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을 이끌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가 9일(현지시간) 시작됐다고 연합뉴스가 9일 보도했다.
필리핀은 이날 대통령과 부통령 외에도 상원의원 13명, 하원의원 300명을 비롯해 1만8천명의 지방 정부 공직자를 선출한다.
이번 선거의 유권자는 총 6천700만명이며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는 독재자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64) 전 상원의원이다.
그는 독재자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로 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1986년까지 장기집권했다.
특히 정권을 잡은 뒤 7년이 지난 1972년부터 1981년까지 계엄령을 선포해 수천명의 반대파를 체포해 고문하고 살해하면서 독재자로서 악명을 떨쳤다.
이에 시민들이 1986년 ‘피플 파워’를 일으켜 항거하자 하야한 뒤 하와이로 망명해 3년후 사망했다.
마르코스는 현지 조사기관인 펄스 아시아가 지난달 16∼21일 2천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56%의 지지율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레니 로브레도(57) 부통령은 23%로 뒤를 이었다.
로브레도는 최근 국민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종교인 가톨릭 사제들이 잇따라 지지를 선언하고 나서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4일 10여명의 주교 등 고위 성직자를 포함한 1천400명의 사제들이 로브레도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데 이어 하루 뒤에는 수백명의 사제들이 로브레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전체 인구 1억1천만명 중 80%가 가톨릭 신자로 추산된다.
또 다른 대선 주자인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43) 상원의원은 지지율이 7%에 그쳤다.
부통령 후보는 마르코스와 러닝 메이트를 이룬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43) 다바오 시장이 55%의 지지율을 보이면서 빈센트 소토 상원의장(18%)과의 격차가 37% 포인트에 달했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는 마르코스와 사라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마르코스가 당선될 경우 독재자 가문이 시민들에 의해 쫓겨난 뒤 36년만에 다시 정권을 잡게 되는 셈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군사전략적 요충지인 필리핀의 차기 지도자가 양국 사이에서 어떤 외교적 행보를 취할지에도 벌써부터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2.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