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은 어느 정도 상승했나? 왜 식량 가격은 오르고 있는가?
80년만에 유럽에서 큰 전쟁이 발발했다. 바로 2월 24일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을 선언하면서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다. 이로 인하여 전쟁이 시작된 지 한달이 넘은 지금, 러시아 군은 약 1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예상되며, 300만명의 우크라이나 시민이 주변국으로 피난을 가면서
난민이 된 상황이다. 위드코로나로 인하여 시작된 인플레이션으로 허약해진 세계경제가, 본 전쟁으로 인하여 다시 큰 타격이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 전망을 하나하나 짚어 본다.
글. 한성훈 kosdaq62@gmail.com
오르고 있는 원자재 가격
전쟁이 발생하면서 벌써부터 세계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항만 폐쇄와, 러시아로 가는 세계주요해운사의 선박운항이 중단되고, 대 러시아제재 및 러시아의 보복제재로 인하여 주요 수입 원자재의 가격은 기존 상승세에서 더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전세계 경제에서 2%정도만 차지하는 두 나라의 전쟁의 여파가 왜 2%를 넘어가고 있을까?
경제전망을 보기 위하여 우선 원자재 가격 상승 상황을 살펴봤다.
식량가격의 상승은 현재 시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며, 식량난을 야기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옥수수와, 밀, 소백이 대표적으로 나오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남부지역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더불어 소맥가격은 부셸(곡물 부피 뿐 아니라 무게 기준 단위 1부셀=27.216kg) 당 전쟁 전500달러대였지만, 1500달러 대까지 진입했으며, 옥수수는 전쟁 전 1부셸당 600달러 이상 이었다가, 800달러까지 치솟았다.
아울러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전세계 밀 수출의 30%이상을 차지하는 세계최대의 밀 수확지역이기 때문에, 밀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전쟁 전 밀 가격은 1부셸당 275달러 수준이었지만, 3월 초에는 사실상 두 배인 425달러까지 상승했으며, 최 정점에 비하면 내려가기는 했지만, 부셸 당 현재도 35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은 식량만이 아니라 에너지 자원도 많은 편이다. 특히 러시아는 세계 3위 원유 생산국가고, 세계 2위의 천연가스 생산 국가이며, 우크라이나가 생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원유 및 가스의 송유관을 통한 주 지리적 통로이며 중개자 역할을 하는 나라다, 세계 에너지 공급에 크리티컬 한 두 나라가 전쟁을 시작하면서 원유가격도 오일쇼크 수준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고, 한국이 주로 발전용으로 수입하는 석탄 가격도 1톤당 400달러 수준으로 상승한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러시아는 세계적인 알루미늄, 니켈, 주석, 금, 다이아몬드 생산지이기도 하며, 러시아가 된 이후에는 제대로 대량 생산이 시작되어 세계 생산량의 top 10상위권 국가로 진입하기도 했다. 이러한 러시아 광물의 공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비철금속 가격도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한국과 베트남에 중요한 반도체 원자재인 네온가스, 크립톤, 팔라듐 등의 희토류도 이들 국가가 최소 40%이상 공급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뜩이나 공급난을 겪고 있는 반도체제품 생산에도 영향이 있을 것도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식량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세계의 4억명을 먹여 살리는 지역인데 왜 이들의 생산 차질로 인하여 식량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살펴봤다.
연간 4억명을 먹여 살리는 세계적인 곡창지대
– 우크라이나, 러시아 남부 지역 우크라이나와 흑토
한국이나 동아시아에서는 밀이나, 옥수수를 바다 건너, 호주나, 미국에서 주로 수입을 하기 때문에 이 지역이 주요 곡창지대라는 인식이 별로 없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중동과 아프리카지역에서 최대 4억명을 먹여 살리는 농업 강대국들이다.
특히 양국이 세계의 곡식창고가 된 이유는 초르노잼이라는 흑토가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르노젬은 서부와 북부 일부를 제외한 우크라이나 면적의 대부분, 그리고 러시아의 서남부 지역에 퍼져 있고, 인산, 인, 암모니아가 많고 풍부한 부식토로 이루어져 있는 검은 땅을 말한다. 흑토라고 부르기도 한다. 즉 이 지역의 흑토인 초르노잼은 땅 자체가 비료인 것이다.
초르노젬은 비옥하고 수분을 머금고 있는 양이 많아 농업 생산량이 뛰어나다.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세계적인 곡물 생산국이다. 러시아는 2018년 유엔식량농업기구 자료에 의하면 세계 1위의 보리와 귀리, 사탕무 생산 국가이며 세계 3위의 밀과 호밀 생산국이다. 2020년 기준 전세계 밀 생산의 24.1%를, 전세계 보리 생산의 14.2%를 점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역시 2018년 유엔식량농업기구 자료에 의하면, 세계 3위의 감자(2,250만 톤)와 메밀(13만 7천 톤), 세계 5위의 옥수수(3,580만 톤), 세계 7위의 보리(730만 톤)과 호밀(39만 3천 톤), 세계 8위의 밀(2,460만 톤)의 생산국이다.
그리고 식용유의 원료가 되는 해바라기씨 세계 최대 생산국이기도 하다. 즉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식량수출이 차단되거나 중단되면 최소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식량 수급에 엄청난 차질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떤 나라가 양국의 식량에 의존하고 있는가?
어느 나라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출하는 식량에 의존하는지를 알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주 곡물인 밀을 어느 곳에 수출하고, 이들의 고객 국가가, 이들에게 얼만큼 식량을 의존하는 지를 살펴봐야 한다.
우선 이 두 나라에게 식량 의존율이 높은 곳은 중동 지역이다. 특히 2010년 이후 중동에서 곡창지대의 역할을 했던 터키, 시리아, 이집트가 내전 및 가뭄으로 농업체계가 붕괴되면서 자체 생산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밀과, 옥수수의 점유율이 높은 편이다.
우선 러시아가 밀을 수출하는 곳은 다음과 같다
이중 절반 가까이 가 이집트와, 터키로 향하며, 주요 목적지는 구 소련 권 국가와 중동, 아프리카 일부 지역임을 알 수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지는 러시아 보다는 조금 다양한 편이지만 하단에서 볼 수 있듯이 중동 아프리카가 주 고객이고, 러시아와는 다르게 한국 및 인도네시아 같은 아시아 국가로도 수출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중동지역도 유럽지역처럼 밀 중심의 음식을 소비하는 지역으로써, 이 지역에서 밀은 주식인 넙적한 빵을 만드는 데에 많이 쓰이기 때문에, 생활필수품이기도 하다.
과연 이 두 나라에서 밀을 수입하는
주요 국가들은 실제로 어느 정도 의존하고 있을까?
우선 가장 많이 수입하는 이집트를 보면 그 답이 보인다.
이집트 같은 경우 수입산 중 러시아, 우크라이나산 비중이 전체의 60%를 넘어가며, 이집트 자체의 생산량이 있지만, 자체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 밀을 반드시 수입해야 하는 나라 중 하나다.
이러한 상황은 인구 7000만인 터키도 마찬가지다 터키 같은 경우는 우크라이나 산이 전체 밀 수입액의 43%를 차지할 정도로 방대하며, 11%인 러시아 산까지 합치면 54%정도로 이 지역에서의 수입 비중이 매우 높다 터키는 밀 수입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옥수수, 대두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현상은 산업이 발달하고, 정부재정이 탄탄하여, 수입 다변화가 가능한 이스라엘 같은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 마저도 터키나, 이집트와 비슷하게 우크라이나, 러시아산 밀의 비중이 약 50%정도를 차지하는 상황이다. 옥수수 같은 경우는 약 65.4%가 우크라이나에서만 수입할 정도로 우크라이나가 과점 한 상황이며, 주로 맥주 및 술 정제에 자주 쓰이는 소맥 같은 경우는 72%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산이 차지할 정도로 이들 나라에 대한 의존율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의존율은 중동 및 아프리카만이 아니라, 아시아 권 국가에서도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예를 들어 수입선이 어느 정도 다변화된 인도네시아에서도 우크라이나산 밀은 전체 밀 수입의 26.1%를 차지하고 있으며, 러시아 산까지 포함하면 약 30%수준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베트남에서도 전체 수입 밀의 약 17.5% 정도가 러시아에서 수입되며, 한국에서도 주로 사료용으로 쓰이지만 12.6% 정도의 우크라이나 밀이 수입되고 있다.
전 세계 최소 15%이상을 차지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농수산물이 사라지면서 서서히 이 충격이 우리에게도 오고 있는 상황이다. 식량난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예년과 같은 곡물 생산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3월부터 보리를, 4월부터 옥수수를 심기 시작하는데 전쟁으로 파종이 중단되면서 올해 곡물 생산에 큰 차질을 빚게 된 것이 문제다.
러시아의 경우 곡물 수확은 한다고 하더라도 수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고, 또한 이미 러시아 내 서방 기업들이 대거 철수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농업 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 정부도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곡물과 설탕 등의 수출을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현지에서의 곡물 수확과 보급은 가능하더라도 국제 사회 제재로 농작물 종자 보급은 중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위 지역의 모든 생산품의 수출이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사실상 전세계 10% 이상의 농산물 생산, 소비가 막히게 되면서 전세계적인 어려움은 1980년대 대기근 이후로 최악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연간 4억명을 먹여 살리는 세계적인 곡창지대 “
“전 세계 최소 15%이상을 차지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농수산물이 사라지면서 서서히 이 충격이 우리에게도 오고 있다”
어떠한 충격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가장 최악의 충격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석유가격이 250달러까지 상승하는 것이겠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덜 쓰는 것으로 상쇄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러시아 석유 의존도에서 벗어 날 수 있다. 문제는 식량이다. 전문가들 분석에 의하면 이 식량 문제 때문에 중동 국가들이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에 참가하지 않는 진짜 이유인 것으로 분석될 정도다.
고통은 제 3세계로 간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선진국에서는 라면 값, 빵 값, 만두, 과자, 가축사료 가격의 상승, 그리고 전반적인 물가의 상승이 나타나면서 서민의 삶은 고통스럽겠지만, 돈이 있는 나라이니까 어느 정도 고통에서 멈출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에서 많은 양의 곡물을 수입하던 개발도상국 국가들은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위에서도 보여주었듯이 이집트는 전체 밀 수입량의 70%를 두 나라에 의존해 왔으며, 터키는 약 74%, 이스라엘은 약 50%대이며 이외 아르메니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은 99%일 정도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밀 의존도가 높았다. 심지어 아시아 국가에서도 최소 10%의 밀은 이들 국가에서 올 정도다. 특히 의존율이 40%이상인 국가에서는 국가 체계가 무너지거나, 정부가 엄청난 재정적인 출혈을 각오해야 한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이들 국가는 이미 팬데믹과 연료 가격 급등으로 경제 기초체력이 바닥난 상태였는데, 식량 부족 문제까지 연말에 직면하게 될 예정이다. 특히 밀 수입을 많이 하는 높은 이집트 같은 나라에서 재 가공되어서 그 상품을 소비하는 2차 소비자인, 에티오피아, 수단 같은 나라는 1차 소비국인 이집트나 터키 같은 곳이 먼저 수출을 제한하게 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연합(UN)은 이달 초 “전쟁이 세계 식량시장에 미치는 여파만으로 760만 명에서 1,310만 명이 추가로 기아로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전쟁이 유럽에만 영향을 미치는 전쟁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세계 농업, 공업, 광업 등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국제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봐야 한다.
다음편에는 물류업계가 위 전쟁으로 어떠한 영향을 받았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