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가 풀린지 한달이 넘었습니다. 골프장도 열리고 락커와 샤워가 가능해지면서 백신 접 종자는 제한없는 골핑이 기능해졌습니다. 그런데 요즘 또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캐디 조직이 무너진 듯합니다. 훈련 받은 인력이 부족하자 새로운 캐디를 투입합니다. 별도리 없는 상황에 훈련이 부족한 캐디를 그대로 수용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골프장도 난국의 아픔을 겪는 듯합니다.
오늘은 캐디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골프게임에서 캐디는 유일한 자기 팀의 일원입니다. 선수는 플레이를 하고 캐디는 그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한 팀의 멤버 입니다. 그래서 상금도 나누고 승패에 대한 책임도 공유합니다.
그러나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사정이 다릅니다. 낯선 골프장이라면 여러가지 도움이 있겠지만 이미 잘 알고 있는 익숙한 골프장이라면 클럽을 들어주는 역할 외에는 별로 기대할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만약 골프장에서 허락한다면 아마 스스로 자신의 카트를 끌고 캐디없이 골프를 치겠다는 사람이 대다수 일 꺼라 생각합니다. 당연한 것이, 캐디가 실질적으로 게임에 도움을 주려면 플레이어에 대하여 잘 알고 있어야하는데 골퍼가 캐디를 모르듯이 캐디 역시 골퍼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으니 게임에 도움을 바라는 것은 무리인 상황입니다. 설사 안다해도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줄만한 하우스 캐디는 드물죠. 실제로 캐디는 골프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아마 골퍼에게는 캐디의 존재가 게임에 실질적 도움이 안됨에도 불구하고 골프장에서 캐디를 애써 배치하는 이유는 골퍼들의 관리에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드넓은 골프장에 수많은 사람들을 풀어놓고 펼쳐지는 게임이니 별난 사람들도 많은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일일히 관리할 수 없으니 캐디를 활용하는 것이죠.
결국 아마추어 골퍼에게 캐디는 게임 중 필드에서 일어나는 자신의 행동을 감시하는 관리자인 셈입니다. 한국에서는 진짜 관리를 하더군요. 시작 전 준비 운동을 시키기도 하고, 잠정구를 치는데도 허락 권한을 갖고 있는 듯하고, 게임진행 속도도 엄격하게 관리하더군요. 베트남의 경우 좀 다르긴 하지만 기본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말은 편하게 하지만 캐디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필드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죠.
라운드에 나서며 오늘 벌어질 게임에 행운이 올 것을 기원하는데, 그 기원하는 행운에는 제대로 된 캐디의 배정도 포함됩니다. 일급 캐디가 아니더라도 게임에 활기를 넣어줄 팀원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것이죠. 한 발 더 양보해서 그냥 방해만 안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신입캐디가 배치되면 일단 위험신호가 뇌에 전달됩니다. 캐디에게 친절하게 대하여 분위기를 망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자조적인 조언이 나옵니다. 맘에 드는 캐디를 만난다면 지정 캐디로 신청하는 것도 방안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베트남 골프장에 공동으로 건의 할 한가지 사안이 있다면 바로 캐디의 교육과 관리입니다. 기본적인 교육을 이수한 인력만을 실전에 투입해야 하는데 교육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캐디를 만날 때에는 한숨이 나옵니다. 캐디피는 오히려 내가 받아야 할 것 같은 뻔뻔한 짐꾼 캐디를 만나면 그날은 진짜 길고 지루한 날이 됩니다. 그렇다고 실망만 하면 게임에 도움이 안됩니다.
비기너 캐디를 만나게 되면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가능하면 캐디와 인사를 나누며 초면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초자 캐디들에게는 그렇게 인사를 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플레이에 필요한 일들을 말해준다면 트러블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어프로치를 할때 들고 올 클럽을 알려주고, 미리 자신의 샷거리를 클럽 별로 알려주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공은 여분으로 몇개 지니고 있으라 하고, 자신이 금기하는 행동이 있다면 미리 얘기하는 것도 게임을 즐기기 위한 조치입니다. 오랜만에 귀한 친구들과 즐기는 골프를 캐디로 인해 기분이 구겨지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죠.
부디 이번 주말에는 유능하고 명랑한 캐디를 만나 행복한 라운드를 즐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