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루블화 가치 하락과, 전쟁으로 인한 물류 지연으로 인하여 수출 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 처럼 늘어나고 있다고 매일경제지가 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로 화장품을 수출해온 A사는 우크라이나 바이어가 루블화 가치 폭락을 이유로 대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돈을 못 받고 있다. 일부 우크라이나 업체들은 이미 주문 생산된 제품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휴대용 가스버너를 우크라이나에 판매하는 B사는 당초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에 화물을 하역할 계획이었으나, 전쟁이 발발하자 해운사는 최종 도착지를 터키로 변경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모든 비용은 B사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 지역에 상품을 수출하던 국내 업체들이 입는 피해가 계속 늘고 있다. 1일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 대책반’ 운영을 시작한 이후 5일간 101개사에서 애로 사항 138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대금 결제 관련이 81건(58.7%)으로 가장 많았고 물류 43건, 정보 부족 10건 순이었다. 특히 수출대금을 못 받고 있다는 호소가 많았다. 컬러강판을 우크라이나에 수출 중인 상사 관계자는 “전쟁 시작 전에 계약을 체결했고, 심지어 계약 물량을 이미 선적한 상태에서 대금 지급이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자금 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와 거래 중인 한 수출 업체 관계자는 “벨라루스에 대한 별도 경제제재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들리는데, 정확한 정보를 얻을 길이 없어서 답답하다”고 밝혔다.
피해를 입은 수출 업체들은 △피해 기업을 위한 은행 자금 대출 기한 연장 △중소기업 수출 자금 지원 △불가항력 원인으로 인한 수출 피해 보상 △제재 대상 은행·기관에 대한 정보 제공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 업체들도 다른 나라 업체를 긴급 수소문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납사’로도 불리는 나프타는 러시아 수입 비중이 가장 높은(25.3%) 품목으로, 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업체들이 생산하는 주요 제품 원료다.
차량용 반도체 등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네온·크립톤 등 희귀 가스 공급과 관련해서도 조달에 차질이 빚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작년 기준 한국의 가스별 수입액 중 우크라이나·러시아산 비중은 네온 28%, 크립톤 48%, 제논 49%다. 이와 관련해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외 공급망이 다변화돼 있고, 내부적으로 재고가 충분한 것으로 조사돼 당분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2022.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