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시인 나태주를 아시나요?
“나는 사라지고 내가 쓴 문장만 이 세상에 남았으면 좋겠다”
호랑이 가죽도 아니고 사람 이름도 아니고 그저 자신이 쓴 글만 세상에 남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은 글쓰는 이들의 로망이 아닐까 싶네요.
인간으로 살아오며 남긴 수많은 감정의 흔적들은 모든 것이 다 아름다울 수가 없지요.
글쓰는 이들은 사실 글과 자신의 행동과의 간극을 항상 느끼면서 삽니다. 글로 쓰는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인간으로 살면서 남기는 얼룩진 흔적에 대한 회한이 있기 마련입니다. 자신이 쓴 글처럼 살아 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귀한 삶도 없겠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습니다. 글에서는 품위있는 멋진 문장으로 은근히 자신을 표현하지만 실제와 비교하면 부끄럽기만 한 것이 대중을 상대로 글을 쓰면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고뇌이리라 생각합니다.
나태주 시인도 역시 이부분을 지적한 듯합니다. 글과 행실의 일치, 말과 행동의 일치는 이루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만큼 무작정 글만 쓰는것이 아니라 자주 자신을 돌아보며 자기 성찰을 하라는 소리로 들려 가슴이 뜨끔합니다. 글쟁이는 글만을 남기고 싶고, 정치인은 자신의 말과는 다른 추한 행동이 잊혀지는 치적만을 남기고 싶겠지요. 스스로 뱉은 말과 써내려간 글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다면 그야말로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정제된 언어를 사용한 글 만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은 글쓰는 이들에게 너무나 인간적인 소망입니다.
이 글을 쓴 나태주 시인은 풀꽃 시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주에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을 지내신 터라 주로 어린이들을 위한 시를 쓴 것이 많습니다.
이분은 어떻게 사람을, 그리고 세상 만물을 사랑할 수 있는 지 그 방법을 간단히 알려줍니다.
이분의 대표적 시 풀꽃을 한번 보시죠.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2
이름을 알고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나면 연인이 된다.
저는 이 시를 처음 대할 때의 감성적 충격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설명이 전혀 필요없는 이 시는 우리가 늘 가슴에 담고 살아야 할 금언인 듯합니다.
특히 이런 이국의 장소에서 생면 부지의 사람들과 함께 엮여 살아가야 하는 우리 같은 이방인에게는 이 시는 어떻게 인연을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너무 쉽게 판단하지 않고 자세히, 오래 보면서 연을 쌓아가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