 요구하는 최악의 빌런입니다.
오늘 경기에서 손흥민이 계속 골을 놓치자 그 친구가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손흥민, 동료들이 마련한 밥상을 걷어차다> 라는 제목의 기사를 미리 쓰고 있는 듯 보입니다. 하늘은 이렇게 심술을 부립니다. 늘 클라이막스 전에는 마지막으로 가장 난해한 장애와 갈등을 깔아 놓습니다.
전날만 해도 모든 전문가들은 손흥민의 득점왕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마지막 남은 두 게임에서는 살라를 추월하는 골을 넣어 단독 득점왕이 되리란 전망을 했는데, 그 전 게임에도 골을 못 넣고, 마지막 게임에도 예전과는 달리 그렇게 쉽게 넣던 골을 번번히 놓칩니다. 골문 앞에서 침착하지도 못했고 위치 선정도 예전과 달랐습니다. 득점왕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불안이 몰려오고 갈등은 최고 조에 달합니다. 손흥민 자신도 그렇고, 게임을 보는 수 억의 축구팬들의 머리 속에 서서히 손흥민의 득점왕 등극에 대한 의심이 심어들 때, 카메라는 손흥민의 굳게 다문 입술을 보여줍니다.
그는 게임 후 인터뷰에서 말합니다. “계속 쉬운 골을 놓치자 어이도 없고 자신에 대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지만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춘천에서 아버지와 맨땅에서 하루에 1000개씩 때려대던 슛 연습을 상기하며 “나는 할 수 있다” 고 외쳤습니다.”
어깨를 두드리며 침착하라고 격려하는 아버지 손웅정 감독의 얼굴이 스칩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고개를 들고 또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제 시간은 70분을 넘어서고 게임은 막바지로 흘러갑니다. 초조함은 더욱 깊어갑니다. 고작 20분 밖에 남지 않은 시간, 그 순간, 마침 새로 교체되어 들어온 브라질리안 모우라가 문전으로 달려드는 손흥민에게 빠른 공을 연결합니다. 마지막 찬스가 그에게 다가옴을 느낍니다. 그러나 골키퍼가 각을 좁히며 달려드는 바람에 점점 슈팅 각이 사라지는 쉽지 않은 순간입니다. 이미 이것보다 훨씬 쉬운 찬스를 두어 번이나 놓친 탓에 경기장에는 기대와 불안의 함성이 함께 밀려듭니다. 그러나 이미 용기를 되 찾은 손흥민은 아까 실패한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 구석을 향해 침착하게 돌려찹니다. 골~~~~~~인!!
그동안 치솟았던 모든 불안이 일순간에 사라집니다. 골을 넣고 하늘 높이 뛰어 오른 손흥민이 외칩니다. “YES, I CAN DO!!”
모든 동료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며 그와 함께 뒹굴며 기쁨을 나눕니다. 원정길을 따라온 서포터들의 환호가 노리치 구장을 가득 채웁니다. 이리도 간절하게 원하던 골이 있었던가요.
공동 득점왕을 확보합니다. 스코어는 4대0, 팀은 이미 승리한 것이나 마찬가지고 손흥민의 득점왕 등극도 현실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득점왕을 보증 할 수는 없습니다. 경쟁자 살라가 다른 경기장에서 골을 넣기위해 뛰고 있기 때문입니다. 살라가 다시 골을 넣는다면 득점왕은 날라갑니다. 한 골이 더 필요합니다.
자신감을 찾은 손흥민, 이제 거칠 것이 없습니다. 다시 또 다른 골 사냥을 위해 피치를 올립니다. 그리고 5분 후, 이번에는 평소 자신이 전담하던 프리킥이 나왔는데, 골이 필요한 손흥민은 모우라가 킥을 하게 하고 자신은 그 골을 받아 처리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이미 그의 앞길을 막아서던 최후의 장애물이 서서히 무너져 가는 예감을 느낍니다.
마음으로 부른 프리킥 공이 기다리던 손흥민에게 잡힙니다. 침착하게 공을 잡은 손흥민, 달려드는 수비수의 마크를 피해 자신의 장기인 예리한 감아차기 중거리 슛을 골문을 향해 날립니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허공을 나른 공은 골키퍼의 손을 멀리 돌아 골문 왼쪽 모서리 상단부를 파고듭니다. 얼음이 깨지듯이, 유리가 부서지듯이 최후의 장애가 무너져 내립니다.
와우! 너무나 극적이라 온 몸에 소름이 돋습니다.
마치 “이것이 진정한 나의 골이다!!” 라고 전 세계인들에게 외치는 듯합니다.
이제 단독 수상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드라마가 주작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작가는 약간의 손질을 가합니다. 득점왕을 놓치게 된 살라도 곧 한 골을 우기듯이 꾸겨 넣습니다. 비록 손흥민처럼 멋들어진 골은 아니지만 골은 골입니다. 결국 공동득점왕입니다. 역시 세상은 혼자만 잘 살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렇게 드라마는 아시아인 최초의 득점왕에게 부여된 골든 부츠를 높이 치켜든 손흥민의 모습과 그의 불굴의 모습에 결국 ‘손흥민은 토트넘의 별’이라며 항복의 손을 들고 평점 만점을 부여하는 빌런 킬패트릭 기자, SONNY를 연호하는 팬, 가족, 동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손흥민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립니다.
짙은 여운을 남긴 한국 국뽕 영화 한 편을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