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필 칼럼-시니어 골퍼를 위한 골프 팁

나이가 들면 좋은 점은 많은 부분이 평준화를 이룬다는 것입니다. 많은 세월을 살다 보니 대다수 중간 지대에 다 모이게 되며 너나 나나 별로 다를 게 없어진다는 얘기입니다. 젊은 시절 잘 나가던 미모도 나이가 들면 다 그게 그 모양이 되고, 아파트 한 두 채 먼저 사던 친구도 다 지나고 나면 그렇게 큰 차이 없이 남들 사는 것만큼 살아갑니다. 공부를 그리 잘하던 친구도 말년이 되고 보면 그 지식이 별로 크게 쓰일 일도 없고 그저 상식적인 지식으로 다 함께 살아가니 이제 특별히 차이가 날 것이 별로 없습니다.

이런 평준화는 골프에서도 이루어 집니다. 60세 전에는 골프 실력도 서로 많은 차이를 내지만 60이 넘어가면 별다른 차이가 없어집니다. 하향 평준화를 이루며 동병상련의 처지에 빠지게 됩니다. 특히 드라이버 거리가 골프 실력의 가장 큰 잣대로 생각하는 남성 골퍼들에게는 더욱 빠른 평준화가 이루어집니다. 한때 250야드를 처대며 대회 때마다 롱 드라이버 상을 노리던 장타도 60이 넘어 근력이 떨어지면 별다른 차이를 보이기 힘들어 지고 고작 200야드 근방에서 도토리 키 재기를 합니다. 특별하게 독한 인간이 아니면 다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시니어 주제에 250야드를 때려 대는 인간은 가까이해서 별로 득이 될 일이 없는 인간이라며 기피 인물로 찍힐 수 있습니다. 나이에 맞게 살아야지 혼자서 나이를 잊고 살면 왕따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사실 제가 최근에 겪는 고민입니다. 젊은 시절 장타상이 가장 타기 쉬운 상이였던 인간이 이제는 고작 200야드를 넘기기에 숨을 허덕이고 있으니 골프 칠 맛이 안 납니다. 그래도 젊은 시절 호쾌한 스윙에 미련을 두고 라운드를 계속하니 스트레스는 점점 커지고 허리의 아픔은 깊어만 갑니다. 해서 최근 몇 라운드를 돌면서 이런 저런 테스트를 하며 느낀 시니어에 알맞은 스윙의 변화에 대하여 말씀 올려볼까 합니다. 

시니어 골퍼들의 가장 큰 희망은 무조건 제대로 날리는 드라이버입니다. 깡 소리나는 드라이버는 내가 아직 늙지 않았어! 하는 고함소리와 같은 것이니 시니어에게는 무엇보다 드라이버가 우선입니다. 즉 드라이버 거리인데, 이 거리를 한발이라도 더 나가게 하는게 요즘 과제입니다. 스윙 자체를 변화시킬까 생각을 해봤지만 몸이 예전과는 달리 많이 흔들리니 정타를 맞는 확률이 줄어드는데 스윙까지 교정을 하면 그 확률이 더욱 떨어지겠죠. 그래서 일단 그립만 바꿨습니다. 스윙은 예전대로 하고 공의 쾌적을 혹 탄도로 만들어 많이 굴러가게 만들기 위해 그립을 훅 그립으로 바꿨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애용하던 스퀘어 그립을 버린 것입니다.

그립만 바꾸고 같은 스윙을 하니 비거리가 더 늘어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공의 구질이 달라지며 공이 떨어진 후 구름이 많아 졌습니다. 예전에 스퀘어 그립의 드라이버는 공이 필드에 떨어져 전혀 구르지 않았으니 구르는 만큼 거리가 늘어난 셈입니다. 이게 어딥니까? 일단 10-20야드는 더 나갑니다. 그리고 훅으로 치면 좋은 점도 많습니다. 조금 잘못 맞아도 슬라이스 볼을 치면서 생기는 실수보다는 오차가 많이 줄어 듭니다. 그리고 시니어들의 스윙은 대부분 오른쪽 어깨가 덮이며 스윙 괘도가 아웃-인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허리가 젊은 시절처럼 꺾이지 않으니까요. 훅 그립은 이런 스윙도 공이 똑바로 가도록 어느정도 유도해줍니다. 물론 연습을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상당히 불편할 수 있는데 그래도 시도해보는 겁니다. 요즘 시니어들이 내기를 크게 하는 것도 아니니 이럴 때 필드에서 연습삼아 쳐보는 겁니다. 

일단 오늘은 훅 그립만 잡으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추가로 할 일이 있는데 그건 훅 그립이 익숙해지고 나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