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필 칼럼-나는 재외동포인가?

좀 지난 일인긴 하지만 지난 10월 5일이 세계 한인의 날이었다고 합니다. 

세계 한인의 날은 재외동포가 거주하는 국가 내에서 권익을 증가시키고 한민족으로서 정체성과 자긍심을 높이고자 마련된 날입니다. 즉, 재외동포들이 어디에 있든 거주하고 있는 국가 내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응원하는 날인거죠. 또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돌아보며 동포와 모국과의 관계를 끈끈히 하기를 기대하는 날입니다.

우연히 그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 베트남에 사는 교민들은 과연 재외동포인가 아니면 그냥 일반 한국인인가? 

어찌 생각하세요?

우리, 베트남 교민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베트남에서 생활을 하다가 사업을 정리하거나 혹은 개인적 사정으로 체류 이유가 사라지면 아무 제한없이 귀국하고 한국에서 삽니다. 별다른 서류 정리도 없습니다. 우리의 정체를 새로 세울 아무런 서류가 필요치 않습니다. 어찌보면 베트남에 여행하다 돌아가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단지 그 기간이 좀 길다 뿐이죠. 그럼에도 정부는우리는 재외동포라 칭합니다, 이곳에서 살고 읶는 동안은 말입니다. 

그럼 정부에서 보는 재외동포의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일단 관계법을 보면, 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외국에 장기 체류하거나 외국에서 영주권을 획득한 재외국민, ② 국적에 관계없이 대한민국의 혈통을 가지고 있으면서 외국에 거주하며 생활하는 외국국적동포를 의미합니다. 한국의 국적을 가지고 외국에 거주하는 재외국민과 외국국적을 가지고 있는 한민족 동포 모두 포괄하는 것이 재외동포라는 것을 알 수 있죠.

1번 항목의 범주로 보면 베트남 교민들은 외국에서 장기 체류하는 한국인 국적자에 해당되는 재외동포가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재외동포라는 신분이 되면, 2번 항목에 해당하는, 국적에 관계없이 대한민국의 형통을 가진 외국 국적자 즉, 외국 이민자나 중국 국적의 조선족과 같은 부류가 됩니다. 뭔가 좀 손해보는 듯한 기분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베트남 교민의 정체성은 어찌 정의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베트남은 이민제도가 없는 나라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시민권을 취득하거나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매번 비자를 갱신하며 살아야 하는 처지인데, 베트남 정부가 비자를 허가하지 않으면 우리는 떠나야 합니다. 즉, 재외동포에도 속하지 못하게 되지요. 대한민국의 재외동포는 베트남 정부가 만드는 셈입니다. 우리 신분에는 베트남 정부의 입김이 들어있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이곳에서 생활을 한지 이미 30년이 가까워집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한국에 들어가 어디 여행이라도 하다보면 한국이 천지개벽했다는 것을 느끼며 놀라워 합니다. 그렇게 놀라고 기쁘다가 문뜩 내가 왜 이리 모르지 하며 나를 돌아보면 내 정체마저 분명치 않습니다. 분명히 한국인인데, 한국에 대하여 잘 모르는 인간, 재외교민 맞네. 뭔가에 소외된 듯한 외로움이 일어납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우리는 한국인인가요, 아니면 내국인이 자신들과 구분하여 호칭하는 재외동포인가요? 

한국에 가면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이 반갑게 맞으면서도 동시에 무심코 함께 묻는 질문 “언제 돌아가?” 그 질문을 받으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그 질문에는 내가 그들과 다른 부류 라는 인식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묘한 소외감이 듭니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어디에 속한 인간인가 하는 자문도 일어납니다.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라고는 못해도, 세상 외톨이라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 시끈합니다. 

그래도 나만 그런게 아니지, 하며 베트남에 같은 운명체인 교민들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생각보다 우리 베트남 교민들은 공유점이 참 많습니다. 

모두 소중히 가꿔야 할 귀한 인연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