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November 22,Friday

한주필 칼럼-직업이 갖는 영향력.

아마 우리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자리하는 것 중에 하나가 직업일 것이다.

직업을 통해 경제적 생활을 할 기반을 마련하고, 그 일을 통해 사회인으로 활약하게 되고, 결국 자신의 삶의 보람과 의미를 찾아가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직업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의 크기는 다른 어떤 인생의 요소보다 크다 할 수 있다.

이렇게 직업은 한 인생의 행 불행을 결정하는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인데, 문제는 이게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자신이 하고 싶은 직업이 있어도 사회가 인정해줘야 하고 또한 주변 사람들의 암묵적 허락과 지지가 필요하다. 요즘 액션 영화를 주름잡는 마초들 살고 싶다고 깡패를 직업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자기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스님 아들이 목사직을 택하긴 어려운 일이다. 즉 자신이 살아오면 교육받아 양성된 가치관과 어긋나지 않는 직업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호구책에 연연하여 자신의 가치관과 배치되는 직업이라도 일단 시작하고 보자 하면 발을 디디면 들어가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해도 나중에 다시 변경하는 것은 그 과정 자체가 어려울 수 있고 또 그 직으로 보낸 세월이 무용한 경험으로 남아 미래의 진로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직업을 택하는데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은, 직업이 자신의 인간관계를 설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직업을 통해서 앞으로의 인생에 만날 사람들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인생은 사람과의 인연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직업이 그런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험한 직업을 가지면 험한 사람들을 주변에 두게 되고 공부하는 직업을 갖게 되면 그런 부류의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살게 된다. 제대로 배우고 예의 있고 점잖은 사람들과 사귀고 싶은가? 그 동네로 가야한다 그래야만 그런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행조건이 하나 있다. 먼저 자신도 그 동네 주민으로서 손색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젊은 이들에게 권하는 것은, 처음 직업을 택할 때는 뱀 머리보다 용 꼬리를 선택하라 한다. 용의 몸통이 되어 용의 비상하는 모습을 배운 후 세상을 아는 뱀머리가 되든, 용머리로 올라가든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 그냥 용꼬리로 남아도 뱀머리보다 사회적으로 훨씬 대접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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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직업은 만남이라 했다. 어떤 부류의 사람들과 함께 생을 보내고 싶은가? 뚜렷한 관념이 생기지 않으면 먼저 피하고 멀리 해야 할 부류를 정하라. 일단 위험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 접근한 베트남 같은 이국에서는 만나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으니 참 난감한 일이 많다. 과거의 흔적을 임의로 만든 신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 현지 사정까지 밝지 못하니 처음 만나는 사람에 의해 이곳에서의 삶이 선택될 수 있음을 특별히 유념해야 한다.

현지 사정을 모른다면 스스로 알 수 있을 때까지 베트남어를 배우면서 참고 견디어 보라. 그리고 가능하면 교민사회에서 이미 알려져 대다수의 교민들이 수긍하는 인사들을 찾아가 교분을 만들어보라. 가능한 많은 사람들과 교분을 트는 것으로 초기 투자를 하라. 말을 너무 자신 있게 하는 사람은 믿을 바가 아니지만 말을 너무 아끼는 사람도 도움이 안된다.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귀를 열어라. 가장 좋은 제안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을 잊지 말라. 이래저래 만남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을 유념하고 특히 초기에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베트남의 깊이는 그 누구도 쉽게 단정할 수 없는 복잡한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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