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골프를 자주 칩니다. 그동안 묶여서 나다니지 못한 원한을 뒤늦게라도 풀려는 보복심리가 작용을 했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기회가 생기면 자주 나갑니다.
이달 안에 달랏이라도 가고 싶었는데, 달랏에 환자가 증가하는 바람에 달랏이 요주의 지역으로 바뀐 듯합니다. 곧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한국의 가을 풍경을 달랏에서라도 보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결국 올 가을은 구경도 못하고 보내 버리는 군요.
오늘은 골프장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갈등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라운드 도중 우리는 가끔 심리적 갈등을 시달리곤 합니다. 아이언을 선택하는 갈등을 시작으로 그린 어느쪽을 노리는 게 좋은지 등 수 많은 선택에 대한 갈등이 일어납니다.
문제는 젊은 시절의 선택과 시니어 골프가 된 이 후의 선택은 같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젊은 시절 아이언의 거리가 중간에 걸릴 때 대부분 짧은 클럽을 풀스윙 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시니어가 되면 무조건 긴 클럽을 잡는 것을 권장합니다. 방어식 공략법입니다. 실수를 해도 가능한 실수 폭을 줄이기 위함입니다. 정신적으로도 그린에 못 미치게 짧게 떨어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길게 그린을 오바하듯이 떨어지는 것이 만족감이 더 큽니다. 짧으면 아쉽지만, 길면 넘치는 힘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듯하여 심리적인 위안이 되는 듯합니다.
공이 그린 근처에 있을 때 어프로치가 좋은가, 퍼팅이 좋은 가 하는 갈등도 흔히 겪습니다. 공이 그린에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그린까지 장애물이 없어서 퍼터를 사용해도 될 듯한 경우, 안전을 위해 퍼트를 드는 게 맞지만 좀 남사스럽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시니어가 되었습니다. 멋진 어프로치가 상급의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지만 대신 뒤땅을 친다던가, 탑핑을 한다던가 하는 샷미스에 대한 공포가 상존하며 근육을 긴장하도록 만듭니다.
이런 경우는 과감히 퍼트를 잡으세요. 장애없이 굴릴 수만 있다면 어프로치보다 훨씬 양호한 결과를 얻습니다.
물론 그린이 아닌 페어웨이 잔디에서의 공의 속도를 익혀야합니다. 잔디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B 그린의 경우 일반 그린보다 두배로 느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홀만 보고 그냥 칩니다. 즉 시야를 홀에 두고 공을 보지 않고 때립니다. 저는 이렇게 하는 것이 거리를 쉽게 맞추더라구요. 그런데 이런 경우, 마음 한 편에는 공을 잘 못 맞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스며듭니다. 이런 불안을 사라지게 하는 논리적인 안정책이 필요합니다.
퍼팅에서는 절대 공을 미스할 수 없습니다. 공 뒤 5센치 정도에 퍼트를 갖다 둔 후에는 어떤 식으로 터치를 해도 절대 미스가 일어날 수 없습니다. 퍼트 어드레스 후 타격 미스가 일어나기까지의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즉 공을 안 보고도 보는 것처럼 쳐 진다는 얘기입니다. 한 두어 번 만 연습해보심 확인 가능합니다.
퍼트는 믿음입니다. 인간이 갖고 있는 불가사의한 인지 능력을 믿어야 합니다. 굳이 스윙 크기를 정하지 않아도 목표점만 인식한다면 그에 필요한 연결 동작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인체의 신비를 믿어야 퍼트가 한 단계 성장합니다. 이에 대한 불안을 지우지 못하면 퍼트는 마치 고시시험처럼 늘 어려워 집니다.
골프계의 최고의 전설이던 잭니콜라스의 퍼팅 자세를 관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몸을 잔뜩 구부려 조준을 한 다음 목표점에 총을 쏘듯이 공을 보냅니다. 그의 자세가 가장 예리한 조준 자세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퍼트 뒤에서 공을 확인할 수 있으며 동시에 공에서 홀까지의 진행 라인도 그려낼 수 있는 자세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골프에는 모든 운동에 비교되는데, 드라이버나 우드처럼 긴 채는 야구나 테니스처럼 힘껏 치고, 퍼트를 할 시에는 사격이나 당구처럼 예민하게 쳐야합니다. 행동거지도 각각의 경우가 달라야 합니다. 퍼트를 야구하듯이 대충 치면 대충 빠지고 맙니다. 양궁을 쏘듯이 마음을 섬세하게 만들어 오차를 줄여야합니다. 퍼트를 잡은 두손을 가능한 눈에 가깝게 자리하게하고 퍼팅을 하면 조준성이 향상됩니다.
퍼트가 잘 될 때는 스코어가 훌륭해지고, 드라이버가 잘 맞으면 심리적 만족감은 크지만 스코어는 보장되지 않습니다.
퍼트는 돈이고 드라이버는 쇼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