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5,Monday

한주필 칼럼- 주말에는 무엇을 하나요?

주말입니다. 무거운 삶의 행로를 끊임없이 걸어야 하는 우리에게 주말이 주는 무게는 상당하지요. 무엇보다 일로부터의 자유라는 기대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입니다. 

이 험한 세상에 일주일마다 이렇게 삶의 위로를 주는 날이 있다는 것은 진짜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Thank God! 

그런데 그런 주말에 주로 뭘하고 지내시나요? 예전에는 이런 질문에 ‘독서’가 항상 자리를 차지하곤 했는데, 요즘은 아마도 고정 멤버는 아닐 듯합니다. 그만큼 요즘은 독서가 우리 일상에서 좀 멀어진 듯합니다. 오늘은 독서에 대한 얘기를 해보지요. 

어느 영화에 보니 시간이 돈으로 행세하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시간을 많이 갖는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인데, 이거 흥미로운 시각입니다. 많은 시간을 가진 사람이 잘사는 세상이죠. 그건 우리의 삶에도 마찬가지 같아요. 문제는 어떻게 하면 많은 시간을 갖게 되는 가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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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이라도 일을 많이 하면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을 느끼시죠. 같은 주말을 보내도 골프도 치고, 친구도 만나고, 아이들과 외식도 하고 하며 많은 활동을 하고 보낸 주말과 그냥 잠만 자며 TV나 보며 보낸 주말과는 보낸 시간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같이 주어진 시간에 남들보다 많은 경험을 하면 시간을 많이 갖는 셈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직접 행동하지 않고, 남이 경험한 것을 고스란히 받아오는 방법도 있습니다. 남들이 10시간에 걸려 이룩한 일을 자신이 10여분만에 그 결과물을 취할 수 있다면 이건 확실히 많은 시간을 갖는 것이 아닌가요? 

이런 것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독서입니다. 

저는 지난 해 9월부터 <씬짜오베트남데일리뉴스>에 매일 글을 올립니다. 매일 글을 쓰다보니 아무래도 깊은 글이 잘 안나오고 시사성 있는 가벼운 글을 쓰기 마련인데, 그래도 대중을 상대로 올리는 글이라 그냥 생각나는대로 쓰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어떤 글을 쓸 것인지 전날부터 좁은 머리 속을 뒤지고 다닙니다. 그리고 뭔가 정해지면 그에 관련된 자료를 찾느라 한 두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글을 쓰는데 역시 한 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그것은 초안입니다. 그리고 이미 쓴 글을 다음날 아침 마감시간까지 머리속에 리뷰를 하면서 논리적으로 어긋난 것이나 빼먹은 것은 없는지 머리를 굴려봅니다. 그러다 다른 생각이 나면 관련자료를 뒤적입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전날 밤에 쓴 글을 다시 읽어보며 리뷰한 것을 근거로 교정을 봅니다. 때로는 교정 시간이 글쓰는 시간보다 더 길어집니다. 그러면 고작 500단어 정도의 짧은 글을 완성하는데 5-10시간을 소비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10시간 정도를 소비한 이 글을 독자들은 고작 3분만 투자하면 다 읽을 수 있습니다. 즉, 여러분은 이 글을 읽는 3분으로 저의 5-10시간을 가져가는 것입니다.

얼마전 화제가 된 <파친코>라는 소설을 쓴 이민진 작가, 그 책을 쓰느라 20년 이상을 소모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1,2권으로 된 그 소설을 읽는데 10시간이 됩니다. 10시간을 투자하여 그 엘리트 작가의 20년의 시간을 가져가는 것입니다. 이거 남는 장사 아닌가요? 

부자가 된 사람치고 독서를 게을리 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왜냐하면 독서, 시간을 버는 그 행위 자체가 부자가 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타인이 긴 시간에 걸쳐 겪은 경험을 단 시간에 흡수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부자가 안될 수가 없지요.  

물론 독서의 질도 문제가 됩니다. 가장 질 좋은 독서는 그 글을 자신이 쓴 것처럼 읽으면 됩니다. 그러면 그 글을 쓰느라 소모한 작가의 시간을 알뜰히 가져가게 됩니다. 

왜 독서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인지 이제 좀 공감이 되시나요? 

이번 주말에는 평소 존경하는 작가의 긴 경험을 잠시 훔쳐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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