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속으로 퐁당
한국과 베트남이 가까워지는 것은 단지 경제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방면에서 직•간접적인 활발한 교류가 일어나야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베트남 현지 미술대에 입학하여 현지인 미술학도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공부하고, 또다시 베트남미술협회 회원이 되어 작품활동과 후진 양성을 동시에 해오고 있는 김정현 서양화가의 케이스는 수년 후에 한국의 미술계와 베트남 미술계가 그림으로 서로 교류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하나 될 수 있는 소중한 인적 자원이다.
이번 호에는 한베 미술계의 문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김정현 서양화가를 소개한다.
이번 호에는 한베 미술계의 문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김정현 서양화가를 소개한다.
김정현 서양화가는 퐁당 갤러리 대표이자 본지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9년 전 고2 때 부모님을 따라 베트남으로 건너와 국립호치민대 미술대학교(회화과)를 최우수성적으로 졸업(2011년)한후 현재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있다 .
“그녀는 탁월한 실력파이기도 하거니와 자신만의 독창적인 미술 세계를 개척해 베트남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동안 베트남청년작가비엔날레(2009년) 등 10여 차례 이상의 개인 및 단체 전시회를 열거나 참가한 경력이 인정되어 호치민미술협회 회원이 되었죠 .”
공동 아트디렉터 레녁탄씨의 말이다.
미술은 어디서나 배울 수 있다!
그녀가 미술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도 특이한 케이스다. 고2 때까지 일반대에 입학하기위해 준비를 해오다가 어느 날 미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스스로 재능이 있는지 테스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부모님께 한 달만 미술학원에 보내달라고 졸랐다 .
“당시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독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당시 학원선생님으로부터 수년간 미술만 전문으로 배운 학생보다 월등히 실력이 낫다며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그 일로 미술을 전공으로 하겠다는 생각을 굳혔죠.”
그녀가 부모님을 따라 베트남으로 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못내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녀는 한국에서든 외국에서는 미술은 어디서는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고, 프랑스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온 베트남 미술계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 때문에 주저 없이 호치민 미술대로 들어갔다. 하지만 학창시절에는 어려움이 많다 . “당시 미대에 외국인이라고는 저 밖에 없었고, 그 덕에 나름 차별이 심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공부했습니다. 외국인이라 쉽게 공부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현지인 학생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배웠죠. 처음에는 색안경을 쓰고 보시던 교수님들도 있었지만 결국 졸업 때까지 장학금을 독차지했고 우수 성적으로 졸업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작품세계는 독특하다. 베트남 현지교수들로부터 배웠기 때문에 베트남식 화법을 구사하면서도 한국인으로서 베트남에오기 전까지 한국에서 한국미술학원에서 한국식 미술기법을 익혀왔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두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 나름 독창적이면서도 참신한 느낌을 가져다주는 것 같습니다. 베트남사람들의 작품은 대체로 무겁고 어두운 데 반해 제 그림은 밝고 독창적이라는 평을 들어요.”
예술전문 갤러리에서 화방, 화실까지 한 곳에!
그녀는 또한 푸미흥에는 보기 드문 예술전문 갤러리를 운영하고있다. 부담 없이 들러 작품도 감상하고 예술에 관해 대화도 나눌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개인 작업실, 화방(각종 미술 재료 판매), 그리고 미술학원까지 하고 있어 온종일 분주하게 움직인다.
학생들은 방과 후인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이어지는데 소묘, 정물화, 유화 수채화, 아크릴화, 조소, 판화, 포트폴리오 등 다양한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초등학생에서 중고등학생, 입시반, 성인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그녀의 제자인데 그녀의 학습방식도 나름 독특하다.
“입시 위주의 학습방법은 자칫 학생들로 하여금 미술을 지겨운것,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선생의 성향에 따라 배우는 학생들도 덩달아 독창성을 잃어버리고 천편일률적인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태반이죠. 하지만 이곳에서는 학생들로 하여금 각자의 수준과 성향에 맞게 자신만의 독특
한 미술 세계에 눈 뜰 수 있도록 창의적인 학습법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개인 작업은 개인지도가 끝난 밤 10시경부터 시작된다. 얼핏 너무 바빠 보이지만 나름 행복하단다 .
“보통 작업은 새벽 서너 시까지 이어지며, 때로는 밤을 새는날도 많은데, 그날 대학원 수업이 있을 때는 한숨 못 자고 바로 나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이다 보니 이런 생활이 행복합니다.”
한-베 예술문화의 가교역할을 꿈꾸다
그녀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서 박사과정에도 진학할 계획이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베트남에서 박사과정이 하노이 미술대에만 있었는데 올해부터 새로 생겨나 구태여 하노이까지 유학 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며 기뻐하는 표정이다.
“동기들의 경우 대부분 졸업 후 회사 등으로 취업하거나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제 경우는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 너무나 즐겁습니다. 가급적이면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학교에 남아 후진을 양성하고 싶어요.”
한편 그녀는 곧 있을 새로운 작품 전시회 준비로 바쁘다.
“6월 초에 있을 전시회는 개성 있고 재능 많은 베트남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이 될 예정입니다. 저희 화실을 중심으로 이들의 작품이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그룹전, 초대전 등 가급적 자주 전시회를 개최할 생각입니다. 교민 여러분, 관심 가져주시고 시간 내 주셔서 직접 작품을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작품구매 가능)
마지막으로 그녀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들어보기로 한다.
“베트남은 미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생각외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재료값도 싸고 전반적으로 미술계가 실력도 있고요. 이곳을 기반으로 실력을 더 쌓고 지명도도 높여 앞으로 제 작품이 전 세계로 진출할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베트남 교육계에 남아 자신만의 스타일을 베트남 미술학도들에게 전수해 주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이 지금과 같은 근면 성실함을 통해 머지않은 장래에 꼭 이
루어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갤러리 퐁당
A: SL-41 Panorama A동, PMH
T : 096 269 6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