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한주필 칼럼 – 약이 되는 음식, 한식

 

옛부터 우리는 밥이 곧 보약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한식은 한방의학의 근간을 이룹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부터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 하여 약과 음식이 같다는 말이 널리 통용될 정도로 음식은 의술의 하나로 활용 되었으며, 덕분에 의사들은 음식과 조리법에도 일가견이 있었습니다. 병이 나면 먼저 음식으로 다스리고 그 다음에 약을 쓴다는 식이요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한식을 세계적으로 알린 한국 드라마 대장금을 보면 예쁘고 재주 많은 장금이가 요리뿐만 아니라 의술에도 빛을 발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식사를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조선 초기 명의로 알려진 전순의(全循義)는 음식으로 질병을 다룬다는<식료찬요(食療纂要 1640)>라는 책을 지어 식이요법을 체계화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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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찬요』는 증상별로 치료법을 제시하는 식이요법 책으로, 여러가지 약재를 식재료와 함께 음식으로 섭취하여 병을 치료하는 방법과 일상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기록했습니다. 시간이 되면 한번 찾아서 읽어 두시면 지병이 있는 식구들 식사 차림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음식으로 병을 치료한다는 식이요법을 위한 의서는 비단 『식료찬요』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허균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역시 식이요법의 책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문헌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조상들은 옛부터 음식을 약처럼 생각하며 먹어왔기에 그 종류가 다양하고, 요리법 하나에도 영양과 균형을 생각하는 지혜가 담겨있습니다. 최근에 외국인들에게 왜 한식이 영양식이자 다이어트 식으로 각광받는지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아마도 그들은 한식이 가진 깊은 지혜를 알지는 못해도 몸에 좋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조상의 지혜로 차려진 한정식을 살펴보기로 하지요. 

한정식은 주식인 밥을 기본으로 각종 부식을 한상에 모두 올리는 <공간전개형식사> 방식입니다. 중식이나 서양식은 음식이 에피타이저를 시작으로 디저트까지 시간을 두고 나오는데 우리의 음식상은 한번에 다 나온다는 의미입니다. 

상차림의 규모는 밥, 국, 김치를 제외하고 쟁첩(놋쇠로 만든 작은 반찬접시)에 담은 반찬가지 수에 따라 3, 5, 7, 9, 12첩이라 합니다. 한정식 반찬에는 국, 찌개, 구이, 전, 찜, 조림, 김, 나물무침, 김치, 젓갈 등으로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공급합니다. 그래서 한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선한 식재료입니다. 약이 되는 식재료인데 아무거나 함부로 쓸 수는 없습니다. 제철음식, 유기농 재료, 지역별 향토재료, 몸과 흙이 하나라는 신토불이 의식으로 엄선된 재료를 쓰는 것이 한식입니다. 

이런 한식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가장 관심을 끄는 메뉴가 있는데, 비빔밥입니다. 비빔밥이야말로 우리 한식의 정신이 가장 잘 표현된 음식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빔밥은 옛부터 산신제 등 공동 제사에서 나온 제사 음식을 골고루 받아 비벼 여럿이 함께 먹은 것으로 유래됐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전주 비빔밥과 진주 비빔밥이 있습니다. 안동에는 아예 헛제사밥이라고 하여 제사를 지내고 먹는 밥이 아니라, 제사 음식으로 차려진 비빔밥이 있습니다.  

비빔밥이 문헌에 처음 등장 한 것은 조선말기 18세기 경에 쓰여진 것으로 짐작되는 저자 미상의 <시의전서>라는 조리서에서 부븸밥으로 표기되어있습니다. 한자어로, 어지럽게 섞은 밥이라는 뜻입니다. 비빔밥은 색이 아름다워 꽃 화花를 써서 화반花飯 이라고 불렸습니다. 

비빔밥에는 우리 민족의 어울림의 정신이 담겨있습니다. 서로 다름이 함께 어울려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것이 바로 비빔밥이 갖고 있는 한민족의 화합과 창조의 정신입니다.  

그래서 비빔밥은 각 지방마다 특색이 다릅니다. 언제 시간이 날 때 전라도, 경상도를 들려 각 지방의 비빔밥을 맛보며 각 고울의 특색들이 어떻게 어우러져 재 창조 되었는지 느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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