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의 기억이 다 다를 수 있다.’ 는 인생의 불편한 진실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커플이 사귀다 헤어졌습니다. 둘과 모두 친한 친구가 남자, 여자를 따로 만나 헤어진 이유를 묻습니다. 그리고 각자가 말하는 이별의 이유가 너무 달라 놀라죠. 대부분의 사람은 십중팔구 자신의 잘못은 잊고, 상대방의 잘못은 잘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모두 내잘못 때문이야’ 라고 말하는 경우는 성직자이거나, 빨리 헤어지고 다른 인연을 찾고 싶은 연애전문가일 확률이 높습니다.
나는 나를 직원들과 항상 소통하는 직장상사라고 생각하는데, 젊은 직원들은 그를 말많은 꼰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는 내가 양성 평등주의자라고 생각하는데 어떤 사람의 눈에는 그/그녀는 남성우월주의자 혹은 골수 페미니스트로 보일수 있어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평가할때 의료보험제도가 발달된 선진국으로 볼수도 있고, 지나친 아파트 가격으로 결혼도 하기 힘든 ‘헬조선’으로 볼수도 있습니다. 직업, 성별, 나이에 따라 똑같은 장소에서 서로다른 것을 보며, 우리는 그것이 진실과 펙트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합니다. 보통 우리는 비슷한 범주의 사람들과 살아가기 때문에 모두 각자의 진실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보통이죠.
2018년 말부터 만 3년이 넘게 독서 모임을 하면서 한달에 평균 2권의 책을 모임의 회원들이 함께 읽었습니다. 920페이지가 넘는 <인간 본성의 법칙>부터 2000년이 넘는 지혜가 담긴 고전 <논어><장자><아우렐리우스 명상록> , 비교적 최신 벽돌책 <사피엔스>, < 총균쇠 >, 한국의 화제작 <90년대생이 온다 >, <여행의 이유> 등 다양한 책들을 다양한 분들과 읽었습니다.모임때마다 ‘똑같은 책을 읽었는데 다른 사람은 이 내용을 이렇게 받아들일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서로 놀랍니다. 대학입학을 앞둔 10대 학생부터 50대사장님, 취업준비생부터 부장님까지, 20대 남자부터 40대 여성까지 함께 모임을 하다보니 옳고 그름을 떠나 ‘아 저 입장에 있는 사람은 저렇게 생각할 수 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이,독서 모임이 주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물론 본인의 의견을 말하고, 다른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본인의 생각이 어느 정도 ‘정상’인지 확인하는 것도 함께 읽는 것의 유익함입니다.
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대의 생각에 시뻘개진얼굴로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뼈 때리는 지적에 말문이 막히기도 합니다. 책이라는 것이 책장을 덮고 한달안에( 사실 한달도 너무 길다는 것에 대부분의 독서인들은 동의하실 겁니다 ) 대부분의 내용이 알콜 살균 스프레이처럼 저 아늑한 무의식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것이 보통인데, 모임때 특별히 이슈가 되었던 내용들은 더 오래 의식속에 머문다는 것도 함께 읽을때의 장점이죠. 아무래도 한번 떠들었던 내용이 더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독서는 즐거운 경험입니다. 학생들의 교과서, 직장인 들의 업무 메뉴얼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취미’라는 선에서 얘기할때 독서는 영화/드라마 감상, 골프, 유튜브, 여행 등과 상호 보완, 경쟁 관계에 있습니다. 재미라는 면에서는 잘 만든 드라마보다 소설이 부족할 때가 많고, 정보 전달이란 면에서는 잘 만든 유투브 한편이 오히려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줍니다.
비유를 하자면, 드라마나 유투브 콘텐츠들이 달콤한 케익, 단팥빵이라고 한다면 책은 거친 현미밥, 사용 후 양말 냄새나는 치즈 퐁듀 같은 음식이 아닐까 합니다. 꼭꼭 씹어야 하는 수고와 학습을 통해 그 맛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한 음식이죠. 하지만 풍부한 영양 분과 중독성 있는 맛으로 인해 다시 찾을 수 밖에 없는 음식입니다.
한권의 책이란 저자의 경험을 400페이지 안팎으로 농축시켜놓은 결과물이고, 자비 출판이 아닌 이상 경험있는 출판사의 검증을 거쳐 시장에 나옵니다. 영양가 있는 정보를 15,000원 안팎의 돈으로 얻을수 있기에 가성비 면에서 괜찮은 소비입니다. 이런면에서 책은 계란이나 우유 같기도 하네요. 독서량이 늘어날수록 신문이나 유투브의 넘쳐나는 ‘가짜 정보’속에서 옥석을 가릴수 있는 능력이 키워집니다. 하지만 책도 내 취향만 따라서 읽다보면 편식이 되어 어느새 내 필요에 맞는책, 내 생각과 맞는책만 볼 수가 있어요. 나도 모르게 말이죠. 모임을 통해 평소 같으면 안 읽었을 책을 함께 읽다보면 이런 편식에 따른 영양 불균형 문제를 보완할 수 있어요. 또 주어진 시간내에 어느정도 긴장과 책임감을 갖고 독서를 하다보면 완독의 기쁨은 보너스로 주어집니다.
돌아보니 지난 3년간 다양한 책,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얘기들을 나누었어요. 세대, 성별, 직업에 따른 다양한 생각들이 오갔는데 그 내용들을 이 자리를 통해 여러분들과 편하게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갈등과 대립이 일상화된 지금 이시대에 필요한 가치는 상호 이해를 통한 ‘통합’ 이라고 생각됩니다. 독서 모임 ‘공간 자작’의 글이 통합이라는 가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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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독서 모임 ‘공간 자작’
이번에 본 칼럼을 시작한 독서 모임 공간 자작은 회원수 xx명 규모의 2018년 말 시작하여, 한달에 한번씩 평균 2권의 책을 읽으면서 토론하고, 주제를 논하는 독서 모임이다. 이들의 칼럼은 ‘공간 자작’ 대표측의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발표할 예정이며, 2주에 한번씩 연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