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심심찮게 뉴스거리를 제공하는 것 중에 하나가 보이스 피싱입니다.
그저 남의 일 이려니 했지요. 내가 뭐 정보를 흘린 것도 없는 것 같고, 가당찮 은 접근을 해와도 설마 내가 넘어가겠나 했지요.
실제로 그들의 뻘 짓을 우리 집도 한차례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거의 10년전의 일인가 본데, 아들애가 영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집사람에게 전화가 와서 아들애 이름을 대며 지금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있다는 말을 합니다. 그 전화를 받는 집사람 처음에는 놀랐지만, 그 사고 장소가 한국이라는 소리에 대번에 보이스 피싱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무슨 소리를 하냐며 화를 내고 끊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습니다. 그때 웃으며 참 바보같은 놈들 하며 넘어갔는데 그런 사건이 유익한 경험으로 작동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안일한 생각을 하던 제가 이번에는 직접 당했습니다.
제 경우는 전화가 아니라 모바일 메시지 통고입니다.
온라인 뱅킹을 사용하니 카드를 쓰거나 온라인 결제라도 하게 되면 바로 그 사항이 메시지로 통고가 오는데, 어느 날,
한영민 고객님, 페이팔 승인번호 5**9, 463,000원 결제 완료
본인이 아닐 시 문의바랍니다. 소비자원 02-786-8849
라는 문자가 옵니다.
이걸 받아보고는 이게 뭐지? 페이팔 인걸 보니 온라인 결제인데, 최근 들어 결제를 한 것이 없는데 하며 은행 앱들을 열어 확인해봤는데 그런 결제 사안을 찾을 수 없습니다.
잘못 온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제 이름이 버젓이 써 있는 걸로 봐서는 뭔가 잘못된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마치 그런 염려를 감안한 듯 본인이 아닐 시 연락하라는 전화번호가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습니다.
애초에 그런 지나친 친절을 의심했 어야 했습니다. 별 생각없이 당연히 전화를 했지요. 전화벨 이 울리고 역시 아리따운 목소리로 “소비자 원입니다” 하며 받습니다. 그래서 줄줄이 얘기를 했지요. 잘못 온 메시지 아니냐?
잠시만요, 하면서 “아마존에서 국민 카드로 결제를 한 것으로 나와 있는데요” 합니다. “이봐요, 나는 아마존 직구 한 적이 없고, 또 국민은행 카드도 없습니다” 하며 이런 저런 대화를 이어가다가 어느 순간 저쪽의 반응이 영 이상합니다. 응답이 없더니 저도 모르게 도중에 끊겨 있는 것입니다.
앗, 그 순간 스치는 느낌, 뭔가 잘못되었구나.
컴 앞에 앉아 소비자 원이라는 검색어를 넣었더니 바로 나옵니다.
소비자 보호 사이트에서 제가 받은 메시지와 같은 사진을 보여주고, 이와 같은 메시지를 받고 소비자원에 전화하라는 연락을 받으며 절대 전화하지 말고 메시지를 지워버려라 합니다. 그리고 피해가 예상되면 118로 전화하려 신고하라고 되어있습니다. 이미 피싱 사례가 많은 사건인 겁니다.
이런 제대로 걸렸네, 식은땀이 나옵니다.
일단 급하게 모바일 폰에 들어있는 모든 은행 앱을 제거했습니다.
그리고 118에 전화를 해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다 듣고나서 하는 말이 “일단 전화로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았으니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전해줍니다.
아마도 제가 그들이 말한 국민카드라도 있었다면 좀더 디테일한 정보를 묻고 캐낼 수 있었을 텐데, 마침 그런 카드가 없다는 것을 알고 별다르게 정보를 캐낼 방도가 없었다는 생각이었는지 그쪽에서 전화를 끊었으니 실질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인 듯합니다. 전문가의 말이니 믿어야 죠.
그런데 여전히 불편합니다. 이미 해킹 당한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내 이름과 전화번호는 맞았으니 그것이 이미 해킹 당한 것이고, 또 대부분 이런 시도는 노인네들을 대상으로 하니, 제 나이도 그쪽에서는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진상이 파악이 안된 상황이니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망할 놈들.
며칠 지나고나서, 해킹을 했으면 벌써 뭔가 일어났을 텐데 아직도 아무런 통고가 없는 것을 보니 피해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은행 앱들을 재 설치하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세상 믿을 수가 없군요. 독자 여러분도 조심하시라고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