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시나요?
돈이 많은 사람, 많이 배운 전문가, 법관, 의사, 대학 교수 등.., 다 좋은데, 질문의 의도는 다른 겁니다.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겠냐고 물은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가를 물었습니다. 물리적인 질문이 아니라, 화학적인 질문입니다.
저에게 대답을 할 기회가 된다면 ‘품위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고 답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답하는 것을 보니 아직도 찾고 있는 품위는 내 손에 쥐여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품위있는 인물.
품위란 무엇인가요? 사전적 의미를 찾으면 사람으로서 갖춰야할 위엄과 기품.
이그, 말이 어렵습니다. 위엄과 기품이 뭔지 다시 찾아봅시다.
위엄은 존경할 만한 위세가 있어 점잖고 엄숙함, 또는 그런 태도나 기세이고, 기품은 인격이나 작품 따위에서 드러나는 고상한 품격입니다. 여전히 어려운 한자들이 들어가 있지만 모른 척하고 그냥 풀이를 한다면, 존경할 만한 위세가 있고 젊잖은 행실로 고상한 품격을 드러내는 사람을 품위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면 될 듯합니다.
그런데 여전히 어렵고 전혀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해서, 좀 편하게 품위있는 행실이란 어떤 것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는 예를 찾아보기로 하겠습니다.
바로 외국에서의 우리들의 행실입니다. 외국에서 한국인으로 살면서 손가락질 받지 않고 사는 것, 한 발 더 나아가면, 존경을 받으며 사는 것. 이게 품위있는 삶입니다. 외국에서의 삶에는 특히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자칫 격 떨어지게 놀다가는 자신뿐만 아니라 나라의 명성에 마저 영향을 미치는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필리핀에서 한국인의 사건 사고가 빈벌해지자 외교부에서 필리핀으로 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라는 당부의 공지를 낸 적이 있습니다.
이런 사고의 과정을 거치고보면, 품위있는 삶이란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품위는 어떨 때 드러납니까? 품위는 자신에 대한 적의의 도전으로 드러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즉각 반응하지 않고 드러나지 않음으로 품위는 드러납니다. 작은 일에 반사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천박한 대화에는 입을 닫음으로 품위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인간의 동물성을 극복하는 것이 품위라고 봐도 좋을 듯합니다. 식욕, 색욕 등 본능적 욕구에 함몰되지 않는 인격적 존재를 품위있는 인간이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타이탄 호가 침몰할 때 작은 구명정에 너도나도 몰려드는 승객들을 보고 선장이 외칩니다. Be English! 영국인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라는 소리입니다. 스스로 높은 품위를 자부하고 있습니다. 우리국민도 그리 되기를 희망합니다.
한마디로 품위란, 의식이 깨어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내 행실을 내 스스로 감시하고 평가하고 관리하는 깨어있는 의식이 지배하는 삶입니다. 인간이 갖는 어쩔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를 매개로 담대함과 도전의 용기를 배우며 품위는 자라납니다.
한 국가나 단체의 품위는 구성원의 수준으로 장기적으로 결정됩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그들을 대리하는 대표자의 수준이 전체의 수준으로 인정됩니다. 그래서 그 단체를 대표하는 리더의 수준과 품위가 매우 중요합니다. 단체를 대리하는 대표자의 수준은 구성원의 평균치 품위보다 낮지는 않아야 그 단체가 평가절하되는 불이익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인회장 선거가 있다고 합니다. 훌륭한 전임회장은 연임을 시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제 곧 새로운 인물이 우리를 대리하는 대표자로 등장할 텐데, 누가 적합한지는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 방법이 없지만, 후보자로 나온 인물들의 품격의 수준은 대강 알 수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부디 일반 교민들의 평균치 이상의 인물이 한인회장으로 등장하여 우리 교민사회의 품위를 상승시켜주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