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2021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올해는 어쩔수 없는 회한이 남는 해였습니다. 그래도 삶은 다양하니 그 모습 역시 각각 다릅니다.
코로나의 와중에서도 억세게 바쁜 삶을 산 사람도 있을테고, 봉쇄에 잡혀 집에서 하품만 하다 한해를 훌쩍 떠나보내고 억울하다고 얼굴을 찌푸리는 저 같은 사람도 있지만 이렇게 연말이 되니 모든 사람들에게 시간은 다 같이 적용되어 이제 해를 넘겨야 하는 마지막 날이 다가왔습니다.
사람들은 살면서 수많은 실수를 하고 후회를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후회를 하고 반성을 한다 해도 그 잘못이나 실수가 사라지지는 않지요. 결국 다음의 행위로 앞의 실수를 보완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마치 붓글씨를 쓰는 것과 같습니다. 첫획이 잘 못 나갔다고 다시 지우고 쓸 수는 없는 일입니다. 유일한 방법은 다음 획에서, 다음 글을 더 잘 써서 모자란 앞의 획을 보완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지워지지 않은 흔적을 남기며 사는 것이 우리의 삶인가 봅니다.
지나간 해를 지워버릴 수는 없지만 지난 해의 부족함이나 실수를 반성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해야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진짜 새해의 계획을 세우긴하나요?
사업에 한창 빠져있던 젊은 시절엔 연말이 되면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지난 해를 결산 하는 것만으로 12월을 다 보내고, 직원들과 신년도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런 행사도 사라지고 그런 일도 제 손을 다 떠났습니다.
일이 떠났는지 아니면 제가 일을 떠나 보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그런 일과는 연을 끊었다는 것이죠.
지난 한 해, 극적대던 노트 몇 권을 뒤져보면, 여기저기 그런 일을 놓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던 흔적이 있습니다. 하다못해 새로운 사업꺼리까지 궁리한 흔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행이 안 되었죠. 아무도 제가 그런 일을 다시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젊은 시절처럼 아무도 동조하지 않아도 당연하게 나 혼자 해나가던 그런 기백도 사라져버린 탓에 그저 한 때의 흔적만을 남긴 노트들이 책상위를 굴러다닙니다.
그러니 연말에 이렇게 한국으로 들어와 한가한 격리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제 경우는 이미 은퇴시기를 놓쳐버린 노친네의 하소연이지만, 젊은 사람은 이렇게 살면 안됩니다. 아무리 지난 해의 실적이 초라해도 철저히 정산을 하고 돌아봐야 합니다.
지난 해의 정산이 없으면 신년의 계획은 불가하기 때문입니다.
목표가 없는 삶은 주인이 없는 삶입니다.
삶의 목표가 있다는 것은 살아가며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에 대하여 일관된 반응을 만들어 줍니다. 그런 일관된 반응이 자신의 자아가 되고, 그런 자아가 바로 자신의 정체성이 됩니다.
정치인이 되고자하는 목표가 있는 사람과 사업가가 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진 사람의 관심분야가 같을 수 없을 테고, 읽는 책이나, 보는 방송 프로도, 얘기하는 말투나, 만나는 사람도 다 다를 것입니다.
쇼핑을 가서 사는 물건도, 그로 인한 반응도 각각 다를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 쉽게 짐작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것이 목표가 있는 삶의 모습입니다. 자신만의 목표가 있어야 자신다운 반응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새해의 목표가 없다면 올해 역시 코로나로 쓸려나간 지난 해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계획은 그대가 이루고자 하는 꿈입니다. 꿈이 없다면 그것을 이룰 용기도 필요치 않습니다. 꿈도 용기도 없는 삶은 가치의 저울에 올리기도 민망한 옹졸한 삶입니다.
귀찮고 어렵기도 한 일이지만 목표를 세우세요. 그리고 그 목표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키를 잡으세요.
가다가 로렐라이 언덕을 지날 때 사이렌 요정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것도 바로 그대가 가야 할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