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소개서 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요즘은 대학입시에 논술과목이 있어 글을 쓰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교양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예전부터 외국에서는 모든 공부에 에세이가 들어갔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글쓰기가 없고 그냥 외우기만 권장했었지요. 균형을 이루지 못한 교육방식입니다. 사고하고, 말하고, 쓰고, 행동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저 외우고, 찍고, 행동하라는 교육을 시행한 셈이니 징검다리를 건너는데 부실한 돌로 그나마 이빨이 빠진 다리를 놓은 셈입니다.
읽고, 사고하고, 쓰는 것이 공부입니다. 그리고 그 공부를 몸으로 실천하도록 만드는 것이 교육이죠. 특히 사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책을 읽고나서, 단지 인지하고 넘어가면 행동으로 전이되지 않습니다. 읽고 느낀 지식을 행동으로 옮기려면 사고라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옛 성인들은 책을 반복해서 읽으라고 했습니다. 책 내용을 반복해서 숙지하면서 사고를 통해 그 지식을 스스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우리가 지식을 배우고 실천하는 루트입니다.
그런 면에서 논술 과목이 생겼다는 것은 우리 학생들이 지식을 제대로 습득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뭔가를 쓸려면 반드시 사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논술과목을 통해 사고하는 버릇이 생기면 글쓰기도 자연히 익숙해집니다. 그렇게 익숙해진 글쓰기 솜씨로 소개서 내용은 각자 알아서 하시고, 저는 읽는 이에게 어필되는 요소에 대한 얘기를 하겠습니다.
모든 글이 그렇지만, 수많은 지원자가 내미는 자기소개서 중에 자신의 소개서를 정독하게 만들려면 첫 문장이 중요합니다. 첫 문장으로 그 글을 끝까지 읽을 건지 아닌지가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제가 직원을 뽑을 때의 경우를 얘기해보지요.
소개서 첫문장에 ‘저는 어디서 태어나고 엄하고 자상한 부모님 밑에서 … 어쩌구 … ‘ 하는 글이 나오면 바로 넘어갑니다. 그런 내용은 이미 이력서에 다 기재되어있습니다.
또한, 인터넷에서 공개된 형식에 맞춰 규격화 된 소개서도 관심이 안갑니다. 창의력 부족을 바닥에 깔고 있는 지원자입니다.
뭔가 달라야 합니다. 그 다름을 첫문장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제가 40여년 전 당시 다른 회사에 입사하기위해 제출하던 소개서에 첫 문장으로 주로 쓰던, 두가지 문장만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한 가지는 “ 프랑스의 파리 토박이를 파리짱이라고 부른다면 서울 토박이는 아마도 서울깍쟁이라 부를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서울깍쟁이가 맞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지역이 서울이라는 곳이고 성격 역시 까칠하다는 것을 은연 중에 보여줍니다.
글을 쓸 때,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조언이 있습니다. 글을 읽는 사람이 글에서 그림을 보듯이 만들라는 것입니다. 깍쟁이라는 단어는 모양을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격도 떠오릅니다. 서울내기보다 서울깍쟁이가 이미지가 뚜렷합니다. ‘나는 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와 ‘나는 거리를 어슬렁 거렸다’ 와 어느 것이 눈에 보입니까? 가능하면 눈에 보이는 단어를 써야 합니다.
두번째로, 옛고전에서 자신을 표현할 만한 인용구를 가져왔습니다. 저는 채근담의 글을 인용했습니다. “ 채근담에 보면 神奇卓異 非至人 至人 只是常 (신기탁이비지인, 지인지시상) 이라 하여, 신기하고 탁월하고 남달라야 지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인, 즉 인격자는 그저 평범할 뿐이다 라는 문장을 참 좋아합니다. 아마도 남들보다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 저를 정당화하기 위함이 아닐 까 싶습니다. “ 하고 시작합니다.
여러분이 사장이라면 이런 첫 문장이 쓰여진 소개서에 관심이 가지 않을까요? 적어도 끝까지 다 읽고 싶은 흥미는 생길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부디 작은 참고가 되셨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