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한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알아야 할 우리 문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외국에서 지내며 우리문화에 대하여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수준의 한류 지식을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젊은 시절 독일에 자주 다닐 때 독일 음식의 단촐함에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호텔 아침식사에 독일 특유의 차돌처럼 단단한 하드 빵에 삶은 달걀, 소세지, 햄 치즈 등이 있고 커피가 고작입니다. 전부 마른 음식입니다. 북유럽 민족의 역사가 드러납니다. 남쪽으로 내려와 약탈을 해야 먹고 사는 민족이었으니 음식이 전부 이동을 하면서 먹을 수 있는 마른 음식이 주를 이룹니다. 그러니 맛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동하며 먹을 술로는 알코올 도수가 독해야 할 텐데, 순한 맥주가 주를 이룹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북유럽쪽은 물이 귀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물이 석회수가 많아 그냥 마시기 불편합니다. 맥주를 만들어 물처럼 마십니다. 북유럽에서 맥주는 술이 아닌 셈입니다.
이렇게 그 나라의 역사나 지역을 보면 음식이 드러나고 또 음식을 보면 그 역사를 비춰볼 수 있습니다.
한국 역시 음식을 보면 한국의 문화와 기후 등이 드러납니다. 요즘 한국의 음식 중에 가장 세계화된 김치, 우리 김치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는지 한 번 짚어보시기 바랍니다.
한국에서 김치가 생겨난 이유에는 한반도의 모진 겨울 추위가 숨겨져 있습니다. 여름철에 풍부한 채소들이 겨울이 되면 자취를 감춰 구할 수 없게 되자, 채식을 주로 하는 한민족은 채소를 소금에 절여 보관합니다. 이것이 김치의 시작입니다. 김치라는 용어도 채소를 소금물에 담근다 라는 딤채 沈菜 에서 유래되어 김치로 음운변화 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김치는 그 종류가 채소만큼이나 다양합니다. 배추, 무, 보쌈, 갓, 파, 동치미 등 무려 200여가지 다양한 채소가 김치로 만들어져 겨울철 식량으로 비축되고 소비된 것입니다.
김치를 이르는 우리말로 가장 오래된 것은 ‘지’ 가 있습니다. 지금도 전라도 지방에서는 김치를 ‘지’라고 합니다. 단무지, 묵은지, 오이지 등이 다 김치를 이르는 말입니다.
김치의 발전을 보면 처음에는 단순히 소금에 저려 오래 보관하며 먹는 방법을 취하다가, 산화 부패를 억제하는 고추가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지금의 김치가 됩니다. 고추가 들어가는 것이 매운 맛을 위함이 아닙니다. 고추가 없으면 발효가 너무 일찍 일어나 부패합니다. 김치를 담그는데 쓰는 소금은 칼슘과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이 좋습니다.
발효음식인 김치는 유산균을 증식시켜 항암과 면역력 증진에 큰 효과를 냅니다. 잘 익은 김치에는 비타민 C 와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해로운 균을 죽이고 장 안의 물질대사를 도와 체력을 증진시키고 원기 회복과 식욕을 돋우는 효과가 있습니다.
코로나를 김치로 이긴다는 것은 그저 헛소리가 아닙니다.
발효식품의 단짝은 옹기인데, 옹기의 숨구멍을 통해 산소와 햇빛이 들어 젖산균이 숨쉴 수 있게 합니다. 요즘은 옹기대신 김치 냉장고가 그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살펴보면, 일본이나 중국 등지에서 만들어 파는 김치는 우리의 전통 김치와는 차원이 다른 그냥 채소 무침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겨우내 먹을 김치, 깍두기, 동치미를 늦가을에 한번에 담그는 것을 김장이라 하지요. 딤장沈臟에서 온 말인데 ‘담가 저장한다’는 뜻입니다. 김장은 품이 많이 드는 일이라 이웃과 품앗이를 하며 김치 담그는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며 동시에 이웃의 정을 나누는 나눔의 문화입니다.
김치는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지정되었고,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김장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고유 문화입니다.
이 정도를 알고 있어야 한국인이 됩니다.
한류에 관심이 많은 요즘, 외국에서 김치 아카데미를 연다면 그 또한 좋은 사업꺼리가 되지 않을 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