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식탁 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함에 따라 세계 식문화도 바뀔 조짐을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월 28일 보도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인도 동부 오디샤주에서 길거리 식당을 운영하는 라주 사후 씨는 요새 튀긴 음식 대신 찐 음식을 더 많이 팔고 있다. 식용유인 팜유 가격이 급등해 팜유를 예전만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팜유 일일 구매량은 최근 반 토막이 났다.
팜유를 비롯한 식용유 부족 현상은 이미 지난해부터 악화하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세계 2번째 팜유 생산국인 말레이시아에서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팜유 생산이 급감했다. 이어 가뭄으로 캐나다에서 카놀라유 생산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는 대두 생산이 각각 타격을 받았다.
이에 식용유 수요가 해바라기유로 쏠렸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이 두 나라는 전 세계 해바라기유 수출의 약 75%를 담당하고 있다.
전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팜유, 대두유, 카놀라유, 해바라기유 등 주요 4대 식용유 가격이 급등했고, 그 여파가 캔디와 초콜릿 등 소비재로 번지기 시작했다.
인도에서는 식용유 가격 급등에 사회 소요 조짐이 보이기도 한다고 블룸버그는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해 전했다.
팜유 세계 최대 수출국이면서도 식용유 품귀현상을 겪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집권당 투쟁민주당(PDI-P)이 ‘식용유 없이 요리하는 법’ 시연회를 개최하는 등 튀기지 말고 끓이거나 쪄서 먹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미국 시카고와 그 주변 교외 지역에서 치킨 식당 5곳을 운영하는 조 폰타나 씨는 이미 식물성 기름 대신 우지로 닭과 감자를 튀기고 있다.
하지만 우지가 재생 디젤 생산에 쓰이면서 수요가 늘어나자 우지 가격 역시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폰타나 씨는 치킨샌드위치 가격을 이미 여러 차례 올렸는데 또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제빵업계가 밀 가격이 치솟자 바게트 표준 제품의 무게를 종전 200g에서 150g으로 줄였다. 이 나라에서는 바게트 가격이 법으로 정해져 있어 대신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대신 무게를 줄인 것이다.
네덜란드 은행 라보뱅크의 한 애널리스트는 피자에 올라가는 페퍼로니의 수량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고,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베이컨도 한 겹이 사라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편 곡물류 가격이 급등하자 공급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가 트레이더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인도가 2022∼2023년 밀 1천200만t을 세계 시장에 내놓을 여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인도는 중국 다음의 세계 2위 밀 생산국이지만 인구가 많기에 밀 대부분이 국내에서 소비된다.
하지만 최근 5년간 밀 작황이 좋아 밀 재고가 충분히 쌓인 덕분에 밀을 수출할 여력이 생겼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인도는 그동안 방글라데시와 같은 인접국이나 중동 일부 국가에 밀을 수출했는데, 전 세계적인 밀 부족 현상을 맞아 아프리카나 중동의 다른 국가로 밀을 수출할 수도 있을 것으로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미국도 밀 부족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서실리아 라우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식품 가격이 오르고 있어 미 농가가 작물 재배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곡물 시장이 예전처럼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 통신 2022.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