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필칼럼-왜 그대가 한인회장이 되어야 합니까? 

지난주, 고국의 가을이 이제 마지막 잎새를 날릴 때 즈음인 10월 29일 호치민 한인회에서는 제 16대 한인회장 선거를 위한 선거관리 위원회가 출범되었습니다. 

코참, 민주 평통 등 8개의 교민 단체에서 추천한 16인의 위원들이 선관위를 구성했으며 그들이 투표로 한베가족 협회의 고문인 김영선 씨가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선출 되어 제 16대 회장 선거의 총괄이라는 중임을 맡게되었습니다.

96년 김영삼 대통령이 베트남을 전격적으로 방문하면서 대통령과 교민 대표로 악수라도 나눌 사람을 만들기위해 공관의 주도로 급하게 만들어진 한인회 창설을 지켜보았던 필자에게는 이번 선거가 벌써 16대가 된다니, 참으로 그 세월의 급박함이라니. 

투표일은 12월 18일 이고,  장소는 한인회관에서 하네요. 후보 등록은 11월 3일부터 11월 23일까지라고 합니다. 어떤 후보들이 나올지 자못 궁금합니다. 이미 후보출마를 계획하시는 일부 후보의 움직임은 들려옵니다만 아직 전체적으로 파악되지는 않습니다. 

한인회장은 참 경쟁이 심한 듯합니다. 그런 반면 다른 경제 단체들은 오히려 회장으로 모실 인물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상을 보면 참 아이러니 합니다. 

왜 사람들은 한인회장 자리를 탐내할까요? 

공식적으로 아무런 수입도 생기지 않고 오히려 거액의 기탁금을 내야하고 선거기간 중 막대한 운영자금이 필요합니다. 또, 당선후에는 무슨 일을 하든지 세상 욕은 다 듣고 다니는게 한인회장이라는 자리인데, 왜 많은 사람들이 자청하여 그런 사단의 자리를 오르겠다고 난리인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하는 교민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렇게 말은 해도 진짜로 이해 못하는 사람은 없지요. 논리적, 이론 적으로 이해를 하지는 못해도 감성적으로 잘 이해합니다. 첫째는 명예입니다. 20만 여의 교민들을 대표하는 자리에 오르는 영광은 가문의 자랑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둘째는 수많은 사업 기회입니다. 한인회장을 하다보면 뭔가 기회가 생깁니다. 자기가 자청하지 않아도 사업이나 이권에 개입할 여지가 많습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그럴듯한 제안을 하는 사람들이 접근하니 거절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닐 겁니다. 이것이 자기돈을 쓰면서 명예직에 불과한 한인회장이 되겠다고 팔걷고 나서는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기대하는 공통 사항이라 본다면 너무 세속적인 눈길인가요? 아무튼 봉사라는 자세 외에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짐작을 합니다.  

16대 회장선거가 있기까지 호치민 한인회는 참 논란이 많았습니다. 주로 회장의 학력, 직업 등 자격문제가 늘 논란을 가져왔고 그런 문제로 3-4년간 교민 대표가 없는 지역으로 남아 불이익을 당해왔지요. 아무튼 부끄러운 역사가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한인회가 처음 생길 때와는 달리 대한민국이 이제 공식적으로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그런 국격에 맞는 인사가 나오길 희망합니다. 그리고 30년 역사를 기록하는 베트남 교민사회의 품격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대변하는 회장이 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현 임기를 맡고 있는 김종각회장은 참으로 고생이 많았습니다. 팬데믹 사태로 활동이 어려운 가운데에도 교민들의 백신 접종을 위해 백방으로 뛰며 노력한 것에 대하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김종각 회장은 그동안 사고지역으로 남아 홀대받던 베트남 교민사회를 정상화시켰다는 점에서 찬사받을 만한 업무를 수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의 그간의 노력에 감사를 표합니다. 

이제 회장 후보를 자처하시는 분들, 시대가 달려져 예전에 통상적으로 하던 공약은 별로 감동을 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공약이 무엇인가를 묻기보다, 교민의 한사람으로 한가지만 바로 묻겠습니다.

왜 그대이어야 합니까? 왜, 우리 교민이 그대를 한인회장으로 뽑아야 합니까? 

다른 사람이 아닌, 그대가 한인회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