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한주필 칼럼-중립을 지켜라. 

올해 마지막 달이 시작됩니다. 시작된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은 달인듯합니다,

올해는 특히 세월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흘러간 듯합니다.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훌쩍 지난 것 같은 허무한 느낌입니다. 

마지막 달을 어떻게 보내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지 좋은 아이디어가 계신분들 조언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좀 민감한 얘기지만 정치와 조금은 관련된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지난 주 금요일이네요. 사이공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인 쉐라톤 사이공 호텔 연회실에서 제 20기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 출범, 베트남 협의회 출범회의라는 긴 이름의 행사가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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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교민사회에서 내노라하는 인사들이 새로운 평통 자문위원으로 출범하는 날입니다. 

베트남 교민사회에 평통자문위원이라는 정부 단체가 있다는 것은 다 아시죠? 베트남에서 생활한지 30년이 가까워지지만 평통 자문위원이라는 단체에 관심을 가져 본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 19기에 베트남 협의회 의장으로 저와 동갑 친구인 박남종씨가 맡으며 자연스럽게 그 이름을 자주 마주하는데 이제서야 관심도 생기고 동시에 의문이 듭니다. 그 평화통일 자문 위원은 어떤 경로로 선정되는지 말입니다. 교민사회의 정부에 관한한 남들보다 뒤지지 않는 직업을 가졌지만 아직도 평통자문단의 결성을 위한 선정기준에 대한 정보를 받은 바가 없습니다. 

사실 그만큼 평통자문단의 존재가 일반 교민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주지는 못했습니다.  교민들의 관심사라면 당연히 저희도 취재를 통해 그들이 활동이나 선정기준에 대한 기사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한데 평통 자문위원들이 하는 일이 진짜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진정으로 정부에 평화통일을 위한 자문 역할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입니다. 혹시 효력이 있을 만한 자문역할을 하신 분이 있다면 제 옹졸한 생각을 용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평통자문단은 현재 베트남에서 마치 교민단체처럼 행동을 합니다. 한인회가 사고를 쳤을 때 그들을 대신하여 각종 행사에 리더로 자리하고 교민의 대리했습니다. 누가 평통을 교민을 대리할 수 있는 대표적 교민단체로 인정했나요? 

교민단체란 교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을 의미한다면, 저는 평통자문단은 결코 교민단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스스로 정부 단체라고 말하면서 교민단체 역할을 하려 한다면 우리는 그 입장을 지지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생각을 더욱 굳게 만든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11월 24일 제 20기 평통 자문위원 베트남 협의회 출범 행사에서 강연자가 한 분있었습니다. 정진호 교수라는 분인데, <평화통일 비전과 평양과학기술대 이야기> 라는 제목으로 통일 강연이 있었다고 합니다. 

거기에 다녀오신 분 몇 분이 저를 찾아와 그에 대한 얘기를 하시는데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저야 강연내용을 못들었으니 그들의 말을 듣기만 했는데, 그들의 말에 의하면 그 강연자로 나선 정 교수는 북한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지닌 듯하고 강연내용이 북한 찬양 일색의 내용이라 듣기가 아주 불편했다고 합니다. 특히 자신은 연변대학에서 교수를 지냈고 자녀들을 북한에 유학보냈다는 말에 왜 이런 한국 국민들와 다른 생활을 한 인물을 평통자문단의 출범식에 내세웠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술회합니다. 

공식 정부 단체의 출범식에 나온 강연자가 하는 말이라면 정부의 의견과 같다고 보는 게 보편적인 생각인데, 친북활동을 넘어 아예 북에서 활약하신 인사를 그 자리에 내세운 의도가 무엇인가요?  혹시 현 정권의 정치적 성향을 새로운 평화통일 자문위원들에게 교육시키려 한 것은 아닌가요? 

대한민국 헌법에는 대한민국 정부에서 일하는 모든 공무원들은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못 박혀 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마저 자신의 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못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중립을 지켜야 할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치뤄지는 공기관 공식행사에 이런 정치성향이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을 강연자로 모시는 일은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존중한 것이라고 보이지 않습니다. 

통일을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정치인들이 하는 일입니다. 일단 정부가 되면 중립을 지켜야 합니다.  정부행사에 나오는 강연자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엄두조차 내지 못할 자녀들의 북한 유학에 평양 과학기술 대학교 설립 부총장을 지내는 등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특별한 삶을 살아오신 분이라면 그분의 말은 우리 국민들의 정서와는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보통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헤아릴 줄 아는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따라 잔뜩 찌푸린 하늘이 마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힘없는 민초의 시름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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