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돈에 대한 얘기를 계속 하려합니다. 돈이 귀중한 만큼 그 이야기 역시 짧을 수가 없지요. 특히 현대인의 삶에서는 돈이란 주제로 책을 5만권을 써도 충분치 않습니다.
돈의 용도에 관한 한 우리나라가 최첨단은 아닙니다. 어쩌면 최첨단이 아니기에 그렇게 돈에 대한 애착이 있는지 모릅니다. 최첨단에 서서 돈의 영역을 넓히면, 돈을 구하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좀 더 용이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서 돈 버는 방법은 그저 정치 권력을 등에 업은 부동산과 사업 등 몇 가지 루트로 한정된 상황이라 돈에 대한 애착이 더 깊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앞선 자본주의 국가들처럼 다양한 루트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렇게 돈에 매달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마이클 샌델이라는 하버드 대학 정치학, 철학 교수가 쓴 WHAT MONEY CAN’T BUY(돈으로 살수 없는 것들) 이란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을 읽으며 돈이 갖는 영향력에 대한 생각해 봤습니다.
어제 글에서 언급한 공항에서 줄서기를 비롯하여 지루한 시간을 돈으로 대신하는 것은 이제 일반화 된지 오래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미 지루함을 돈으로 대처하는 방식은 이미 공인된 듯합니다. 명품을 사는 오픈 런을 위해 대신 줄 서주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말입니다.
경조사 참석 대신 친절하게 안내된 계좌로 돈을 보내는 것으로 사회생활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고, 죄를 짓고 감옥에 가는 일도 보석금으로 대신할 수 있으니, 중세 시대의 면죄부가 아직도 유효한 셈입니다.
그리고 급기야 돈은 국가의 선택이나 인간의 탄생과 죽음에 관여합니다.
많은 국가에서 일정 금액만 투자를 한다면 영주권을 내주는 것은 일반화 되어있지요. 그리고 나라에서 출산율이 저하되자 아이를 낳는 가정에 지원금을 제공합니다. 국민을 돈으로 사는 겁니다. 또한 한 20여년 전부터 새로 생긴 장례사업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대부분 종교단체에서 같이 아픔을 나누며 살펴주던 장례절차가 이제는 돈으로 모두 해결하게 됩니다. 예전처럼 장례비용을 남기고 죽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가 된 듯하니 그것은 위로가 되지만,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의 제한이 사라져갑니다. 유튜브로 돈을 버는 사람이 요즘은 사방에 널렸습니다. 불과 십 년 전만 해도 꿈도 못 꾸었던 얘기 아닌가요? 세상이 변화하면서 새로운 문물이 탄생되며 그에 또 돈이 따라갑니다. 돈의 출구가 다양해집니다.
최근 들어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돈의 영역이 있습니다. 저도 이것에 대한 공부를 좀 하고 있는데, 명명권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즉, 이름을 파는 것입니다. 유명 선수가 사인한 유니폼은 사인이 없는 것보다 몇 배의 가격으로 팔려나갑니다. 유명 건물의 이름에 상품이나 회사 이름을 붙여서 명명권을 판매합니다. 최근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의 토트넘은 지난해 자신들의 스타디움을 짓고 그 이름을 나이키 스타디움 혹은 아마존 스타디움으로 하는 거래로 약 8천억을 벌어 들인다는 소식이 뜹니다. 운동장 건설 비용 50%를 이름만으로 충당한다고 합니다.
유명대학의 부속실도 학교 근처 상회들의 이름을 붙여 판매합니다. 과학실에 학교 앞 문구점 이름이 붙고, 도서관에 서점 이름이 붙습니다. 체육관에 아디다스 이름이 붙고, 대학 방문객 센터의 이름이 마이크로 소프트로 명명됩니다. 하다못해 학생들 성적표 상단에 맥도날드 광고가 따라갑니다. 마치 맥도날드가 성적을 맥인 꼴인가요?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는 아직 멀었습니다. 예술의 전당이 여전히 전설의 고향으로 불리는 것보다, 삼성 예술의 전당 혹은 제네시스 예술의 전당으로 불리면 더 멋지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니 <씬짜오 삼성 데일리 뉴스>를 어떨까 싶네요.
고유 정체성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름을 얼마든지 달리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제는 상품이 아니라 이름이 갖고 있는 명성과 권위를 파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새로 생겨날 사업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당신의 이름을 팔아드립니다, 명명권 판매회사입니다.
관심이 생기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