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젊은이들이 명절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이라고 하는데,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도 또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도대체 왜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을 많이들 할까요?
사회학적 정신질환자인 소시오패스가 아닌 이상 남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반복적으로 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런 말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혼자 나이 들어가는 친구, 조카, 자녀를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에서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의 결혼은 출산부터 교육, 취업까지 이어졌던 자녀 교육 과정의 마지막 완성 단계입니다.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부모님들은 자녀교육에 종교 활동과 맞먹는 열정을 발휘합니다. 분유부터 자녀의 배우자까지 자녀의 행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것에 최대한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우리 ‘K-가정교육’의 원칙이죠. 힘들게 키운 자식이 좋은 배우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을 교육의 완성으로 보시는 부모님의 입장에서, 자녀들이 더 나이들어 좋은 배우자감들이 줄어드는 현실을 조바심 나게 바라 볼수 밖에 없는 것이죠. 친구나 친척들도 현실적인 경험을 통해 ‘한창때’가 지나 나이가 들수록 선택할 수 있는 배우자의 조건은 낮아지고, 당사자가 갖춰야할 조건은 높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진정 안타까운 마음에 조언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조언을 하시는 분들은 (1)결혼은 꼭 해야 한다 (2) 결혼은 행복한 일이다 (3) 결혼은 때가 있다 라는 기본적인 가정을 하고 계십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결혼 안하는 나에 대해 안타까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낮은 출산율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감소가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연결될것을 염려하는 경제학자, 젊은층 인구 감소와 노인인구 증가로 인해 국민연금 고갈 및 국가 재정의 악화를 걱정하는 정부관료 같은 분들이죠. 이런 생각을 가진분 중에는 늦은 결혼, 독신주의, 아이 안갖기 등의 현상을 언론을 앞세워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개인 이기주의로 몰고 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나라를 걱정하는 이분들의 오지랖을 기분 나쁘게 듣기보다는, 그렇게 나라를 걱정하면서도 마땅한 사회적 대책을 못세워 주시는 그분들의 무능력에 대해 ‘표’로 심판해 주시는 지혜를 발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듣기 싫아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볼까요?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 겁니다. 결혼을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인 직장과 집을 갖추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조건이 안 갖춰진 상황에서 결혼하여 서로 원수처럼 지내기 보다는, 연애를 하며 좋은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결혼을 미루는 일이 보편화 되고 있습니다.
손해보는 계약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일단 결혼을 하면 포기해야 하는 ‘자유’에 대한 가치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주는 부담보다 높아졌습니다. 돈도 벌고, 연애도 할수 있고, 취미 및 여행도 즐길 수 있는 싱글들 입장에서 결혼을 통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인것 같습니다. 상대가 너무 사랑스러워
‘자유’는 자발적으로 포기하더라도, 현실적인 문제인 ‘집안일(육아 포함)’을 누가 어떻게 할것이냐라는 문제 앞에서 많은 미혼분들이 결혼에 대한 결단을 미루고 있습니다.
가장 결정적으로 결혼한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먼저 결혼한 사람들은 ‘의리’로 함께 살고 있다며 말하며 더 이상 서로를 애틋하게 사랑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식 교육에 올인하며 순교자 같은 삶을 살다 보면, 애들 다 크면 진짜로 순교자가 될것 같습니다. 이혼율도 높아지고 있어, ‘백년해로’라는 안정감도
주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결혼이 개인의 선택이 된 사회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사랑해서 결혼한다’는 연애 결혼이 상식인 사회이지만, 실제 연애 결혼이 일반화된 것은 채 100년이 되지 않습니다. 인류는 더 긴시간 동안 사랑없는 결혼을 ‘상식’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중세의 정략 결혼, 근대의 중매, 현대의 연애결혼 등 결혼의 모습도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세대들의 바뀌고 있는 결혼관에 대해 무조건적인 훈계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결혼은 언제 할거니?’ 하고 묻고 싶을때 과연 내 결혼 생활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대로 잘 가고 있는지, 과연 내 결혼 생활은 미혼자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지 점검해본 후에 그 질문을 던진다면, 말하는 사람의 가정도 행복해 지고, 듣는 사람에게도 설득력이 증가하여 사회의 행복 지수가 올라 갈수 있을것 같습니다.
‘결혼은 언제 할거니?’란 질문을 듣기 싫어하는 분들 입장에서도, 만약 결혼은 하고 싶은데 마땅한 배우자를 찾지 못한 상황이라면, 혹시 자기가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기준이 너무 높은 건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됩니다. 100점짜리 상대는 없습니다. 내가 100점이 아닌데 혹시 상대에게는 100점을 요구하고 있는 불평등한 척도를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면 어떨까요? 70점 짜리 상대, 70점 짜리 조건에서 나머지 30은 내가 채워나간다라는 자신감을 갖는다면 결혼이 좀 더 쉬어질 것 같습니다. 또 지금 눈앞에 있는 ‘운명의 상대’를 놓치고 먼훗날 후회하는 일을 피할수 있을 겁니다.
경제적 문제 때문에 결혼을 못하는 나라는 불행한 나라이고, 개인의 선택에 의해 결혼을 안 할수 있는 나라는 살만한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Ps: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한다면 ‘너를 위한 관심 시즌 2’ 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애는 언제 날거니? 둘째는 언제 낳을거니? 애 공부는 잘하니?
<추천 서적>
①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1976):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가 하는게 아니라, 내 안의 유전자가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설득력있게 펼치는 생물학책
② 진화하는 결혼 (스테파니 쿤츠, 2009): 결혼의 역사를통해 결혼의 낭만적이지 않은 사회적 역할을 알려주는 책
③ 스토너 (존 윌리엄스, 1965): 스토너라는 평범한 사람의 일대기를 통해 평범한 직장생활과 평범한 결혼의 모습을 사실주의적으로 보여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